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평양랭면 식당
-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동족의 아픔을 먹는다.
가장 가까운 우리 형제를
동물원에 진열된 생명체를 보듯
큰 눈으로 바라본다.
검은 원피스에 흰 칼라
긴 머리의 소녀가 대한의 여인인데
천안 삼거리,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부르는
고운 목청이 한반도의 맥박인데
뽀얀 복사꽃이 화분에서
동그란 조선이 화사하게 웃는데
피맺힌 경계선을 넘지 못함에
가슴이 탄다.
다음에 만날 때는 하나이기를
눈과 눈으로 굳은 약조를 하며
뜨거운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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