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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여름 삼복에 찾은 잊고 살았던 소소한 즐거움의 이야기

[섬진강칼럼] 여름 삼복에 찾은 잊고 살았던 소소한 즐거움의 이야기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8.08 13:20
  • 수정 2023.08.0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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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구례읍 “카페 지인“에서 구매한 신선한 원두커피다
사진 설명 : 구례읍 “카페 지인“에서 구매한 신선한 원두커피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다음의 내용은, 온갖 압박에 몸과 마음을 시달리고 있는 고3 수험생을 둔 어느 엄마가 질문한 특별한 기도와 보약에 관하여, 대답해 준 내용 가운데, 내가 권한 커피에 관한 효능을, 일반적인 기준으로 쓴 것이다. 다만 참고할 뿐 특별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나는 오래전부터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다. 그렇다고 중독자는 아니고,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실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뭐 대충 그런 정도다. 굳이 표현한다면, 커피를 즐긴다기보다는 커피의 향기를 더 중히 음미하며 즐기는 사람이다.

지금이야 취향에 따라 원하는 커피를 언제든지 구하여 마실 수 있지만, 과거 산골에서 커피 원두를 구하기가 쉽지 않던 시절, 내가 고안한 방법은 냄비에 적당히 볶은 커피를 전용 주전자에 넣고 달여서 그대로 즐기는 것이었다.

원래는 남들이 하는 그대로 원두를 약한 불에 적당히 볶아서 바람에 식힌 후, 작은 절구에다 대충 빻아 무명 망에 넣고 끓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매번 커피를 끓이는 과정과 마시고 난 뒤 해야 할 처리가, 녹차를 마시는 것만큼이나 번거롭고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귀찮고 시간 낭비라는 말이다.

본래 차라는 것은 마음 편하게 음미하며 즐기는 것인데, 커피 한 잔을 끓여 마시는 그 과정이 복잡하고, 관리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여, 내 딴에 가장 편하게 마시는 방법으로 고안해 낸 것이, 적당히 볶은 원두를 그대로 주전자에 넣고 난롯불에 달이는 것이었고, 이것이 나만이 즐기는 커피의 시작이었다.

깊은 골짜기 북풍한설이 매섭게 몰아치는 한겨울, 움막 난롯불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에서, 종일 뿜어내는 커피의 향기와 언제든지 컵에 따라 마시는 커피는, 내가 찾던 가장 마음 편히 즐기는 간편한 방법이었고, 오래도록 잊지 못하고 살다 구례읍 봉산(鳳山) 숲에 마련한 허허당(虛虛堂)에서 다시 찾아 즐기고 있는 커피의 향기다.

사실은 지난날 강에서 살던 때, 원두를 달여서 즐기는 방법을 찾았지만, 비싸고 번거로울 뿐만이 아니고, 믿을만한 신선한 원두를 구하는 방법이 없어, 운동 삼아 구례읍에 나왔다가,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카페 허밍에 앉아서 한 잔을 마시고, 또 한 잔은 사 들고 가서, 책상에 두고 한 모금씩 마신 것이 전부였다.

지난 5월 2일 봉산 숲으로 이사를 온 뒤로는, 오가는 길목에 있는 오거리 단골 카페 허밍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오는데, 그 자체가 불필요하고 내게는 호사스러운 일이기도 하여, 내 분수에 맞게 살자 하고, 잊고 살았던 커피의 맛과 향기를 찾아, 신선한 원두를 판매하는 곳을 찾았다.

지난달 나의 사정을 헤아린 “카페 허밍” 이 여사님으로부터, 신선하고 다양한 원두를 판매하는 “카페 지인”을 소개받아, 옛날처럼 원두를 그대로 달여서 마시고 있는데, 이제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커피를 즐기고 있다.

더없이 좋은 건, 생각보다 비싸지 않으면서,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신선하고 다양한 원두를 판매하는 “카페 지인”이, 여기서 걸어 불과 5분 거리 천주교 옆에 있다는 것이다.

부연하면, 지금 내가 기가 막히는 것은, 몇 년 전 구례읍에서 원두커피를 판매하는 곳을 찾다 없는 것으로 알고 포기를 했었는데, (인터넷은 불편하고 신뢰할 수 없음) 그것도 구례에서 가공 공급하는 신선하고 다양한 원두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이따금 오가는 천주교 옆에 있을 줄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거듭 카페 허밍 이 여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밥이든, 술이든, 향기든, 무엇이 어떻다는 것은, 개인의 기호이고 취향이라, 원두 자체를 달여서 마시는 커피의 맛과 향이 어떻다는 것 또한 내 개인의 취향이지만, 이 여름 삼복에 찾은 잊고 살았던 소소한 즐거움이고 복달임이다.

오늘 내가 소소한 즐거움으로 커피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집에서 편하게 원두커피를 즐기고 싶은데, 과정이 번거롭다거나, 또는 건강이 염려되어 망설이는 이들에게, 나처럼 원두를 달여서 마셔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언제든 주변에서 질 좋은 볶은 원두커피를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커피포트에 취향대로 달여 마시면 된다.

참고로 커피포트에 끓이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향을 즐길 수 있고, 좀 더 빨리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은근한 불에 1시간 정도 취향대로 달이면 된다.

내가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2잔을 추출하는 분량을 커피포트에 넣고 끓이는데, 식혔다 끓이기를 5회 반복하면 진하고 향기로운 나만의 커피가 된다.

1차 끓인 것은 식혀서 별도의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놓고 손님 대접 등 필요할 때마다 취향에 따라 물에 희석하여 마시고, 다시 재탕을 끓여 낸 것은 부드러운 맛으로 마시고, 3탕을 끓인 것은 보리차처럼 편하게 마신다.

한마디로 시중에서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 2잔 분량의 원두커피로 대략 3일을 마음껏 즐기는 편인데, 컨디션 조절을 비롯하여 직접 느끼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부분들이 참 많다.

혹 과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중요한 사실은 누구나 하루를 살면서 흔하게 마시는 아메리카노 2잔을 알뜰하게 달여서 3일 동안 맛과 향을 즐긴다는 것이다. 절대로 과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커피 자체가 몸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커피 향기가 (어떤 특정한 향기가) 심리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안다면, 내 말이 이해될 것이다.

내가 권하는 방식대로 커피를 마시면, 시험을 준비하거나. 또는 연구 등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사람들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유용할 것이고,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도 어지간한 보약이나 영양제보다 좋을 거라는 말이다.

8월 8일 오늘이 밤이면 등불을 가까이하여 글 읽기에 좋다는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立秋)다.

창문 밖 옥빛 하늘은 더없이 아름답고, 바람에 살살 흔들리고 있는 대숲은 그대로가 한 폭의 그림인데, 세상사는 내일의 일들을 모르고, 다가오고 있다는 태풍 또한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가 없다는 것, 이것이 우리네 인생사다. 모든 이들이 태풍에 잘 대비하여 무탈하기를 기도한다.

문(門)이 없는 문 허허당(虛虛堂)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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