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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정율성과 홍범도를 두고 벌이는 쓸데없는 논쟁을 보면서

[섬진강칼럼] 정율성과 홍범도를 두고 벌이는 쓸데없는 논쟁을 보면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8.29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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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정율성이 귀화하여 목숨 바쳐 사랑한 나라 중국의 오성홍기다.
사진 설명 : 정율성이 귀화하여 목숨 바쳐 사랑한 나라 중국의 오성홍기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예로부터 전하는 속담에 “처서에 비가 오면 만 가지 곡식이 해롭다.” 하였는데, 날씨가 한 해의 농사 작황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절에 쓸데없는 비가 잦다 잦아도 너무 잦다.

삼복염천의 여름이 지나고, 맑은 바람과 햇볕에 오곡이 여물고, 갖가지 과일들과 온갖 열매들이 익어가는 입추(立秋)의 초가을을 망치고 있는 늦장마가 몰아오는 쓸데없는 비에 갇혀, 방구석에 앉아 애먼 리모컨만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여기를 보나 저기를 보나, 뉴스마다 정율성과 홍범도를 두고 벌이는 철 지난 쓸데없는 논쟁으로 시끄럽기만 하다.

먼저 일러두고 싶은 것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역사 그것도 인물을 두고 벌이는 평가와 논쟁은, 사람들 저마다 가지는 이념과 또는 국가의 정체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것이라, 옳다 그르다 하는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미 가고 없는 역사 속의 인물들인 정율성과 홍범도를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영웅으로 기리고, 자라는 후손들에게 받들어 공경하라고 교육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논하기 전에,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지금 국민이 지지하고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국시(國是) 즉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국민이 지지하는 국시가 무엇이냐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굳건히 하는 국가라면, 정율성과 홍범도는 역사박물관 어느 한 귀퉁이에 두거나, 또는 역사 교과서가 아닌 역사의 기록으로 몇 자 써 두면 족할 인물이다.

이와는 반대로 국민이 공산주의를 신봉하거나, 또는 중국식 공산당을 국시로 하는 국가라면, 특히 중국을 받들어 모시고 따르는 모화사상을 국정철학으로 한다면, 국가와 국민은 정율성과 홍범도를 정치이념으로 삼아 기리면서,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존경으로 받들며 대대로 본받을 민족의 영웅으로 교육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어리석은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은, 홍범도나 정율성 모두 북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로 이어지는 정권에서 어떤 인물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냐는 것이다.

특히 정율성의 경우 북한 김정은 정권에서, 광주와 광주시민들처럼 민족의 영웅으로 기리며 추앙하고 있냐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물론 중국 공산당도 하지 않는 정율성 영웅화 작업을 거리낌 없이 진행하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받들어 모실 것을 교육하고 있는 광주와 광주의 시민들은 아주 특별하고 특이한 이념에 미친 도시이고 사람들이라는 것 이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부연하면, 나는 오래전 성인이 된 딸로부터 사윗감으로 어떤 인물을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네가 데리고 살 남자는 네 맘에 들어야지 내가 무슨 소용이냐며 웃은 일이 있었다.

그때 딸이 정색하면서 다시 이것저것 묻기에, 굳이 아버지가 너를 위해 한마디 한다면, 어떤 남자든 네 맘에 들었다는 것을 전제로, 전라도 특히 광주 출신만 아니면 좋겠다고, 혹 광주 출신이 연이 되었다면, 굶어서 죽을지언정 광주 또는 전라도에는 절대로 내려오지 말라고 그 한마디만 강조하였다.

의아한 낯빛으로 왜 그래야 하냐고 이유를 묻는 딸에게, 결혼하면 자식이 있을 것인데, 그 자식들의 교육과 인생을 생각해 보라고, 너의 자식들이 광주와 전라도에서 자라면서 보고 배울 것이 없다고, 정말 가슴 아프고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이 뭔지도 모를뿐더러, 모든 옳고 그름이 광주의 정치와 이념에 따라 정해지고, 잘 길든 짐승들처럼 그것을 믿고 따를 뿐, 한마디로 쓸데없는 정치와 이념의 노예가 되어 인생을 망칠 뿐이라고….

평생을 전라도에서 태어나 전라도에서 늙은 나는 이미 충분한 면역력이 있고, 소화할 능력이 있어 괜찮지만, 앞으로 아버지 세대가 겪었던 5,18보다 더 무서운 변고와 지독한 정쟁이 광주와 전라도에서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고, 너와 네 자식이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평생을 헤어나지 못할 게 뻔하기에, 그것을 피해서 사람답게 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니다. 얼마 전 경상도 출신으로 전라도에서 사는 이가 찾아와서, 자녀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가 전라도가 아닌 부모의 고향인 경상도로 가는 이유가, 전라도와 광주는 일반인들은 감히 견줄 수 없는 특별가산점을 받는 종족들의(민주애국시민들) 천국이고, 자신은 가산점이 없어 천국으로 들 수 없는 종족이라며 웃었다.

그 씁쓸한 웃음의 의미를 잘 알기에 나도 따라 웃고 말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라도와 광주의 인구가 빠르게 줄고, 그에 따른 행정소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는 사실이다. 광주와 전라도는 스스로 소멸하고 있다는 의미다. 

나의 결론은 분명하고 명확하다. 광주와 광주시민들이 정율성을 민족의 영웅으로 기리며 받들겠다고 한들, 혹 정율성의 나라로 만든다고 한들, 감히 누가 막을 것인가, 중앙정부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차라리 광주를 재정과 행정을 100% 독립 자급자족하는 특별 해방구로 자치구로 만드는 것은 쉬워도, 윤석열 정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군의 주적이 북한이라고 한다면, 특히 공산주의에 대적하는 군대라고 한다면, 육군사관학교는 물론 국방부에서 홍범도를 비롯한 공산주의 전력의 인물들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홍범도와 정율성 이들의 공과는 과거지만, 대한민국과 군대는 당장 존립해야 하는 현재이고 살아내야 할 미래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지금 대한민국의 국시와 군대의 주적이 분명하다면 흔들림이 없다면, 그것을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국정이기에 하는 말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날짜를 쓰다 보니, 8월 29일 오늘이 바로 1910년 한일합병조약이 공포된 경술국치일이다. 오늘이 이 날인지를 아는 국민이 몇이냐 있고, 그 가운데 의미를 되새기는 국민이 몇이나 있을까? 한심한 국민의 나라 한심한 대한민국이다.

문(門)이 없는 문 허허당(虛虛堂)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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