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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문제의 아이 뒤에는 반드시 문제의 부모가 있다

[섬진강칼럼] 문제의 아이 뒤에는 반드시 문제의 부모가 있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10.0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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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24일 아침 7시 30분쯤 촬영한 청담동 사거리 스타벅스 매장의 풍경이다.
사진 설명 : 24일 아침 7시 30분쯤 촬영한 청담동 사거리 스타벅스 매장의 풍경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지난 24일 일요일 아침. 낮에 결혼식을 하는 딸이 나의 머리 손질을 예약해 둔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거리에 있는 전문 메이크업 샵 “비올”의 위치를 미리 확인한 후, 옆에 있는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에 앉아 차를 마시며 목격한 일이다.

가뜩이나 오랜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온전한 몸이 아닌 탓에, 혹시 불미스러운 시비나 실수라도 할까 싶어, 길거리 오가는 사람들을 조심하고 방비하는 차원에서 “비올”의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었는데….

아무리 보아도 초등학교 1~2학년은 되었을 사내아이가 초록색 풍선을 배구공처럼 가지고 놀면서 넓은 매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운동장도 아니고 놀이터도 아닌 카페에서, 풍선을 가지고 신나게 뛰어다니며 제멋대로 노는 아이를 피해서, 가능한 아이의 동선과는 거리가 먼 현관 창가에 앉았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으려다, 아이를 피해 차를 들고 창가로 가는 도중 아이가 내 앞을 스쳐 가는 바람에, 가뜩이나 낮의 혼사로 긴장하고 있는 나로서는 아이를 주목하며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 아침이라 한가하고 공간이 넓다고 하여도 공공의 장소인 번잡하고 위험한 카페에서, 초록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초록색 풍선을 가지고 노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아이가 아이답지 않게 특정한 색에 집착하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를 그렇게 길들이고 있는 부모가 궁금하여 찾아보니, 그런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젊은 아빠가 저만치 중앙 벽 가운데 폼 잡고 앉아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실감한 것은, 문제의 아이 뒤에는 반드시 문제의 부모가 있다는 확인이었다.

그날 내가 의아했던 것은, 매장 안에서 초록색 풍선을 공처럼 치고 날리며 제멋대로 놀고 있는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 몰상식한 젊은 아빠도 문제지만, 아이가 다치거나 손님들과 부딪혀 사고가 나면 100% 스타벅스가 책임져야 할 텐데, 스타벅스 관계자들 가운데 그 누구도 아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나서서 제지할 수도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도 딸의 결혼식을 몇 시간 앞둔 나로서는, 혹시 모를 사고와 시비에 휘말릴까 싶어, 다른 카페를 찾아 나가려다, 문제의 몰상식한 부자가 먼저 나가주어서 비로소 구례 봉산의 촌로가 서울 강남 청담동 사거리 스타벅스의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었는데….

창가에 앉아 바라보고 있는 (청담동) 사거리 풍경은, 일요일 아침이라 한산하기는 하여도, 지리산 구례읍 오거리 청자다방에 앉아서 보는, 풍경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날 24일 아침,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어 볼 일, 낮에 있을 딸의 결혼식을 걱정하는 나에게, 요 근년에 두 남매의 혼사를 치른 경험자인 김철 선생이 혼주 노릇 중요하지만,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라고, 혼주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그냥 어물어물하다 보면 시간이 저절로 가고, 그렇게 시간 때우는 것이 혼주의 역할이라고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 구례읍 봉산에 앉아 그날의 사진들을 정리하다 청담동 사거리 스타벅스에서 차를 마시며 촬영한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김철 선생의 조언 그대로 낯선 경험이었지만, 괜한 걱정에 나 혼자서 긴장하며 쫄았다는 생각에 헛웃음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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