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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루이스 세풀베다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에서 보는 공존과 연대

[문학칼럼] 루이스 세풀베다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에서 보는 공존과 연대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6.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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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의 원칙을 기치로 전쟁 같은 삶의 현실
망가진 인간성 회복 촉구, 인류의 나아갈 방향 제시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루이스 세풀베다(1949 ~ )는 칠레 출신으로 라틴 문학권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이다. 젊은 시절 피노체트 군사독재 정권(1973- 1990)에 항거해 반정부 활동하다 투옥되기도 했으며 유네스코와 그린피스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환경생태 문제와 소수민족 보호와 같은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이 후 시, 에세이, 라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각성하는 작품 들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 '연애 소설을 읽던 노인', '어느 감상적인 킬러의 고백', '세상 끝으로의 항해' 등이 있고 '세상 끝으로의 항해'로 '후안 차바스'상, 독일 NDR 방송국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외국인 작가상, '띠그레 후안'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세계 1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출간 후 유럽에서만 2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갈매기 ‘켕가’는 바다에서 먹이를 잡다가 끈적끈적한 타르 찌꺼기 온 몸에 뒤집어 쓴 갈매기가 온 힘을 다해 육지로 날아가다 함부르크 항구의 어느 집 발코니에 추락한다. 마침 그곳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던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를 만난다. 켕가는 죽어가면서 부탁하는데 알을 먹지 말 것, 알을 부화 시켜줄 것, 아기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줄 것 이 세 가지다. 켕가는 알을 낳자마자 죽고 소르바스는 그 알을 품고 부화시킨다. 아기 갈매기는 태어나자마자 소르바스를 엄마로 인식하게 된다.

소르바스는 항구에 사는 동료 고양이, 세끄레따리요, 꼴로네요, 사벨로또도 등의 도움을 받아 아기 갈매기를 키우는데 고양이들은 아기 갈매기의 이름을 행운아라는 뜻의 ‘아포르 투나다’로 지어준다. 아기 갈매기는 이런 고양이들의 정성스런 돌봄에 힘입어 무럭무럭 자라는데 문제가 생겼다. 켕가가 죽어가면서 부탁한 것들 중 두 가지는 지켰지만 마지막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고양이들은 백과사전을 찾아 나는 법을 아포르 뚜나다에게 가르치고 17차례나 비행을 시켰지만 모두 실패한다. 인간과 소통하는 것은 고양이 사회에서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지만 결국 인간에게 도움을 받기로 결정하고 그중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어느 시인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시인은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며 비가 오는 어느 날 저녁 시인, 고양이들, 갈매기는 미겔 성당의 높은 난간으로 간다. 소르바스는 떨고 있는 아포르뚜나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드디어 아포를 뚜나다는 난간을 박차고 비가오는 밤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른다.

작품은 서로 다른 갈매기와 고양이라는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 약속을 부탁하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통해 환경오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모든 삶의 연대와 공존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각자가 생각하는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자연의 영역을 침범하고 동물을 학대하며 인간끼리도 타인의 권리와 행복을 침범하려고 한다. 나라는 나라끼리, 인종은 인종끼리, 같은 나라 안에서 조차 공동선은 무시되고 오로지 자신만 잘 사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적자생존의 원칙을 기치로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작가는 죽어가는 엄마 갈매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기 갈매기가 날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보여준 고양이의 그 선한 마음을 통해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망가진 인간성을 회복하라고 촉구하며 인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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