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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오탁번 작가의 소설 '아버지와 치악산'에서 바라보는 우리 시대의 노인

[문학칼럼] 오탁번 작가의 소설 '아버지와 치악산'에서 바라보는 우리 시대의 노인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9.2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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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어도 속에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키울 수 있으나 열 아들은 한 아버지를 봉양하기 어렵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오탁번 작가(1943~2023)는 충북 제천 출생으로 고려대 영문과를 거쳐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철이와 아버지’,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1969년에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처형의 땅’이 당선되었다.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시집으로 ‘오탁번 시 전집’, ‘손님’, ‘우리 동네’ 등이 있고 소설전집 ‘오탁번 소설 1~6’, 평론집 ‘현대문학산고’, ‘헛똑똑이의 시 읽기’, ‘현대시의 이해’, 산문집 ‘시인과 개똥참외’, ‘오탁번 시화’, ‘두루마리’ 등이 있으며 동서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정지용문학상, 고산문학상, 김삿갓문학상, 목월문학상, 공초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나는 어느 날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향한다. 치악산이 바라보이는 시골 마을에서 분교장으로 일하는 아버지, 평생 벽지의 분교에서 근무하며 모두에게 존경받는 교육자인 아버지,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의사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나’에게 하는 아버지의 대답은 ‘괜찮다’였다. 걱정말고 직무에 충실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뒤로하고 ‘나’는 다음 날 아침 차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정년퇴임이 한 달쯤 남은 어느 날, 아버지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교장인 아버지는 불길 속을 뚫고 교장실로 들어가고, 결국 목숨을 잃는다.

공부를 잘했던 누나와는 정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나’는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끊임없이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데 그렇게 사랑을 받았던 딸은 결혼 후 연락을 끊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매정함에 대해 ‘나’는 늘 스스로가 부족해서라고 여겼고 아버지가 나이가 들고 노쇠하면 자신에게 기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주인공은 군청 산림 계장이 되어 자연보호운동에 앞장설 때마다 치악산을 찾지만 갈수록 사람들로 북적이는 치악산은 훌쩍 늙어 버린 모습이었고, 늙어가는 치악산처럼 정년퇴임을 불과 한 달 앞둔 아버지는 불의의 화재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화재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운다. 그러나 ‘나’는 울지 않는다. 아버지의 유해를 수습하면서 상을 치루면서 조차 울지않는다.

“나는 혼자 치악산으로 가서 아버지의 유해를 뿌렸다. 이제 치악산에는 다시 오지 않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버지의 유해 대신에 이러한 예감을 안고 큰 산을 내려오면서 나는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치악산으로 가 유해를 다 뿌리고 내려오면서 그제야 통곡하기 시작한다.

아버지라는 삶의 무게,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디 있을까. 우리의 아버지들은 늘 혼자였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어도 속에는 아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있었을 것이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혼자이고 세상을 떠날 때도 혼자다. 그 혼자라는 것을 알고 견디어 내는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우리는 알까.

노인빈곤률과 노인 자살율이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 추석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키울 수 있으나 열 아들은 한 아버지를 봉양하기 어렵다.’ 는 독일 속담이 가슴을 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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