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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캐서린 맨스필드의 '차 한 잔'에서 깨닫는 진정한 아름다움

[문학칼럼] 캐서린 맨스필드의 '차 한 잔'에서 깨닫는 진정한 아름다움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10.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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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불문 매력을 겉모습으로 찾는 것은 금물
각자가 지니고 있는 수 백 가지의 매력을 찾아라.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저자인 캐서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 1888~1923)는 뉴질랜드 태생 영국의 소설가로 단편소설의 거장으로서 매우 시적이며 독특한 산문 문체를 발전시켰으며 단편소설이 문학의 한 장르로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섬세한 단편소설들이 지닌 완곡한 서술과 날카로운 통찰력은 안톤 체호프의 영향을 보여준다.

차 한 잔은 부잣집 사모님인 그러나 별로 예쁘지 않은 ‘로즈메리 펠’이 코든가의 골동품 가게로 쇼핑을 갔다가 네모난 에나멜 상자가 너무나 비싸서 구경만 하고 나오던 중 그녀의 차 옆에 서서 ‘미스 스미스’가 차 한 잔 값을 구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로즈메리는 스미스에게 자기 집에 가서 차 한 잔을 하자며 차를 태워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2층 침실 벽난로 앞에 기운 없이 앉아있는 스미스를 위해 하녀를 시켜 브랜디와 차를 가져오라고 하고 설탕이 들어 있는 차와 샌드위치, 버터를 먹고 기운을 차린 그녀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 필립이 집으로 돌아오자 로즈메리는 스미스를 잘 돌보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나 서재에서 남편이 스미스가 너무나 예쁘다고 말을 하자 충격을 받고 로즈메리는 스미스에게 돈을 쥐어 주고는 집에서 내보낸다. 그리고 로즈메리는 새로 눈 화장을 한 후 진주 장식품을 걸치고 남편에게 가서 "나도 예뻐?"라고 묻는다.

차 한 잔에서 시나리오를 이끌고 나가는 것은 불우한 처지에 놓인 한 여인에게 특별한 환대를 베풀고자 하는 로즈메리의 자아도취적 욕구이다. 물론 이 욕구의 전제는 자기보다 못한 여인과 그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처지에 놓여 있는 자신과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남편 필립은 두 여자를 똑같은 ‘여성’으로 보고 판단한다. 스미스가 예쁘다는 남편의 말 한마디가 그녀가 짜놓은 시나리오를 망가뜨렸다. 그렇게 되면서 로즈메리는 갑자기 스미스를 같은 여성으로의 적으로 간주한다. 자신의 우월의식의 원천이자 배경인 남편에게서 예쁘다는 소리를 자신의 것인데 스미스가 이 말을 듣자 질투심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로즈메리가 이쁘지 않은 것에 대한 스스로의 자격지심일 수 있다.

예쁨의 기준은 무엇일까. 외모와 몸매, 시각적으로 평가하는 예쁨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그것이 예쁨의 전부는 아니다. 말투나 행동에서 찾는 귀여움, 마음 씀씀이에서 볼 수 있는 내면의 아름다움,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보는 성실한 모습 등 우리는 여러 방면으로 매력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서로의 매력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자. 이분법적으로 정해놓고 이 이상은 예쁘고 그 외에는 아니고의 양분화는 아니다. 누구나 사람은 다르고 각기 다양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외모뿐이 아닌 수백 가지가 넘는 매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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