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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오영진 희곡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에서 보는 표리부동의 인간 비판

[문학칼럼] 오영진 희곡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에서 보는 표리부동의 인간 비판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8.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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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욕에 빠진 인간의 최후
비합법을 정당성으로 위장한 협잡꾼 일당의 결말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오영진(1917~1974)은 평양 출신의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 평론과 시나리오로 출발해서 한국 영화 발전에 크게 기여 하였고, 그의 작품은 현세의 어리석음이나 물욕을 비웃고 꾸짖는 경향을 띠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배뱅이굿', '맹진사댁 경사', '한 네의 승천' 등이 있으며 격렬한 반일 및 반공 작품을 쓰기도 했다.

주인공 이중생은 악질적인 친일파로, 일제시대에 자기 아들을 솔선해서 징용 군에 보내면서까지 치부한 인물이다. 광복 직후에는 사회의 혼란기를 틈타 국유림을 은근슬쩍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허가 산림회사를 차린다. 총독부든 군정청이든, 돈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본능적으로 줄을 대고 권모술수를 동원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또한 둘째 딸 ‘하연’을 달러 융자를 받을 목적으로 미국 원조 기관 직원 ‘란돌프’의 정부로 이용까지 하는데 란돌프는 실제로 사기꾼이었다. 관리를 가장한 미국인에게 사기를 당한 이중생은 곧바로 배임과 횡령, 공문서 위조, 탈세 등의 혐의가 들통나면서 하루아침에 재산 몰수의 위기에 빠진다. 그런데 그는 참회하기는커녕, 보석으로 석방된 틈을 타서 고문 변호사인 최씨와 짜고 재산을 지킬 방법을 찾다가 고문 변호사는 이중생에게 본인이 자살한 것으로 위장하고 재산을 사위에게 넘긴 후 사위 행세를 하라고 기상천외한 제의를 한다.

가짜 장례식이 펼쳐지고 이중생은 자기 영정사진 뒤에 숨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데, 아뿔싸, 그때까지 고분고분하던 의사 사위가 돌연 상속받은 재산으로 무료 병원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다. 사위에게 넘겨놓은 재산이 꼼짝없이 사회사업에 쓰이게 됨으로써 사실상 몰수당한 셈이 되고 만다. 진퇴양난에 빠진 이중생은 진짜로 자살하고 만다. 사위에게 사망 진단서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하나 사위가 이를 거부하자 이중생이 직접 사위의 도장을 훔쳐 찍음으로써 사망 진단서를 위조하기에 이른다.

자살로 위장한 이중생의 거짓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조문객이 올 때마다 죽은 체하며 누워있기를 수 차례 하다가 국회 특별조사위의 김 의원이 이중생의 집에 찾아온다. 김 의원은 사위 송달지에게 상속받은 재산으로 무료 병원 건립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부추기고 송달지는 얼떨결에 김 의원의 무료 병원 건립 제안을 받아들인다. 김 의원이 나가고 난 뒤 이중생은 길길이 날뛰며 송달지와 최 변호사에게 화를 내며 따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게다가 최 변호사와 싸움이 생겨 결별한다.

징용 갔다가 10년 만에 돌아온 아들 ‘하식’ 역시 아버지를 비판하고 결국 자살극까지 꾸며가면서 재산을 지키고자 했으나 하루 아침에 전 재산을 날린 이중생은 진짜로 자살하고 만다.

이중생의 한자 이름은 '李重生'이다. 성인 이(李)는 '두 이'(二)의 이와도 발음이 같으니 이는 작품은 일제강점기에 온갖 친일행각으로 사리사욕을 꾀하였다가 일본이 패망한 뒤에는 광복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틈타 갖은 비리를 일삼아 온 주인공 이중생(李重生)의 이중성(二重性) 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해방 직후 친일 세력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을 비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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