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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기 드 모파상의 '노끈 한 오라기'에서 배우는 신중함의 중요성

[문학칼럼] 기 드 모파상의 '노끈 한 오라기'에서 배우는 신중함의 중요성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8.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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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거나 지레짐작하지 말 것을 경고
자신의 판단과는 상관없이 이미 자신의 가치는 등급이 매겨져 있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기 드 모파상(1850-1893)은 프랑스의 소설가로 에드거 앨런 포, 안톤 체호프, 오 헨리와 함께 단편소설 분야에서 세계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로 10년간의 짧은 문단 생활에도 단편 소설 약 300편, 기행문 3권, 시집 1권, 희곡 5편 및 장편소설을 썼고 서머싯 몸, 오 헨리와 같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작가 생활은 10년 뿐, 40세가 넘어서 매독으로 인한 환각과 과대망상 증세로 인한 자살 실패 후 정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결국 병마에 시달리다가 삶을 마감했다.

‘오슈코른’ 영감은 신경통으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무엇이든 쓸 만한 것이라면 주워 모아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픈데도 겨우 허리를 구부려서 땅바닥에 떨어진 보잘 것 없는 노끈을 주웠다. 그때 마침 얼마 전 사이가 많이 안 좋아진 ‘말랑댕’ 영감이 그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얼른 셔츠 속에 감추었다가 다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나서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노끈이 부끄러워 아직 찾지 못한 물건을 계속 찾는 체하다가 급히 자리를 피했다.

한 주점에 들어온 오슈코른 영감은 밥을 먹다가 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의 한 부자가 지갑을 잃어버렸고 지갑을 찾으면 큰 사례를 한다는 이야기이다. 오슈코른 영감은 별 대수롭지 않게 듣는데 얼마 후 헌병대장이 영감을 찾아와 동행을 요구한다. 헌병대장을 따라간 영감은 놀라운 말을 듣는데 오늘 아침에 뵈즈빌 거리에서 영감이 지갑을 주운 것을 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영감은 주머니 속을 뒤져 노끈 오라기를 꺼내며 이것을 주운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말랑댕 영감이 목격자라며 믿어주지 않았다. 곧 소문이 퍼져 나갔다. 오슈코른 영감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해명을 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영감은 가는 곳마다 자신이 아는 사람들을 붙잡고는 그 이야기와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항의를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억울함을 증명하고자 주머니에서 노끈 한 오라기를 꺼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영감은 계속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밤이 늦도록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느라 브레오테 마을을 한 바퀴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자 그 일로 밤새 앓았다.

다음 날 지갑이 발견된다. 한 농장의 머슴인' 마리우스 포멜'이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준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글을 읽지 못해서 집에서 지갑을 가지고 있다가 주인인 '율브레이크' 씨한테 줬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퍼지고 마을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영감한테도 이 소식이 들렸고 영감은 다시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무사히 해결된 자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또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바로 영감이 지갑을 머슴에게 준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오슈코른 영감은 억울한 나머지 다시 이야기를 하고 다녔지만 이번에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오슈코른 영감은 점점 쇠약해져서 죽어갔고 마지막 죽음의 고통으로 헛소리를 하는 중에도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방향은 두 가지이다. 첫째, 마을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 우리는 노인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족적을 볼 수 있다. 아마 적어도 칭송을 받거나 존경을 받는 마을 어른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만일 그렇다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 이미 나의 가치는 등급이 매겨져 있다는 거다. 학교, 직장, 모임 등 모든 사회에서 그 평가는 적용이 되기에 평상시 세상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작품은 겉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거나 지레짐작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나의 잘못된 판단력과 말 한 한마디로 다른 이에게 커다란 상처를 줄 수 있으며 심지어 생명까지도 빼앗을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오슈코른 영감이나 말랑댕 영감이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행하기에 앞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수십 번 생각해도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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