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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본 세계, 중국 [백두산 천지]

시로 본 세계, 중국 [백두산 천지]

  • 기자명 김윤자 기자
  • 입력 2014.06.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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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언제쯤 천지가 보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천문봉 그 거친 등짝을 오를 때
갑자기 바위 사이로 호수가 보였다.
그때까지도 기압 차이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저 호수가 천지라고 예감하며
기쁨의 탄성으로 바라보았을 때
나의 가슴은 평온해졌다.
처음 보인 그곳이 천지의 전부인줄 알고
눈과 발을 떼지 못한 채
엎드려서 보고, 앉아서 보고, 서서 보고, 그랬는데
그것은 천지의 서곡이었다.
천문봉에 다 오르지도 않은
한쪽 날개 끝 작은 비경이었다.

천지는 조금씩 오를 때마다 다르게 보인다.
좁게, 넓게, 바위에 맞물려 빼어난 경관이다.
바위들 형상이 화산 폭발하며 기묘하게 이루어졌다.
두려움보다 목숨 같은 소중한 보물을 보는 느낌이다.
아직도 휴화산인 천지
언제 또 장엄한 진통이 있을는지 모를 일이다.
화산 폭발로 이루어 놓은 분화구까지는 이해되는데
저토록 짙푸른 물은 어떻게 생성되는지 의문이다.
제일 깊은 곳 수심이 삼백칠십삼 미터
물의 평균 온도는 오도, 저수온에서 산다는
산천어가 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 가고
수많은 세월이 쌓여도, 불변인 것은
오직 저 광활한 호수, 하늘빛 연못 천지뿐이다.
수많은 백두산 산봉우리에 싸여 있어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고 웅장한 위용
하늘의 구름덩이와 맞닿아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어디까지가 호수인지 구분조차 어렵다.
천지를 에워싼 맨살의 뽀얀 바위림 또한 절경이다.

맞은편에는 북한 영토가 보인다.
산을 타고 내려온 길이 선명하다.
그 아래 천지 호수변에 집도 보인다.
낮은 지대에는 작은 풀이 파릇하다.
가까운 곳에 우리의 조국이 있다.
눈물겨운 못, 분명 내 조국의 땅인데
빙 돌아 타국을 거쳐서야 오른 백두산 천지다.
천지의 물은 청남빛, 푸르다가, 푸르다가
아버지에서 할아버지로 농익은 저 푸르름이여
광폭한 천지, 하늘과 맞닿았으니
이것이 우리 조국의 지붕, 조국의 머리가 아닌가
거대한 지붕, 거대한 머리다.

天池라는 비석 앞에는
줄로 위험선을 표시해 두었는데
한번 발을 헛디디면 수심 이백 미터 이상의
저 깊은 천지연에 추락한다.
아슬한 언덕, 그래도 비석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서 있다
천지 돌비를 만져보고, 안아보고
빙빙 돌며 앞과 뒤 모습을 살펴보고
못내 아쉬움을 접지 못하여 서성였다.

이제 떠나야 하는 끝선에 이르렀는데
멈추어선 그곳의 비경은
모두 명작 수채화로 시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으니
내 어찌 돌아서랴
그래, 네 영혼을 품어 가리라
네 목숨을 담아 가리라
내 가슴에, 내 두뇌에 너를 한가득 채워 가리라
내 목숨 놓는 그 순간까지
너를 기억하며 살리라
오늘의 저 장엄한 백두산 천지 그 비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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