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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가을밤 무명 가수 “배은이”가 부르는 노래 “여자의 일생”을 들으며

[섬진강칼럼] 가을밤 무명 가수 “배은이”가 부르는 노래 “여자의 일생”을 들으며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10.09 14:29
  • 수정 2023.10.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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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효녀 가수 “배은이”가 부르는 여자의 일생이다.
사진 설명 : 효녀 가수 “배은이”가 부르는 여자의 일생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지난(7일 토요일) 초등학교 친구들이 고향에서 만나는 모임에 나갔다가, 그 북새통 속에서 몇 가구 되지도 않는 산기슭 마을에서 나고 자란 고향마을 친구 “분이”를 만났다.

우리 나이가 몇인가? 익기도 전에 생감 땡감으로 떨어지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 가끔 바람결에 소식을 들을 때면 그러려니 짐작만 하고 살았었는데, 서로 죽지 않고 살아서 그것도 마주 앉아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할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으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전국에 흩어진 초등학교 친구들이 고향에서 만나는 모임이라, 따로 시간을 내어 그동안 어찌 살았는지 묻지도 듣지도 못하고, 그냥 반가운 만남에 마주 앉아 서로 술잔을 건네며, 살아있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만 겨우 전했었는데, 다시 헤어지는 시간이 참 야속하기만 하였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세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또 살아서 만나자는 약속이 아닌 약속을 하고 돌아왔는데, 아침에 깨고 보니 어제의 일들이 취중에 꾼 꿈인 듯 나를 헷갈리게 하는 와중에 “분이”가 열심히 산다며 자랑했던 (고향마을 여동생) 효녀 가수 “배은이”가 부르는 노래 여자의 일생을 유튜브에서 찾아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여자의 일생이 생각난다.

효녀가수 배은이

먼저 하나는 지난 9월 24일 일요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더컨벤션 웨딩홀에서 치른 딸의 결혼식을 혼주로 주재하면서 체감했던 여자의 일생이다.

내가 딸의 혼사를 주재하는 혼주로, 그리고 결혼식 문화를 간소화하자는 주장을 하는 한 사람으로, 그리고 또 이런저런 사회적 계몽과 비판의 글을 쓰는 논객으로 느낀 것은, 이미자의 노래 여자의 일생이 대를 이어 리바이벌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나의 어머니)와 어머니(딸의 엄마) 그리고 손녀(딸 본인) 여인 3대가 살아온 시대와 삶을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 그리고 딸을 시집보내는 친정 아비의 마음에서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것은, 리듬이 조금 다른 긴 하지만, 새로운 버전이라기보다는 이미자의 노래 여자의 일생은 여자인 자신들이 스스로 리바이벌하고 있고,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자는 여자의 일생을 잘 부르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랑의 부모인 사돈 내외를 비롯하여, 양가 일가친척들이 신부에게 덕담으로 던지는 의례적인 말과 바람은 논외하고, 내가 놀라고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한 사람이 아닌 한 여자가 되기를 애쓰고 있는 딸도 딸이지만, (콕 짚어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객으로 왔던 딸과 사위의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농반진반 이구동성으로 나온 여러 말들이었다.

개인의 신상이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딸은 삼성그룹 계열 광고회사에 다니고, 사위는 롯데그룹 계열 광고회사에 다니는데….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삼성과 롯데 두 회사 그것도 각종 광고를 기획하고 만드는 젊은이들이 가지는 결혼과 가정에 대하여, 특히 남녀의 성평등과 직업의 평등 그리고 남녀는 물론 부부 각각의 능력에 따른 기회와 평등에 관한 인식이 무엇인지 그것이 궁금했었는데, 그날 내가 확인한 것은 그들 역시 남녀를 불문하고 이미자의 노래 여자의 일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결혼하는 신부가 앞으로 살면서 여자의 일생을 잘 부르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신부의 아비인 나만 빼고, 젊고 늙고 할 것 없이, 남자들의 생각은 다 똑같았다.)

결론은 여자는 행실이 어찌해야 한다는,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인습과 관습에 세뇌되고 길들어진, 할머니(나의 어머니)와 어머니(딸의 엄마) 그리고 손녀(딸 본인)는 시대와 세대는 달라도 여자인 자신들의 일생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자신들만의 리듬으로 노래 여자의 일생을 리바이벌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다.

