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학칼럼] 싱클레어 루이스 '늙은 소년 액슬브롯'에서 보는 무엇이 나이 든 것인가?

[문학칼럼] 싱클레어 루이스 '늙은 소년 액슬브롯'에서 보는 무엇이 나이 든 것인가?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7.04 10:26
  • 수정 2023.07.04 10:27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5세의 나이에 공부를 해서 대학에 입학한 액슬블롯
삶에는 시기에 맞는 단계와 환경이 있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싱클레어 루이스(1885 ~1951) 는 미국 미네소타 주 출신으로 예일대학교를 졸업했다. 1920년 '메인 스트리트'로 미국 생활에 대한 날카로운 재현과 미국적 물질주의, 편협성, 위선 등에 대한 비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26년에는 탐욕과 타락으로 가득한 의료계에서 윤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 의사를 추적한 '애로스미'로 퓰리처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상을 거절했으며, 1930년에는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이민으로 미국인이 된 '크누트 액슬브롯'은 18세에 결혼하여 58세까지 열심히 일해 빚을 갚고 농장도 하나 마련했다. 그사이 아내는 죽고 말았지만, 자녀들은 장성하여 자기 앞가림을 하면서 산다. 크누트는 농장을 딸 내외에게 맡기고 오두막을 지어 고양이와 함께 산다. 크누트의 어릴 적 꿈은 유명한 학자가 되어 여러 나라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역사에 능통하게 되어 지혜로운 책들 속에서 아름다운 세계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었는데 어려운 상황에 일찍 결혼했으니 대학에 가지를 못했다.

그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소설을 새벽 세 시까지 읽다가 예일대 생활을 화려하게 그린 내용에 매료되어 대학에 가기로 결심하고 하루에 12시간씩 공부하여 기어이 예일대학에 합격한다. 65세의 신입생이 된 크누트에게 기숙사 룸메이트인 '레이'는 “당신처럼 늙은 사람은 그따위 쓸모없는 공부보다는 영혼 구제에 관한 문제를 생각해야 할 거요”라며 무시하고 가난한 고학생들과는 통할 줄 알았으나 그들은 학비를 버느라 바쁘게 뛰면서 불만만 토로한다. 책에 나오는 멋진 학생은 하나도 없고 잡담이나 하는 시시한 녀석들뿐 크누트의 멋진 대학 생활에 대한 상상은 깨져버리고 만다.

명문가 자제나 부잣집 아이들은 크누트를 대놓고 무시하고 교수들까지 크누트를 경계하며 면박 준다. 외톨이가 된 크누트는 혼자 산책을 하며 마음을 달래다가 룸메이트가 ‘속물 풍류객’이라고 험담을 했던 '길버트 워시번'과 마주치는데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시를 논하고 뮈세 시집을 보여주는 길버트에게 크누트는 매료되고 만다. 대학에 와서 처음 마음을 열고 밤새 얘기를 한 크누트는 ‘오늘 밤은 외국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라며 기뻐한다. 길버트는 자신의 방으로 크누트를 데려가 해외여행 때 구한 진귀한 물건들을 보여주고, 자작시를 읊어준다. 그날 실제로 시 쓰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크누트는 감격하고 만다. 크누트는 길버트가 준 뮈세 시집을 손에 꼭 쥐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젊은이와 늙은이는 오래 결합하지 못하니 다시 길버트가 자신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을 거로 생각하면서 좋은 기분을 안고 곧장 학교를 떠난다.

열심히 살다가 65세의 나이에 대학에 입학한 크누트, 이미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나이다. 삶에는 시기에 맞는 단계와 환경이 있다. 그러므로 그에게 낭만적인 대학 생활은 다가오지 않는다. 나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다가온 것이 있다. 진리 탐구, 정서적 충족, 대학생 신분으로 원래 적인 가치와 의미를 맛볼 수 있었던 단 하루 시간이 그에게 깨달음을 준다.

2013년에 101세의 나이로 타계한 일본의 고 시바타 도요 여사는 92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98세의 나이에 첫 시집을 냈고 158만 부가 팔렸으며 100세까지 시를 썼다고 한다.

무엇이 늙은 것이며 나이 든 것인가. 자신이 원했던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여 65세의 나이에 공부를 해서 대학에 입학한 액슬블롯인가. 그를 같은 학생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피하고 면박 주는 자들의 강퍅함이 더 늙은 것인가.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