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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알퐁스 도데 '스갱 아저씨의 염소'에서 보는 감사와 만족이 필요한 시대

[문학칼럼] 알퐁스 도데 '스갱 아저씨의 염소'에서 보는 감사와 만족이 필요한 시대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5.17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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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우리는 늘 갈등하고 고민하는 삶
감사와 만족, 도전과 포부의 적절한 조화와 중용의 지혜가 필요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알퐁스 도데(1840-1897)는 남프랑스 님므 출생으로 1858년 시집 ‘사랑하는 연인들’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 1866년에 발표한 첫 소설집 ‘풍차 방앗간 편지’가 그의 대표작이 될 만큼 성공적인 평가를 받으며, 이후 소설가로 전향하였다. ‘별 - 프로방스의 어느 목동 이야기’,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스갱 아저씨의 염소’, ‘황금 뇌의 사나이’ 등 고향 프로방스 지방에 대한 향수가 녹아 있는 작품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을 서정적인 필치로 표현해 냈고, 프랑스의 소설가 구스타프 플로베르, 에밀 졸라등과 교류하며 19세기 프랑스의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 문학에 바탕을 두고, 인상주의적 특성이 공존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다.

스갱 씨는 염소를 사랑했지만 항상 같은 방식으로 염소를 잃어버렸다. 바로 염소 스스로가 줄을 끊고 산으로 들어가 늑대에게 잡아먹힌 것이다. 스갱씨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7번째로 블랑케트라는 염소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 염소를 잃기 싫었던 스갱씨는 염소를 묶는 끈을 길게 해서 최대한 자유롭게 하고, 풀을 넉넉히 주었다. 하지만 곧 블랑케트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싫증을 느끼며 야생의 산에서의 삶을 갈망하게 된다. 이를 눈치 챈 스갱씨는 블랑케트를 외양간에 가두었다. 그러나 블랑케트는 창문을 통해 빠져나와 산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의 오후의 삶은 무엇보다 기분이 좋고 향기로웠다. 하지만 곧 저녁이 되고 어두워지자 블랑케트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스갱씨는 마지막 노력으로 북을 둥둥 울리며 내려올 것을 간절히 원했지만 블랑케트는 더 이상 그 조그맣고 무료한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죽음을 맞더라도 늑대와 싸우며 이곳에서 죽기를 바랐다. 곧 밤이 되었고 늑대가 염소를 잡아먹기 위해 다가왔다. 블랑케트는 새벽까지 늑대에 맞섰지만 결국 잡아먹히고 만다.

이 이야기는 염소 블랑케트의 비유를 통해 자신의 현실적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허황된 꿈만을 좇는 사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위험 속에서도 자유를 택하여 포기하지 않고 부딪치는 미래에 대한 열정이란 두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내가 블랑케트라면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 하루도 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죽음을 담보로 산으로 뛰어들 것인가. 죽음 대신에 안정되고 정해진 틀 안에서 분수를 지키며 살 것인가. 염소 블랑케트는 외양간에서의 안정적인 삶이 행복하지 않았으니 뛰쳐나왔을 것이다. 안정된 울타리 속에서 사는 염소는 어쩌면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삶을 그대로 또 반복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블랑케트는 어리석은 존재가 아니라 죽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용기 있게 나아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블랑케트는 감사와 만족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자유도 소중하지만 무분별한 자유가 얼마나 스스로를 위태롭게 하는지를 몰랐다는 것이다. 누구나 안정적인 삶을 원할 것이다. 적어도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더할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족하고 불평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이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우리는 늘 갈등하고 고민한다. 그러나 답은 없다. 원하는 것을 모두 성취할 수도 없고 반대로 아무것도 원치 않고 포기하고 살 수도 없다. 감사와 만족, 도전과 포부의 적절한 조화와 중용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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