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섬진강칼럼] 이현상 토벌 없이 지리산의 안정 없고, 지리산의 안정 없이 대한민국의 안정도 없다

[섬진강칼럼] 이현상 토벌 없이 지리산의 안정 없고, 지리산의 안정 없이 대한민국의 안정도 없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9.08 06:57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설명 : 구례읍 오거리 카페 허밍 입간판에 써놓은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튀르키예 속담이다
사진 설명 : 구례읍 오거리 카페 허밍 입간판에 써놓은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튀르키예 속담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난 5월 2일 그동안 살던 섬진강을 떠나 구례읍 봉산 허허당으로 이사를 한 후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고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처음 찾아온 손님이 (정확한 신분을 밝힐 수 없지만) 평소 나를 잘 아는 이가 도움을 청한다며 모시고 온, 영화와 드라마를 기획 제작하는 감독이었다.

지리산과 구례를 중심으로 영화 또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다며, 좋은 소재를 찾는다는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내가 한 첫마디는 “요즈음처럼 편하고 질 좋은 생리대도 없던 시절, 구례의 처녀가 지리산으로 들어가서 흘러내리는 붉은 생리혈로 혁명의 깃발을 그려 싸웠다는 둥 그런 싸구려 신물 나는 이야기를 찾는 것이 아니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것으로, 다음 두 가지 역사를 설명하였다.

먼저 추천한 것은, 비록 의병들이 맞서 처절하게 싸우다 처참하게 패한 전투였지만, 정유재란 당시 시산혈해(屍山血海)를 이루며, (1597년 10월 31일 ~ 12월 18일 의병과 승병 3,500여 명 전멸) 우리말 붉은 피가 흘러 내를 이루었다는 혈천(血川) 즉 오늘날 “피아골”의 이름이 된 석주관(石柱關) 전투를 아는 대로 설명하면서 재조명하여 보라고, 당시 구례의 민초들과 승려들이 의병이 되어서, 어떻게 싸우다 어떻게 죽었는지, 3천여 명이 전멸당한 역사의 기록을 중심으로 충실하게 재현하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영화 “명랑”에 버금가는 성공은 물론, 두고두고 명작이 되고 국가의 기록으로 남을 거라고 하였더니,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거절하였다.

다음으로 추천한 것이, 현장이 구례군은 아니지만, 불행한 시대에 태어나서 지식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시대의 아픔을 엿볼 수 있고, 수많은 갈등과 고뇌 끝에 지리산 바람으로 살다 48세로 죽어 지리산 화개동 빗점골의 바람이 돼버린, 저 유명한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李鉉相, 1905년 9월 27일~1953년 9월 18일)의 일생을 주제로, 영화든 드라마든 만들어 보라고 하였다.

인간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중시되고 있는 문명한 현대사회에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만일 내가 이현상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친일파가 되지 않고 일본에 저항하는 민족의 독립을 바라는 민족주의 편에 섰다면, 실천의 방법론에서 차이는 있었겠지만, 선생과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며,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오래전 어려서 들었던 이야기와 80년대 초 현장 답사를 하는 등 내 개인적인 조사 연구 결론은 토벌대의 사살이 아닌 사람을 사랑하는 이현상이 어린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자살임을 입증하는 몇 가지 설명과 함께, 내가 아는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은 인간을 사랑한 사람, 나라를 잃고 일왕의 신민으로 사는 불쌍한 조선의 백성을 사랑한 지식인이었을 뿐, 흔히 우리가 아는 스탈린 또는 북한식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그 증거로 그가 마지막 선택한 죽음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면서, 방법론이 달랐을 뿐, 내면을 보면 인간을 사랑한 휴머니스트 인도주의자였다고, 한마디로 낭만적인 공산주의자였다고 말해주었다.

