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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봉산 허허당 땅속에서 나온 녹슬고 부식된 총알을 바라보면서

[섬진강칼럼] 봉산 허허당 땅속에서 나온 녹슬고 부식된 총알을 바라보면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9.0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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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지난해 겨울 구례읍 봉산 허허당 땅속에서 나온 녹슬고 부식된 총알이다.
사진 설명 : 지난해 겨울 구례읍 봉산 허허당 땅속에서 나온 녹슬고 부식된 총알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게재한 사진 속 녹슬고 부식된 총알(탄환)과 온전한 탄피는 오래전 여순반란 당시인지 6·25 후 지리산을 근거지로 한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李鉉相 1905년 9월 27일~1953년 9월 18일)의 (빨치산) 잔당들과 군경토벌대의 전투에서 분실되고 발사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발사되지 않고 부식된 총알은 지난해 겨울 여기 구례읍 봉산 허허당 터를 다지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금 내가 앉은 자리 땅속에서 나온 것이고, 온전한 탄피는 오래전 광양 백운산 정상(상백운암 부근) 바위틈에서 발견한 것이다. (젊은 시절 지리산 숲과 크고 작은 골짜기들을 짐승처럼 쏘다닐 때는 여러 갖가지 상흔들을 보았다.)

버리려다 봉산에서 시작하는 허허당의 역사를 기념하는 의미로 챙겨 두었던 것을, 서랍을 정리하다 꺼내놓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총알은 세월에 녹슬고 바람과 이슬에 부식되어 변하는데….

지금 정율성과 홍범도를 두고, 나라와 국민을 극단으로 내몰고 있는 우리 사회와 정치를 보면, 사람의 부질없는 이념과 사상은, 세월에 변하지도 않고, 바람과 이슬에 부식되어 사라지는커녕, 여전히 살아서 시대와 사람에 따라 갖가지로 모습을 바꾸면서, 국민의 피를 부르고 있는 끔찍한 괴물이라는 것이다.

몇 번을 생각해도, 홍범도와 정율성을 훌륭한 독립운동가로 민족의 영웅으로 찬양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갸웃거려진다.

특히 잔혹한 동족상잔인 북한의 6.25 남침 전쟁을 내전이라고 하면서 6.25 전쟁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삭제하고 육사 교과서 과정을 개편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등 그 연장선상에서 육사의 상징인 교정에 홍범도를 비롯한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의 흉상을 세워 사관생도들이 받들어 본을 받아야 할 영웅들로 만들어놓은 세력들의 의도를, 정말로 모르고 저러는 것인지, 알면서도 저러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정율성과 홍범도 등등을 영웅으로 받들면서 흉상을 사관학교와 팔도 곳곳에 세워 놓은 뜻을, 알면서도 찬양하는 거라면, 이미 오래전 검증되고 실패한 것으로 확인된 공산주의 사상에 미친 정신병자들이고, 모르고 찬양하는 것이라면, 정파적 사고에 매몰되어 부화뇌동하는 소인배들이라는 것인데….

지금 문명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보면서 확인하는 단 하나의 사실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거나 모르거나를 막론하고, 저들이 대를 이어 기획하고 의도한 대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가인 대한민국은 이른바 블러드문 붉은 달에 의해서 붉은빛의 나라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정율성을 독립운동가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 하면서, 그가 만든 중공군 군가와 인민군 군가를 우리의 어린 학생들이 자랑스럽게 부르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국가를 지키는 핵심인 사관학교에 홍범도를 비롯한 등등의 흉상을 세워 받들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겉으로는 통일을 위한 남북화해와 화합을 전제로, 국가의 주적을 공산주의이며 독재 국가인 중국과 북한이 아닌, 일본으로 돌리는 것이지만, 그 내면을 깊이 관찰하여 보면, 강력한 한미 동맹을 이간 와해시키면서, 자유대한민국을 스스로 자멸하게 하는 기획 연출이고, 그 과정이 치밀하게 작동 진행되고 있는 것인데….

다음은 해방 이듬해 1946년 8월 16일 민족의 수난 시대를 격렬하게 살아온 72세의 최병심 선생과 41세의 엄수동 선생 두 애국지사가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고 나누는 대화의 기록이다.

