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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칼럼/서인석의시시콜콜] 각자도생의 시대...꿈속에서 보낸 화이트 크리스마스

[서울시정일보 칼럼/서인석의시시콜콜] 각자도생의 시대...꿈속에서 보낸 화이트 크리스마스

  • 기자명 서인석 논설위원
  • 입력 2019.12.18 09:38
  • 수정 2019.12.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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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잊혀져가는 추억의 소리

다시오지않을날을위하여/서인석
다시오지않을날을위하여/서인석

[서울시정일보칼럼/서인석의시시콜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잊혀져가는 추억의 소리

누룽지/서인석

가마솥에 박박 누룽지박박
엄마손은 하해 내코는 까메
어머니 주물주물 나는야 얌얌
설탕뿌려 만들어주신 누룽지과자

가마솥에 박박 누룽지박박
동생은 징징 나눠먹어라
어머니 주물주물 나는야 얌얌
아우한개 나도한개 누룽지과자

꿀꺽군침 얌얌쩝쩝 헐래벌떡
세상에서 가장 맛난 어머니과자
꿀꺽군침 얌얌쩝쩝 헐래벌떡
세상에서 가장 맛난 어머니과자
..............................................................................................

“꿈속에서 보낸 화이트 크리스마스 또 다시 돌아왔구나 방울 소리 처량하게도 흰 눈 속을 썰매는 간다~~” 매년 이맘때면 길거리에 울리던 소리~크리스마스 캐롤송인 화이트크리스마스의 가사다.

매년은 아니지만, 내가 살던 곳에 눈이 오는 성탄절은, 나의 마음을 더욱더 훈훈하게 만들었다. 딸랑~딸랑~ 길가의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에 나도 모르게 주머니를 뒤졌고, 내년에는 더 좋은 일 들이 나에게, 가족에게, 나라에 생기게 해달라며 구세군 빨간 냄비에 손을 넣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12월의 길거리에 캐롤송은 들을 수가 없게 됐다. 왜일까? 내 생각으로는 첫 번째,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길거리에 레코드샵이 없어졌다. 물론 길거리 그 흔한 테이프 파는 리어커는 이젠 시골시장에 가도 찾을 수가 없다. 저작권 문제이기도 하고 또한 요즘에는 낭만이 없어져서 상점에서 캐롤을 틀면, 시끄럽다~장사 방해된다~ 등의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다. 그리고 길거리를 다니는 대부분 귀에는 이어폰이 있어서 혼자만의 음악을 즐기니 길거리에 캐롤을 틀어도 무용지물이겠다고 생각도 해본다.

그러고 보니 불현듯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소리들이 생각난다. 그 소리들 속에는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도 함께 녹아있다. 깊어가는 겨울밤에 통행금지를 알리는 딱딱이 소리와 함께 들리던 야경꾼의 청아한 소리는 문을 닫지 않고 잠을 자면 도둑이 꼭 들것 같은 단호한 소리였다. “따악~~딱~~“문단속~~집안 단속~~~”

그리고 겨울밤이 되면 어김없이 우리집 골목에 나타나서 내 작은 창문을 두드리던 구성진 멜로디~~“찹쌀떡이나~~메밀 묵~~~~”이 소리의 뒷소리 ‘묵~~~~~’은 특히나 길었다~~~하긴 깊은 겨울밤 골목에서 이 소리를 듣고 사먹으러 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뒷소리를 심하게 길게 해서 손님이 찹쌀떡 장수를 찾게끔 그렇게 긴소리를 냈을거다.

어릴 적 추운 겨울 아랫목 따뜻한 구들장에 이불을 깔고 발가락들은 서로 경쟁하듯 오글거리며 따끈한 곳만 찾아댔지...그러다 아랫목에 묻어놓은 아버지의 밥그릇을 엎은게 한두번이 아니였다.

옹기종기 두런두런 이야기들을 하던 늦은 겨울밤, 골목에서 나는 이 소리는 입안에 삽시간에 군침이 돌며 어른들 눈치만 봤었지... 울 어머니 혹시 메밀묵 안사나? 찹쌀떡 안사나? 귀는 찹쌀떡 장수의 소리로 눈은 어머니의 얼굴로 향해져있었지... 울 어머니는 우리의 눈을 피해 애써 모른척했지만 어머니의 목 울대가 꿀걱거렸던걸 보아 울 어머니도 드시고 싶었던 모양이다.

지금도 어렵사리 산 하얀 눈꽃같은 찹쌀떡 하나 가지고 아껴먹는다고 혀로 핥아가며 녹여 먹다가 마당에 떨어뜨려 흙범벅이 된 찹쌀떡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던 내 어린시절이 무척이나 그립다.

매일새벽 들리는 부지런한 두부 장수아저씨의 종소리 딸랑딸랑은 “여기요~ 한 모 주세요~”라는 울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 하루를 열었다.

그뿐이랴, 굴뚝 뚫으러 다니는 아저씨의 힘찬 소리~~“뚫어~” 곤로심지 갈러 다니던 맥가이버 아저씨의 “곤로 심지 갈아요~~우산도 때워요~뭐든지 다 고쳐요~~~”
치약껍질로 구멍난 냄비 때워주시며 연실 뭐가 좋으신지 히히거리시며 외치시던 아저씨의 “구멍난 솥이나 냄비 때워~”
머리카락이나 금이빨 팔라는 이빨 빠진 아저씨의 쇳소리는 참으로 특이했다 “머리카락이나 금니팔 파르아~~~”

여름날 아이스케키 팔러다니던 형들의 더위에 지친 소리 “아이스케키나 하드~” 그러다가 ”여기~~‘ 라는 소리가 들리면 언제 짜증나고 더웠냐는 듯이 “네~~~갑니다~~”라는 쌩쌩한 소리와 함께 자기 몸만큼 커다란 아이스케키통을 들고 차범근 보다 아니 손홍민보다 더 씽하게 달려갔고, 구두딱고 신닦지 않으면 혼날 것 같은 역전 BBS 무서운 인상파 형아들의 소리 “구닦~~신딱~“은 괜시리 내 운동화를 쳐다보게 만들었었다.

그 뿐이랴~ 푸세식 화장실 푸러다니는 아저씨의 단호한 소리~ ‘퍼~~~“는 자던 아기도 깜짝 놀랄만큼 우렁찼다.

혼자 살기에도 각박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에, 잊혀져가는 이 소리들이 못내 그리워 눈물이 핑 도는 이유는 뭘까?

[서울시정일보,미디어한국/논설위원 서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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