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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오 헨리의 '마녀의 식빵'에서 배우는 '신중함'의 중요성

[문학칼럼] 오 헨리의 '마녀의 식빵'에서 배우는 '신중함'의 중요성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9.1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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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장에서만 판단·분석하고, 그걸 전부인 것처럼 여기지 말라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오 헨리(1862-1910) 단편의 특성으로는 뭐니 뭐니해도 반전이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누구도 생각못하는 결말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것, 이는 플롯 트위스트의 하나로서 플롯이 클라이맥스를 향하여 진행되다가 결말 부분에서 독자의 기대나 예측을 뒤엎고 전혀 다른 결말에 이르도록 클라이맥스를 교묘히 조작하는 트위스트 엔딩(twist ending) 기법으로 유명하다.

전형적인 트위스트 엔딩의 기법을 사용한 '마녀의 식빵'을 음미해보자. 길 모퉁이에서 조그마한 빵집을 운영하는 미스 마더, 올해로 마흔인 그녀는 2천 달러의 예금잔고가 있고 의치 2개를 끼워 넣었으며, 무엇보다 인정이 많다. 그런 그녀의 마음속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바로 일주일에 두세 번 빵집에 들러 언제나 딱딱한 식빵만을 사 가는 남자로 그는 언제봐도 말쑥하고 예의 바른 모습이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얼마나 다정한지 언젠가 손가락 사이에 묻은 물감 얼룩을 보고 미스 마더는 그가 가난한 화가일 거라고 짐작했다. 두툼한 고기와 달콤한 잼이 들어간 빵과 함께 차를 마실때면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다락방에서 딱딱한 빵을 먹을 그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가끔 그가 사 가는 빵에 맛있는 걸 끼워 주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예술가는 자존심이 세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 마더는 늘 입던 낡은 갈색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하늘하늘한 물방울무늬 실크 블라우스를 입었다. 안방에서 마르멜로씨와 붕사로 이상한 혼합물을 만들었다. 얼굴의 혈색이 좋아진다고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그는 식빵을 찾았다. 때마침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며 소방차가 지나갔다. 궁금해진 그는 창문가로 갔고, 미스 마더는 순간 묘안이 떠올랐다. 바로 식빵 안에 갓 배달된 버터를 듬뿍 발라 마음을 전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바로 실행에 옮겼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빵을 건넸다. 그가 그림을 그리다가 시장기를 느끼면 빵을 꺼내고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부드러운 버터 맛을 느끼며 자신을 떠올릴 것을 상상하며 미스 마더는 얼굴을 붉힌다.

그때였다. 두 사내가 가게로 들어 왔다. 한 사람은 낯선 젊은 남자였고, 또 한 사람은 바로 그 화가였다. 화가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미스 마더를 향해 소리친다.

"이 할망구야, 당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 당신은 날 망쳐 놓았단 말야!" 그는 안경 속에서 푸른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리쳤다. 이 말은 꼭 해줘야겠어. 주제도 모르고 참견해 대는 이 늙은 고양이야!"

탕, 탕, 탁자까지 내리치며 소리치는 그를 겨우 문밖으로 끌고 나간 청년은 계산대로 돌아와 말했다.

“저 친구는 ‘블럼버거’입니다. 건축 설계사지요. 그는 지난 석 달 동안 공모전에 응모할 새 시청의 설계도를 그리는데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마침내 잉크로 그리는 작업까지 마쳤지요. 처음 설계도를 그릴 때는 연필로 밑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잉크로 덧대어 그린 뒤 딱딱한 식빵으로 연필 자국을 지워나가지요. 그런데 오늘 당신이 준 그 버터가 든 빵 때문에, 그 빵 때문에 아무 소용 없게 되었답니다.”

미스 마더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물방울무늬의 명주 블라우스를 벗고, 언제나 입고 있던 낡은 갈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마르멜로 씨와 붕사의 혼합을 창밖의 쓰레기통에 쏟아 버렸다. 그 남자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사 간 빵은 맛있게 먹기 위한 빵이 아니었다는 것을 마더는 결코 알지 못했고 선의로 한 행동이었지만 그 남자에게는 결국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던 것이다.

마녀의 빵이 담고 있는 결말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교훈을 준다. 내 입장에서만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분석하고, 그걸 전부인 것처럼 여기지 말라는 뜻이다. 흔히 상대의 보여지는 모습만 보고, 내가 보고 싶은 면만 보면서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고, 쉽게 질타하고, 동정하고, 어리석게 여기는 습관들, 그런 습관들로 인해 주고받는 불쾌감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와 상처를 입게 할 수도 있으니 나의 편향되거나, 왜곡된 시선으로 상대를 보지 말고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거다.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며 이런 왜 이런 실수를 하게 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타인과 주변 현실을 잘못 이해하고 착각해 실수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함을 말하고 있는데 결국 내 생각과 판단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니 자의적 해석을 금지하고 어떤 말을 하거나 행동으로 옮길 때 늘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작품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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