글쎄 내 개인적인 주장이지만, 첫째는 자본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결혼보다 결혼식이 더 스트레스고 결혼을 주저하게 하는 문제라는 것이고, 둘째는 정부가 내놓고 있는 온갖 출산장려정책이 물거품이 되는 원인이 결혼하는 여성들에게 이미자의 노래 여자의 일생을 잘 부르기를 강요하고 있는 지금 바로 지금의 우리사회가 문제라는 것이다.

다음은 내가 고향을 떠난 이후, 한 번도 만난 기억이 없는 고향마을 여동생 (친구 분이의 동생) “은이”가 가수가 되어 부르고 있는 여자의 일생이다.

분이의 어머니 “배샌댁”은 가끔 명절과 마을에서 벌어지는 대소사 모임 끝에, 마을 여인들이 막걸리에 취해 놀 때면, 장구를 자유자재로 치면서 노래를 가장 구성지게 불렀었고 지금도 귀에 쟁쟁한데, 아마도 “은이”가 가수가 된 이유가 그런 어머니의 리듬감을 즉 끼를 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은이”가 부르는 여자의 일생을 들으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내 딸이니 은이에게는 조카뻘이 되지만) 결혼한 내 딸이 잘 부르기를 강요받고 있는 여자의 일생과는 달리, 정작 잘 불러야 할 효녀 가수 “배은이”는 스스로 부르고 있는 노래 여자의 일생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결혼한 젊은 여인 내 딸에게 바라는 것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잘 부르기를 강요하고 있는 여자의 일생을 어떤 형태로든 리바이벌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만 딸이 살고, 이 땅의 젊은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효녀 가수 “배은이”는 여자의 일생을 아주 적나라하게 심금을 울리는 소리로 잘 불러야 한다.

한마디로 노래 여자의 일생을 원가수 이미자보다 잘 부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잘 부르겠다는 생각 자체가 결국은 흉내를 내는 모창 가수일 뿐이기에, 역설로 말하면 본인 효녀 가수 배은이가 이미자의 노래 여자의 일생을 진실로 아느냐는 되물음이다.

노래든 삶이든 전통적인 여자의 일생을 스스로 절감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통적인 것과 동시에 재해석하는 새로운 버전으로 부르는 배은이의 노래 “여자의 일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금 내가 여자의 일생을 부르는 효녀 가수 “배은이”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연세 구십(90) 중반은 되었을 고향마을 어머니를 찾아가서 어머니가 나지막이 흥얼거리는 노래 여자의 일생을 마음으로 들어보라는 것이다.

효녀 가수 “배은이”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흔히 말하는 (팔 하나가 없는) 상이군인의 아내로, 그리고 먼저 간 두 아들을 가슴에 묻고 “분이”와 “은이” 두 딸을 보란 듯이 잘 키워낸 늙은 여인, 인생 구십(90)이 넘은 “배샌댁”이 부르는 노래 여자의 일생을 이해하고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땅의 어머니들 특히 자신들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만 했던 우리 세대의 어머니들 모두 동병상련하는 아픔이고 인생이지만, 진실로 가수 “배은이”가 파란만장한 시대와 기구한 생을 살아온 자신의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 여자의 일생을 깨달아 안다면, 자신이 불러야 할 여자의 일생을 알 것이고, 그리하면 사람을 위한 사람의 도시 순천시를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사람의 도시로 만드는 가수가 될 것이고, 나가서는 이 땅의 부모들을 위로하면서 자식들의 심금을 울리는 가수가 될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여자의 일생을 정리하면, 이제 막 결혼한 내 딸과 이 땅의 젊은이들은 물론 정부와 사회단체들은, 전통과 문화라는 이름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잘 부르기를 강요하고 있는 가슴 아픈 인고(忍苦)의 노래 여자의 일생을 시대와 사람에게 맞는 새로운 버전으로 바꾸면 좋겠고….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고향마을 여동생 효녀 가수 “배은이”는 나이 구십이 넘은 고향마을 늙은 어머니가 부르는 여자의 일생을, 이 땅의 어머니들이 부르는 여자의 일생을, 이미자의 노래가 아닌 자신의 노래로 불렀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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