부연하면, 내가 권하는 성공의 조건은 (드라마든 영화든) 뻔한 이야기의 나열이 아닌, 죽은 이현상을 깨워 21세기 문명한 오늘을 여행하면서, 이현상의 입을 통해서 자신이 살았던 과거는 물론 현재도 여전히 어리석은 낡은 이념에서 깨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말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무덤에서 살아나온 이현상에게, 지금 21세기 문명한 인류가 부러워하는 자유 대한민국 사회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세습하는 독재 특히 자신이 꿈꾸었던 공산주의를 버리고, 이상하게 변해버린 북한의 사회와 인민들의 실상을 돌아보게 한 후, 일제시대와 해방 그리고 한반도 분단과 6·25 남침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근원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독립운동을 함께 했던 이 땅의 식자들이 해방 후 78년이 흐른 지금까지 좌우 이념대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우리 시대를 어떻게 보며 그 해답은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 이현상이 둘러본 남과 북을 두고, 그대가 바라고 사랑하는 세상은 어떤 것이냐고 지금의 남북한을 보고 둘 가운데 어떤 것이 이현상이 원하는 나라인지를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막걸리를 반주로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내 말에 손님의 반응이 미지근한 것이 이상하여, 그를 안내하여 온 지인에게 혹 “좌파”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방향과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는 이념의 논란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소재는 참 좋은데 (주제가 좌파들의 전설이며 우상인 죽은 이현상을 깨워서 오늘의 남북한사회를 둘러보고 평가하는 것이라서) 어려울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예측했던 그대로였다.

그날 그 손님을 보내고 절감했던 생각이지만, 작금 여전히 이념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정치인들과 언론인 등등을 보면서, 특히 이 모든 혼돈의 발원지가 되어 스스로 퇴보하고 있는 전라도의 식자들과 그리고 반공사상을 앞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게 상기시켜주고 싶은 것은,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에 올라설 수 있다”라는 튀르키예 (터키) 속담과 “이현상의 토벌 없이 지리산의 안정 없고 지리산의 안정 없이 대한민국의 안정 없다”라면서, 토벌을 명령한 이승만 대통령의 분명하고 단호한 의지다.

이승만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를 밝힌 이 한마디는 저 유명한 이순신 장군의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인용한 것인데….

설명하면, 전라 좌수사 이순신 장군이 수군의 본영을 섬진강 하구 서쪽에 자리한 전남 여수에서, 섬진강 동쪽에 있는 경남 통영 한산도 두을포로 옮긴(14일) 2일 뒤 1593년(선조 26년) 7월 16일 평소 교류하던 현덕승에게 보낸 서찰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호남이야말로 나라를 지키는 울타리다. 만약 호남이 없었으면 나라는 없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진을 한산도로 옮겼으며, 이로써 해로(海路 왜구들이 호남으로 들어오는 길목)를 가로막을 계획이다.”라며, 본영을 섬진강 동쪽 한산도로 옮긴 의미를 설명한 것은, 섬진강의 중요성을 전략적으로 강조한 말이다.

부연하면, 서두에서 언급한 정유재란 당시 피가 흘러 강이 되고 섬진강 푸른 물이 붉게 물들었다는 석주관 전투의 원인이기도 하다. (1597년 10월 31일 ~ 12월 18일 의병과 승병 3,500여 명 전멸)

정리하면, 민주화의 가면을 쓴 사악한 김대중이 주특기인 현란한 말재주로, 어리석고 탐욕에 찌든 김영삼과 김종필을 이용하여 만들어놓은 지역주의에 기생하면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썩어빠진 정치와 이미 오래전 인류가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실패한 이념의 늪에 빠져 헤매고 있는 정신병자들의 놀이터가 돼버린 이 땅의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바라는 세상이 어떤 것이기에 이러는 거냐고, 지금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어디서 어떤 계단을 밟고 있느냐는 것이다.

사람의 어리석음과 세월의 안타까움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할 수만 있다면 시도해보고 싶고 궁금한 것은, 이순신과 이승만과 이현상 세 명의 이씨를 저승에서 불러다, 오늘 우리 시대의 대한민국을 두루 둘러보게 한 후 어떠하냐고 답은 있느냐고 물으면, 무어라고 하면서 어떤 답을 내냐는 것이다.

글쎄 뭐 추측이지만,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고 하였으니. 이미 이승과 저승을 직접 두루 경험한 세 사람 모두, 인생사 정치사 세상사는 물론 역사에 정답이 없음을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그냥 한바탕 웃으며, 나에게 괜한 짓을 했다면서, 인간 세상보다 저승이 편하고 좋다며 돌아갈 거라는 것이다.

문(門)이 없는 문 허허당(虛虛堂)에서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