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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더는 안 된다. 세월호를 시작으로 반복되고 있는 잘못된 악습을 이제는 고치자

[섬진강칼럼] 더는 안 된다. 세월호를 시작으로 반복되고 있는 잘못된 악습을 이제는 고치자

  • 기자명 박헤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8.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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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뉴스 보도된 범람하는 내성천이다
사진 설명 : 뉴스 보도된 범람하는 내성천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어린 시절 부채 바람마저도 뜨거운 여름날, 마을 당산나무 아래서 입담이 좋은 어른에게서 들었던 섬진강과 보성강이 합류하는 압록마을에서 있었다는 조금은 거시기하고 머시기한 이야기다.

(119 자체가 없던 옛날) 어느 여름날 강으로 목욕하러 나간 남편이 그만 급류에 휩쓸려 실종 시신을 찾을 길이 없었는데, 며칠 후 수십 리 섬진강 하류 하동의 어부가 하구에 쳐놓은 그물에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불행한 일이지만, 시신을 찾은 것만도 다행이라며 마을 사람들이 장례를 준비하는데, 부인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의 시신을 보더니, 살아도 못살아, 나는 살아도 못 산다며 대성통곡하며 슬피 울었다.

부인이 하도 슬피 통곡하는 소리에, 마을 아낙네들이 왜 살아도 못 산다는 것인지, 시신을 덮은 흰 천을 들치고 사정을 알아봤는데. 보는 아낙네들마다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나라도 못 살 일이라며 부인을 위로하였다.

궁금한 마을 남정네들이 뭔 속인 지나 알아보자며 시신을 확인하여 보니, 시신의 고추를 즉 성기를 물고기와 게들이 모두 뜯어 먹어버리고 없음을 알고서는, 정말 살아도 못 살 일이라며 혀를 찼다.

마을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전해오고 있는, 조금은 야한 위 이야기의 중심이, 섬진강과 보성강이 합류하는 연유로, 물의 흐름이 빠르고 보이지 않는 물속 소용돌이가 심해, 한 번 휩쓸리면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반드시 물귀신의 밥이 돼버린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는, 압록마을로 특정되고 있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체득 축적된 섬진강 익사 사고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겁주기 위해서, 꾸민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오늘 내가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 하나를 꺼낸 것은, 고 채수근 해병을 죽게 한 원인을 근원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부연하면, 상관이 좆으로 밤송이를 까라고 하면 무조건 까는 것이 대한민국 군대이고, 그 조직과 특수성을 잘 알고 있지만, 고 채수근 상병의 죽음은 해당하지도 않을뿐더러, 국민의 묵인하에 국가와 군대가 죽인 살인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고 소신이다.

비록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지만, 섬진강에 전해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물의 흐름이 빠른 강물에 사람이 익사하면, 시체는 단순한 부유물이 되어 떠밀려 간다는 사실이다.

물론 물의 흐름과 지형 등 조건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잘 알지만, 폭우에 급류로 넘쳐흐르는 내성천의 경우 죽은 시신이 하천 바닥에 가라앉아 파묻힐 일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해병대는 즉 국가와 군대는 실종된 주민의 시체가 무서운 급류로 흐르는 하천 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해병대 병사들에게 명령하여 물속으로 들어가 일일이 발로 확인하라고 하였다.

장마철 쏟아부은 극한 호우로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급류와 흙탕물로 범람하는 내성천 물속으로 들어가서, 하천 바닥을 발로 더듬어 시체를 찾는 수색을 하라고 명령하는 그 자체가 구조와 수습의 ABC를 모르는 무지이고, 병사들의 목숨을 고스톱판에서 버리는 쓸모없는 껍데기로 취급하고, 경시하는 풍조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대단히 비과학적이고 잘못된 것이다.

혹 연일 제기하는 나의 비판이 뭘 착각하는 것이라 하여도, 우리가 정말 깊이 생각해야 할 심각한 문제는, 물에 빠진 인명을 구조하는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구명조끼 등등 완벽한 안전 장비를 갖추고도 하지 못할 극한의 급류 속으로, 맨몸의 해병대 병사들을 투입하여, 시체를 찾으라고 명령한 지휘관이 제정신이고, 그런 군대와 국가가 정상이냐는 것이다.

더는 안 된다. 이제는 고치자. 세월호 침몰에서부터 시작된 잘못된 악습을 이제는 고치자.

본래 구조(救助)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뜻이고 용어지, 죽은 사람에게 쓰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죽은 시신을 찾고 인양 수습하는 작업을 하면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찾고 구조하는 것처럼 갖은 쇼를 하다가 (정치적 쇼)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이고 누군가의 아빠이며 가족인 사랑하는 사람들 즉 멀쩡한 생목숨들을 죽이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으로, 반드시 고쳐야 할 악습이고, 국가와 군대의 병폐다.

세월호를 시작으로 국가의 명령으로 시체를 인양 수습하는 작업에 동원되어 임무를 수행하다가, 소중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번 채수근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이, 살아 있는 사람을 구하다가 순직한 것이 아니고, 이미 죽은 시신을 찾고 인양 수습하는 작업을 하다가 죽었다는 것은, 재난에 대비하고 수습하는 국가의 시스템과 국민의 의식이, 기본에서부터 잘못되어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열 번 백 번을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사고와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이 어떻다고 하여도, 긴급하지도 않은 이미 죽은 시신을 찾기 위해 아무런 안전 장비 하나 없이, 그 흔한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말고 맨몸으로 들어가 수색하라는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급류에 휩쓸려 죽은 채수근 상병의 부모와 가족들이 사는 내내 겪을 마음의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 이것이 세월호를 시작으로 반복되고 있는 잘못된 악습을 고쳐야 할 이유다.

문(門)이 없는 문 허허당(虛虛堂)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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