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와트 가는 길-캄보디아 기행김윤자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신이 마주 본다 하여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나라무조건 웃어라, 그 미소는 꼭 담아가라고심오한 설명을 들으며힌두교 문화 유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이 길은 옛날 왕족, 승려가 다니던 길로인도 서역을 바라보고 있는동쪽에 위치한 사...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캄보디아 문학기행김윤자베트남 호치민 공항에서캄보디아 상공에 들어섰을 때지상에는, 온통 늪지와갈색 버린 땅이 나뒹굴고 있다.그러다가 큰 호수 위로끝없이 날아가고, 신비로움은그때부터 시작 되었다.물속에 나무들이, 곡식들이 잠겨 있고겨우 호수 끝에서 농토다운경작지가 보일 뿐...
베트남 호치민 공항-베트남 문학기행 김윤자 앙코르 와트에 가면서내가 굳이 베트남 남부의 호치민 공항을거쳐 가는 것은 분명한 사유가 있어서다.여기가 어디인가월남 사이공, 우리 역사의 바람이한 획을 긋고 지나간 땅월남이 무너지면서사이공에서 호치민으로 바뀌었어도여기는 여전히 사이공이다.용감...
북경 평양랭면 식당-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동족의 아픔을 먹는다.가장 가까운 우리 형제를동물원에 진열된 생명체를 보듯큰 눈으로 바라본다.검은 원피스에 흰 칼라긴 머리의 소녀가 대한의 여인인데천안 삼거리,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부르는고운 목청이 한반도의 맥박인데뽀얀 복사꽃...
인력거 투어-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북경 시내 중차가 다니지 못하는 골목과재래시장, 부의 부인 생가까지 다녀오는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라 했다.붉은 색 천으로 지붕을 두른자전거 개량 마차로, 두 명을 싣고덩치 큰 젊은 남자가 페달로 끌고 간다.백팔십 년 된 고전주택 길도가난한 재래시장도초라한 부의 부...
연길 공항-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한국에 돌아가거든연길의 동포들 잘 있다고잘 산다고, 남부럽지 않게 산다고전해 달라는 조선족 동포의 말그래야 연길이 알려진다고눈물겨운 후렴까지 힘주어 당부하는데핏줄을 타고 흐르는 동족애의 정이 뜨겁게 느껴지는 순간이다.가슴 한쪽이 아리면서도 흐뭇한 것은내가...
연길 진달래 공원-중국 문학기행김윤자진달래꽃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조국을 보러 온다.노래를 부르고 싶어 모이는 것이 아니라조국을 부르고 싶어 모인다.진달래 정자를 지어 놓고진달래 꽃송이 조각탑을 세워 놓고보랏빛 조명으로 물들이며조국의 동산을 그리고 있다.따스한 조국의 향수를 품고 있다.어디...
해란강과 일송정-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두만강 지류인 해란강은연변 용정시를 아우르며 넓은 폭으로 흐른다.물과 바위와 자갈이다른 강과 다를 바 없는데선구자의 용감한 함성이 스며있어우리에게는 뜨거운 강이다.해란강 다리를 건너며저 멀리 산정에 선 일송정을 본다.비암산, 그날의 소나무는항일의지를 ...
용정 대성중학교-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여기서 모이고, 여기서 외치고차갑고 시린 땅에서님들은 이곳에 모여 구국 함성으로용정 뜰을 울리고, 대한을 울리고내가 출생하기 그 이전부터칼날 위에 선 조국을 지키자고여기는 불붙는 땅이었고여기는 피눈물 배인 영토였고드넓은 운동장, 현관 앞 잔디밭에는윤동주...
연변 용정 시가지 김윤자 내가 보고 싶은 것은우리 민족의 남은 자존이다.강점기 구국 선열들의 족적도 찾고 싶고토지의 길상과 서희도 만나고 싶다.독립운동을 하며 숨어 다니던 골목과독립기금 마련을 위해 열었던그 상점은 어디에 있는지피와 눈물이 맺힌 자취를 꼭 보고 싶다.인구 십삼 만 명 중에칠십 퍼센트가 ...
두만강 건너 하얀 풍경-중국 문학기행김윤자연변 도문시에서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바라본, 북한 남양시아우네 마을은 참 부끄럽습니다.전답이라고는 산비탈 손바닥만한채전밭이 전부인데사람의 온기가 스미어 있지도 않습니다.산이란 산은 다 민둥산입니다.땔감으로 베어 내기도 하고중국을 감시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데어떤 사유든 가슴 아픕니다.민둥산 중턱에는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라는, 하얀 글씨만 선명합니다.아우에게 묻고 싶습니다.정녕 그 태양 빛이 따스하더냐고아우는 발가벗은 몸으로죄 없는 두만강 물만 자꾸 끼얹고 있습니다.그 강물도
두만강 푸른 물은 -중국 문학기행김윤자연변 도문 시가지를 가로질러맞닿은 그곳에기가 막힌 강, 뜨거운 강이 있다.긴 둑을 타고 걷다가 아래로 내려가서꿈속의 강과 상면하였으니사랑이다. 연민이다.하구에는 복스런 풀이 넘실거리고물줄기가 약한 곳에는자갈이 자유로이 구르는데주황색 구명조끼를 입고가난한 뗏목에 앉아강목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절반은 중국 소유, 절반은 북한 소유슬픈 강물을 보듬는다.바짝 다가가 물을 보니두만강 푸른 물은 간 곳 없고함북의 철광에서 녹아 흘러든 누런 물이큰 눈으로 응시하며푸른 물이 여물어 황금빛이라고한반도의 발원강은
두만강 가는 길-중국 문학기행 김윤자두만강 푸른 물에 노젖는 뱃사공영문도 모르고 불렀던어린 시절의 그 강에, 지금 가고 있다.북강 칠백리와남강 삼백리를 합하여천리 두만강인데벌써 깊은 강줄기가산 사이로, 들녘 사이로 평화롭게 흐른다.강변 기름진 땅비닐하우스 마을에는도란도란 파란 희망이 살고내 조국으로 가는 기다란 철교가뜨거운 눈시울로 맞이한다.줄기차게 달려온 끝점에서연변 도문시를 만나고비술나무 늘어진 가로수 길을 지나두만강은 눈앞에 있다.
