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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왼손잡이' 에서 보는 없어져야 할 사회 특권층의 이기

[문학칼럼]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왼손잡이' 에서 보는 없어져야 할 사회 특권층의 이기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11.2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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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지도층, 온갖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특권의식 버려야, 진정한 법치 민주국가 이뤄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러시아 민중의 삶을 독특한 구성과 필체로 표현했다는 니콜라이 레스코프(1831~1895), 막심 고리키는 그를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고골과 같은 러시아 문학의 창조자들과 같은 선상에 놓인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한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에 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논하자면 빠질 수 없는 작가가 레스코프이다. 그의 대표작 '왼손잡이'는 그의 작품 중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고 좋아한다는 작품이며, 특히 구어체를 재현하려는 문체 양식으로 속어, 각 직업 전문 용어, 사투리, 익살스러운 말장난 등을 구사하는 '스카스 기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회, 경제적으로 후진국이었던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가 유럽에서 회의를 마치고 영국을 방문하는데 영국에서 현미경을 통해서야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인공 벼룩을 선물 받는다. 이 벼룩은 열쇠를 넣어서 돌리면 펄쩍펄쩍 뛰어 오르기까지 하는 아주 섬세한 공작품이었다. 알렉산드르 황제가 죽고 니콜라이 황제가 즉위한 후 벼룩이 황제의 눈에 띄게 되고 황제는 신하 플라토프에게 러시아의 기술로 영국의 콧대를 꺾어 주라고 명한다. 이에 플라토프는 유명한 공업 도시인 툴라로 가서 대장장이들에게 과업을 지시하고 며칠 동안의 작업 끝에 왼손잡이를 비롯한 대장장이들은 벼룩의 발에 편자를 밖고 자신들 이름의 이니셜까지 새겨 넣는다. 물론, 기계 설비 하나 없이 두 손과 육안을 이용해 망치질하여 박아 넣은 것이다.

왼손잡이가 이 벼룩을 직접 영국에 갖고 가자 영국인들은 왼손잡이를 천재 기술자로 대접하며 영국의 선진 문물과 안정된 노동 환경을 보여주고 영국에 머물라고 권하지만 왼손잡이는 권고를 모두 뿌리치고 러시아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몇 날 며칠을 배에서 술을 퍼마신 왼손잡이는 러시아 항구에 도착할 때 인사불성이 되어 경찰서로 끌려가고 지독히 추운 날씨에 그대로 방치되어 목숨을 잃는다. 숨이 끊어지기 전에 영국에서 알아낸 총기 간수 비법을 의사에게 전달했으나 의사의 말은 권위주의적인 장군에게 그냥 묵살당한다. 왼손잡이는 레스코프가 풍자한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이 작품의 기저에 깔려있다. 영국에서 천재 장인으로 대접받을 만한 인물이 러시아에서는 촌구석에서 무명으로 살아가고, 최소한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러시아의 상황을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는 상류 지도층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바로 사회를 이루는 평범한 민중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기껏 지도층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자신들이 하는 것을 옳고 남은 틀렸다는 것, 민중을 선동해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다지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지지를 힘입어 자신들은 용이 되어 살겠다는 것, 온갖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특권을 다 누리려고 하면서 ‘민중은 그냥 가재, 붕어, 개구리로 만족하고 살아도 좋다.’는 개, 돼지로 보는 시선을 이제 거두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스펙 위조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상류 사회의 꿀물을 대대손손 이어가려는 발상을 이제 버려야 한다, 그것이 법치국가이며 민주주의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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