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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문학칼럼]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 기자명 김한규 기자
  • 입력 2023.04.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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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갈등과 고난을 이겨낼 방법으로 신에 대한 믿음과 구원을 강조
‘로빈슨 크루소’는 개척청신과 시대상, 종교관까지 많은 것들을 담아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극작가, 비평가이기도 한 가브리엘 마르셀(1889~1973)은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호모 비아토르는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항상 항상 길 위에 있고, 무엇인가를 성취를 성취하기 위해 계속 움직여 길을 가야한다는 뜻인데 이러한 호모 비아토르를 전형적으로 나타낸 소설이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새로운 세계를 열고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낸 자본주의 장점을 제대로 표현한 동시에 끊임 없이 세력확장을 위한 정복의 대상을 찾으려는 유럽국가들의 제국주의 속성을 나타내었고 다른 세상에 피해를 주는 단점도 보인다. 대항해 시대의 식민지 건설과 노예에 대한 행각 등은 당연히 호모 비아토르와는 매칭이 되지 않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탐구정신, 그리고 항해의 모험이나 난파되었을 당시 섬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 안전한 거주지 등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음에도 건너편 섬으로의 탐험을 꿈꾸는 로빈슨 크루소의 모습은 전형적인 비아토르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소설의 저자 다니엘 디포(1660-1731)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로 벽돌, 타일제조업, 노예무역업 등에 종사하면서 경험한 세상을 다채롭게 묘사하였다. 자신의 삶의 여정을 작품 속에 녹여내었기에 여행소설, 모험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이 작품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지만 그 당시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하며 2000년에는 톰 행크스가 주연한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였다.

로빈슨 크루소는 약 15세기에서 17세기에 걸친 동서양에 대한 탐험이 가장 활성화된 시기라고 일컬어지는 ’대항해 시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1719년 4월 25일 처음 출간되었고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삶과 이상하고 놀라운 모험’이 원제이나 너무 길어 그냥 로빈슨 크루소라 부른다. 당시는 유럽의 강국이었던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지화하던 시대였다. 이는 작품 속에서 주인공인 로빈슨 크루소가 식인종으로부터 구해준 흑인 청년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에게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고 명령한 것에서 극명히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백인 우월주의 성향과 식민화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하는 제국주의 사상이 배어있는 것이다.

작품은 항해와 상업으로 돈을 벌고 브라질에 농장을 개척한 로빈슨 크루소가 농장에 필요한 노예를 사기위해 배를 타고 아프리카로 향하던 중 난파를 당하고 무인도에 닿게 되어 집에 돌아가기까지의 표류기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상인인 동시에 제국주의적인 사고를 대표하는 근대의 중심계급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은 문학사적으로 큰 의의를 갖고 있는데 특히 주인공이 중세의 기사나 농민이 아니고 근대의 상인이며 땅이 아닌 바다를 터전으로 삼는다는 점과 카톨릭이 아닌 프로테스탄트 신교를 종교로 갖고 있고 소명의식과 근면성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라는 것에 특징이 있다. 로빈슨 크루소는 어디라도 가는 진취적 기상을 가진 인물일 뿐 사랑이나 로맨스는 소설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무인도에서도 조차 늘 근면 성실하게 재물을 축적한다.

또한, 무인도에 홀로 있으면서도 외로움은 느끼지만 절망은 하지 않는다. 로빈슨 크루소가 버틸 수 있는 힘은 신이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게 하는 신, 섬에서의 모든 강박과 갈등을 해결해주는 매개체로 신과 성경이 등장한다. 역경 속에서 고난을 딛고 나중에 복을 받는 욥의 이야기나 고래뱃속에 들어갔다가 탈출하는 요나의 이야기처럼 모든 갈등과 고난을 이겨낼 방법으로 신에 대한 믿음과 구원을 강조하는 유일의 기독교적 종교관을 강조하고 있다. 흔히 모험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는 대항해 시대의 개척청신뿐만 아니라 그 당시 시대상, 종교관까지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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