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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내 작은 경험이 걷기운동을 하는 전국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섬진강칼럼] 내 작은 경험이 걷기운동을 하는 전국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7.3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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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구례읍 봉산 송림 숲이다.
사진 설명 : 구례읍 봉산 송림 숲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산과 강을 제멋대로 쏘다니며 살던 한 마리 짐승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구례읍 봉산 숲에 검은 굴을 짓고, 사람의 행색을 하며 살려니, 생각 밖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이 낯설고 당황스럽기만 하다.

10여 년 전 초저녁 책상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에 실려 간 일이 있었다. 긴급히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서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진단 결과는 특별한 이상 없음이었다.

과로와 운동 부족이 원인이라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1999년 5월 불행한 전복사고를 당한 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몸으로, 몇 년 동안을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내고 있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다시 119에 실려 올 때는 이번처럼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니,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는 의사의 충고를 듣고, 며칠을 두고 여러 고민을 하다, 책상 위에 두고 물 마시듯 마시던 믹스커피를 블랙커피로 바꾸고, 산책으로 하던 걷기를 운동으로 하였다. 내가 포기해버렸던 나를 다시 살려내는 작업이었다.

그때가 봄이었고 날마다 아침을 굶고 대략 3시간 정도를 죽을힘을 다해 걷는데, 처음에는 겨우겨우 내딛는 한 걸음이 천근이고, 저만치 눈앞이 천릿길이었다. 죽을 맛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일, 죽기를 작정하고 걷다 보니, 걷는 자세가 차츰 정상으로 교정되고 속도가 빨라지는 것만큼,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많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좋아졌는데, 문제는 땀에서 지독한 악취가 나는 것이었다.

본래 어지간해서는 땀을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 웬일인지 몸이 회복되면 될수록 땀이 많이 났고, 냄새도 그만큼 더했다.

샤워하고 나면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정상인데, 걷기운동을 하면 땀이 나고 냄새가 심해서 의사를 찾아갔더니, 몸이 회복되는 아주 좋은 징조라며 열심히 걸으라 하였고, 그 결과 냄새도 사라지고 모든 수치는 정상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고 후 10년 가까이 의지하고 있던 지팡이를 버리고 걷게 된 것이,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서 지난해 2022년 6월, 무심하게 산 탓에 되레 삶의 짐이 돼버린 똥배를 줄이는 살 빼기에 도전하여, 본격적인 걷기운동을 시작하였고, 내가 선택한 방법은 운동의 강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10여 년 전 그때처럼 아침을 굶고 섬진강 강변을 걸어서 구례읍 봉산을 넘는 것이었고, 1차 바라는 목표치 10kg 감량과 똥배를 없애는 데 성공하였다.

문제는 날마다 쉬지 않고 1년을 걷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아침을 굶고 하는 걷기운동이 원인이었다. 내가 세월 속의 나를 몰라보고 착각한 탓이었다.

 지난 5월 봉산 숲으로 이사를 한 후, 동이 트는 무렵 집 뒤 봉산을 맨발로 걸어 올라 땀을 흘리며 만 보를 걷고 오는데, 이번에는 하루 세끼를 소식(小食)으로 먹되, 저녁을 일찍 조금 먹고, 새벽이면 배가 고픈 공복 상태에서 여러 가지 동작으로 걸었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난 지금 체감하는 효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효과 만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예전처럼 땀이 많이 나거나, 땀 냄새가 심한 건 아닌데, 걷기를 하면서 스치는 사람들 가운데, 냄새에 민감한 어느 중년의 아주머니가 불쾌하다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나처럼 겉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걷는 사람은 없다.)

몇 주 전 냄새에 민감한 이 아주머니로부터 땀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복잡하게 엉켰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땀을 흘린 상태에서, 안면이 있는 몇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냄새의 상태를 물어보았지만, 특별한 악취는 없다고 별문제 없다고 정상이라고 하는데, 냄새가 난다니 나로서는 답답할 일이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 다시 그 아주머니가 나에게 말하기를, 몇몇 아주머니들이 수군거리며 불쾌하다고 한다며 대책을 세우라고 하는데, 이제는 무시할 수가 없는 일이 돼버렸다.

더는 머뭇거릴 일이 아니라서,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읍에 나가 몇 분에게 직접 냄새의 유무를 확인받아 보니, 역시 지극히 정상이었고, 상담한 의사 친구는 축하할 일이라며 웃었다. (내가 정상이라는 의미다.)

전문의사의 말로는, 의학적으로 땀 냄새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치료 약이 없을뿐더러, 전형적인 액취증이 아니고, 걷기운동을 하면서 흘리는 땀 냄새는, 천년 먹은 산삼보다 좋은 거니, 개의치 말고 부지런히 지속하라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새벽마다 마주치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수군댄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전문적인 의학용어들과 수많은 데이터를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마디로 공복 상태에서 걷는 운동을 하면서, 흘리는 땀과 냄새는 몸이 회춘하는 좋은 징조로, 지금 나는 봉산이 주는 불로장생의 복을 받고 있으니, 감사하면서 부지런히 걸으라는 의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체감하는 느낌은 1999년 5월 사고 후 최고의 상태라는 것이다.

의사는 좋은 징조라면서, 혹 냄새가 난다고 하여도, 몸의 기능이 안정되면 사라질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부지런히 하라 하고, 나 또한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이라, 아침에 아주머니를 만나서 어제 의사와 상담한 결과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코스를 찾아볼 생각이다.

끝으로 내가 아침마다 걷기운동을 하는 전국의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특히 흔히 말하는 똥배를 줄이고, 성인병 예방과 치료가 목적인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은, 새벽에 일어나 걸을 때는, 가능한 전날 저녁을 가볍게 먹고 (최소한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 정도) 몸 자체를 허기를 가장 많이 느끼는 상태가 되도록 하여, 능력껏 땀을 내며 걸으라는 것이다. 당장 며칠이면 몸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것이고 3개월 정도면 사라진 똥배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무턱대고 빨리 걷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자신의 건강에 맞추어 필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올바른 걷기운동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 아침마다 봉산을 오르는 팔순이 넘은 두 분이 바른 걷기를 나에게 묻기에, “내 나이가 몇인데…. 내가 구례 누군데….” 라는 체면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하시라고, 그러시면 나머지는 저절로 다 잘 될 것이라고 말씀을 드린 일이 있었다.

걷기운동을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속담으로 정리하면, 사실이고 불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황새가 뱁새를 앞질러 가는 일은 당연하고 쉬운 일이지만, 뱁새의 뒤에서 보폭을 맞추며 걷는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이거야말로 우습고 실속 없는 일이다. 둘 다 잘못됐고 망할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을 보면, 건강을 위해서 걷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빨리 걷기 위해서 운동하는 것, 이것이 문제다.

문(門)이 없는 문 허허당(虛虛堂)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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