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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선 신진서를 보면서

[섬진강칼럼]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선 신진서를 보면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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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구례읍 오거리 카페 허밍 입간판이다.
사진 설명 : 구례읍 오거리 카페 허밍 입간판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지난 11월 22일 치러진 제28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바둑대회 8강전에서 중국의 셰얼하오 9단에게 158수 만에 흑 불계패를 당한 신진서 9단이, 오늘 오후 치러진 제25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 대국에서, 7연승으로 질주하는 셰얼하오 9단을 상대로 13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상했던 지존의 자존심을 되찾은 것은 물론, 한국에 첫 승을 안겼는데, 바둑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홀로 한국의 희망이 되어준 신진서 9단에게 축하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 생각을 접고 보면, 이런들 저런들 한판의 바둑이지만, (한·중·일 각 5명이 출전) 시작부터 중국 대표인 세얼하오 한 명에게 한국과 일본 대표 각 4명이 패하는 치욕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신진서 9단이 마치 지난달 대마를 잡히며 158수 만에 흑으로 불계패 당했던 복수라도 하는 듯, 흑으로 백 대마를 잡고 133수 만에 불계승을 거둔 것은, 신진서 자신이 실패한 자신으로부터 승리한 것이며, 전국에서 시청했던 팬들에게는 영하 5도의 한파를 날려버리는 더없이 즐겁고 통쾌한 대국이었다.

게재한 사진은 매일 오가는 구례읍 오거리에 자리한 카페 허밍 주인이 입간판에 써놓은 실패한 사람들 실수한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다시 가슴에 희망을 품고 살게 하는 “넘어진 자리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다.”라는 명문이다.

여기저기 이 사람 저 사람 흔히 쓰는 흔한 말이지만, 며칠 전 카페 주인이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 입간판에 써놓은 뜻을 헤아려보면, 닥쳐온 엄동설한의 힘든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힘든 구례 사람들을 위로하는 마음이겠지만….

불과 12일 전 (11월 22일) 흑을 들고 대마를 잡히는 굴욕 끝에 158수 만에 불계패 당했던 세얼하오에게, 오늘 똑같은 흑으로 똑같이 대마를 잡고 133수로 불계승한 의미를 살펴보면, 결코 우연이라 할 수만은 없는 것으로, 넘어진 바둑판에서 다시 일어서는 신진서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끝으로 자신이 넘어진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나 다시 출발한 신진서를 주제로 글을 쓰면서 생각나는 것은,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남 탓으로 지새며, 세상 온갖 저주와 악담을 퍼부으며 정쟁으로 지새고 있는 저 썩어빠진 여의도 3류 정치다.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어디 한두 사람이고 하루 이틀의 일이겠는가마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 윤석열부터 시작해서, 보석과 패션의 여제(女帝) 김정숙과 잡범 이재명을 청렴하게 만들어버린, 존칭도 아까운 김건희 여사의 끝없는 명품 사랑과 탐욕은 기가 차고 말문이 막히는 일이다.

여기에다 민주당 5선의 이상민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인요한이 벌이고 있는 민주당 탈당과 국민의힘 입당의 쇼를 보면, 정치가 썩어도 더럽게 썩었다는 환멸을 넘어 구역질이 나는 일이다.

국민의힘이 이상민을 어떻게 대접할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청산과 척결의 대상인 탐욕의 화신 이상민을 받아들이는 순간 국민의힘은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스스로 꺼꾸러지는 어리석은 집단으로 가혹한 심판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과 초목들은 물론 미물의 생명들 모두,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면 죽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 이것이 만고 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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