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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칼럼/서인석의 시시콜콜] 아이구~석이 아부지 그거 좀 불러봐유...눈물젖은 두만강

[서울시정일보 칼럼/서인석의 시시콜콜] 아이구~석이 아부지 그거 좀 불러봐유...눈물젖은 두만강

  • 기자명 서인석 논설위원
  • 입력 2019.12.21 10:09
  • 수정 2019.12.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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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아버지의 노래 속에는 돌아가는 삼각지도 있고, 안개 낀 장춘단공원도 있었고, 녹슬은 휴전선도, 눈물젖은 두만강도 있었다.

웃는나무/서인석
웃는나무/서인석

 

[서울시정일보칼럼/서인석의시시콜콜]

연말이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다사다난했던 2019년은 영원히 지나가고 2020년이 시작된다. 참~ 세월 빠르다. 참으로 무심한 세월이다. ‘고장난 벽시계는 멈춰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다’는 나훈아의 노래처럼 말이다.

울 아버지는 노래를 참 즐기셨나보다. 왜냐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면 울 아버지는 꼭 노래를 불러달라는 청을 두세 번 듣고 손사례를 치다가 “그럼 막걸리 한잔 줘바~”라며 막걸리 한잔 쭈욱 들이키신 후 “캬~” 소리와 함께 기운차게 막걸리 사발을 ‘탕’ 소리가 나게 상위에 던지듯이 놓으시고, 젓가락장단으로 노래를 뽑으셨다.

노래가 시작되면 앵콜이 있던 없던 울아버지는 그 날 막걸리를 다 비울 때까지 노래하시고, 모임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흥얼거리셨다. 어머니는 무엇이 좋으신지 계속 ‘아이구~석이 아부지~그거 좀 불러봐요~“라시면 울아버지는 그거가 무슨 노래인지 척척 알아듣고는 부르셨고, 어머니 당신도 콧소리로 따라 부르셨다. 아뭏튼 노래로는 죽이 척척 잘 맞았던 부부가 아니셨을까?

나는 언제 어른이 되어서 울 아버지처럼 저렇게 술 한 잔 마시면서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 얼굴은 울 아버지의 얼굴로 바꾸어져있다. 거울을 볼 때 마다 거울 속에는 내 얼굴이 아닌 울 아버지가 나를 보고 노래하고 계시다.

막걸리 한잔 하시면 언제나 구성진 목소리로 부르셨던 그 노래들... 울아버지의 노래 속에는 돌아가는 삼각지도 있고, 안개 낀 장춘단공원도 있었고, 녹슬은 휴전선도, 눈물젖은 두만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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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노래/작사 서인석. 작곡 김기섭

어릴 적 울 아버지
기분 좋을 때 부르던 노래
내가 부르는 지금 이 노래에
내 아버지 담겨있을까
내가 부르는 이 노래
울 아버지도 좋아할까

내가 부르는 이 노래
울 아버지 부르던 노래

삼각지도 돌아가고
휴전선도 녹슬고 
두만강도 울었지

[서울시정일보,미디어한국/논설위원 서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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