읽어보면 78년 전 그때나, 78년 후 지금이나, 사람만 다를 뿐, 똑같은 일로, 똑같은 근심에 새삼 놀랍기도 하겠지만, 문명한 인류사회가 이미 오래전에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진부한 사상놀음에 아직도 휘둘리고 있는 꼭두각시들이, 누구이고 어떤 부류들인지를 분명하게 알 것이다.

『해방된 이후 수많은 사람이 거리낌 없이, 울분을 토하며 복수하였고, 온통 붉은 산처럼 공산주의자들의 세상이 되었다.

선생이 앞산을 가리키며, “네가 사는 곳도 이와 같지 않으냐?” 하고 물으시매. “그렇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선생께서 장차 큰일이라고 탄식하시며, 묵연히 계시다가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리분별을 못 하면, 장차 머지않은 날에 전쟁이 있을 것이다.” 하시었다.』

<경와사고(敬窩私稿) 순산일기(舜山日記)에서 발췌>

이로부터 곡 4년 후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남북한 군인과 민간인들 포함 대략 1,500,000명을 죽인 동족상잔의 전쟁이 일어났는데….(국군 전사자 약 13만 7천900여 명, 유엔군 전사자 약 3만 3천700여 명)

2023년 9월 3일 영혼까지 공산주의자이며 6·25남침 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으로 참전했고 중국 공산당을 사랑하여 귀화한 공산주의자 정율성과 소련 스탈린으로부터 권총을 하사받은 홍범도를 국민은 물론 정치인들과 식자들이 너도나도 찬양하고 있는 지금 바로 지금이, 1946년 8월 16일 두 애국지사가 스승과 제자로 만나 탄식하며 우려했던 그 시대와 똑같은 상황이라고 한다면, 몇 사람들이나 이해할지 모르겠다.

해방 후 78년을 사람으로 치면 증조할아버지의 시대에서 증손자들의 시대로 사람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고 문화도 바뀌고 사는 것 자체가 바뀐 세월인데….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는커녕 78년 전 그때나 78년 후 지금이나 사람만 다를 뿐, 우리 대한민국은 여전히 증오와 분열이라는 식민사관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부끄럽고 안타까운 나라다

거듭 말하지만, 처음 우리의 선조들이 독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투쟁했듯이, 우리가 독립 유공을 논함에 있어, 식민치하에서 개개인의 특별한 공적을 논할 뿐, 좌·우와 남·북을 논할 필요는 없다. (좌·우와 남·북의 공과(功過)는 별개의 문제다.)

마찬가지로 친일 매국노들을 단죄하는 가장 기초적이며 절대적인 기준은, 계급도 직업도 아닌 특정한 개개인의 특별한 반민족 행위 여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정의도 없고, 원칙도 없는 오늘의 친일 청산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주체사상파들이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공고히 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를 지키는 울타리 반공사상을 무너뜨리고, 이 나라 우익으로 대변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 세력들을 제거하려는 음모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과연 나 혼자만의 기우(杞憂)일까?

진실을 감추고 사실을 왜곡하는 오늘의 친일청산 작업이 우익세력들을 제거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자멸시키려는 주체사상파들의 음모라면, 지금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해야 할 것이니, 다시 뜻있는 우국지사들이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해방 78년, 이른바 남한의 우익들은, 비단 금침에 누워(부패) 북으로 간 좌익들을 잊은 지 오래인데, 북으로 간 좌익들은 일구월심 남한의 적화를 바라며, 남한의 좌익사상가들과 함께 비몽사몽간을 헤매고 있는 기막힌 세월이다.

인터넷이라는 마법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 세상을 열고, 세상을 경영하는 21세기 2023년 9월이다. 정녕 김일성과 김정일과 김정은의 동상을 황금으로 만들어 광화문 네거리에 세우고, 육군사관학교에 세워 대를 이어 충성을 맹세할 일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주체사상이라는 낡은 고물차에서 그만 내려오기를 바란다.

문(門)이 없는 문 허허당(虛虛堂)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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