백두산 북한 박물관-중국 문학기행김윤자장하다. 훌륭하다.작은 몸집으로, 가냘픈 날개로국경선을 넘어백두산 자락에 장을 펼치고빛을 모으는 내 형제들진열된 물건보다움직이는 사람이 더 아름답고물건에 대한 설명보다또렷한 목소리가 더 신기하다.자수화 청아한 풍경 속에서꽃빛 숨결로허준 선생님의 처방을원방 그대로 보존하여우황청심원을 만들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우리는 완전한 하나였다.
백두산 호림원 호텔 -중국 문학기행김윤자호랑이 품이이렇게 따슨 줄 몰랐습니다.백두산 호랑이가 베풀어준 만찬이이토록 맛있는 줄 몰랐습니다.백두산은 백두산이며백두산 호랑이는 백두산 호랑이입니다.우리는 함께 기뻐해 왔고우리는 함께 아파해 왔고우리의 성역에서 살아온 호랑이가우리의 기백입니다.내 조국의 님을 만난 오늘 밤큰 품에서 참 행복합니다.
백두산 천지에서-중국 문학기행김윤자무어라 말씀하여도 듣겠습니다.어떤 채찍으로 무릎 꿇으라 하셔도그리 하겠습니다.아픈 하늘이 쪼개져빛을 낳아도 기쁘지 않다시며시린 땅이 갈라져물을 낳아도 반갑지 않다시며이 서글픈 가슴팍을 보라고깊고 깊은 심원의 고뇌를짙푸르게 토해내시니 다 듣겠습니다.서리, 서리 쌓인 역사의 매듭을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며어떻게 다시 묶어야 하는지오늘, 이 차가운 영토에서 알려주시면영혼으로, 목숨으로 맹세하겠습니다.그 길을 따르겠노라고
백두산 온천수-중국 문학기행김윤자길가에 온천수가 지천이라계란을 삶고, 옥수수를 찌고구멍에서 나오는 온천수에손을 대어보니 데일만큼 뜨겁고갈라진 틈새라면 그 어느 곳에든온천수가 솔솔 뿜어 나오니정녕 이곳이 내 조국 땅인 것을하나의 백두산이 쪼개졌으니큰 울음이다. 피울음이다.토해도, 토해도 아물지 않는저 생채기에정확한 해답을 쥐어 줬으면
백두산 장백폭포-중국 문학기행 김윤자천지의 언어가 쏟아져 내린다.세상과 마주하는 절벽의 낙차떨어지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역사를 다짐한다.놓아버릴 것과 품어야 할 것을예리한 분무로 갈라놓고하나로 묶을 것은 굵은 폭으로 둥글게 말아장엄한 출발이다.냉혹하게 증발되는 것과뜨겁게 뭉치는 하나를 보는 것은환희다. 신비다. 축복이다.개울을 건너고, 다리를 건너고철계단을 오르고, 수없이 걸어오른 산 계곡에서백두산의 곧은 집념과천지의 순수한 고뇌와 상면하여그 하얀 보물을 한 웅큼 쥐어보고하늘로 던져보고꿈인양 한 모금 깨물어 보고산 그림자, 나를
백두산 천지의 함성-중국 문학기행 김윤자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아픔이 있어하늘 문을 닫지 못하시는내 아버지의 한숨 같은, 그 하얀 고뇌민족의 숨결을 다 모으라 하십니까한반도의 이 드높은 영봉에한뿌리로 엮으라 하십니까여기, 한 줌의 재로흩날리는 목숨이라 해도살아 일어설 수 있는 푸른 기백이 있다고가슴을 열라 하십니까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에도장엄한 입김이 서려 큰 맥박이 뛴다고귀를 열라 하십니까칼바람이 몰아칠 때 모난 곳을 조각하고천둥이 내리는 날 쇠창살 울을 박아강한 뼈로, 강한 심장으로 일어서라 하십니까짙푸른 함묵으로 동그랗게
백두산 천지 -중국 문학기행김윤자언제쯤 천지가 보일까설레는 마음으로, 천문봉 그 거친 등짝을 오를 때갑자기 바위 사이로 호수가 보였다.그때까지도 기압 차이로 힘든 상황이었는데저 호수가 천지라고 예감하며기쁨의 탄성으로 바라보았을 때나의 가슴은 평온해졌다.처음 보인 그곳이 천지의 전부인줄 알고눈과 발을 떼지 못한 채엎드려서 보고, 앉아서 보고, 서서 보고, 그랬는데그것은 천지의 서곡이었다.천문봉에 다 오르지도 않은한쪽 날개 끝 작은 비경이었다.천지는 조금씩 오를 때마다 다르게 보인다.좁게, 넓게, 바위에 맞물려 빼어난 경관이다.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