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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이효석의 ‘장미 병들다’에서 보는 왜 장미는 병이 들었을까?

[문학칼럼] 이효석의 ‘장미 병들다’에서 보는 왜 장미는 병이 들었을까?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7.11 20:54
  • 수정 2023.07.1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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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본 남성의 잘못된 성적 욕망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이효석(1907-1942)은 강원도 평창 출신의 소설가이면서 수필가로 호는 가산이다. 경성제대 재학 중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 초기 문학은 경향문학이 짙어 동반자 작가로 불리웠으나 1930년대 들어 순수문학을 추구, 향토적이고 이국적인 모티브로 하는 작품세계를 펼쳤다. 대표작으로 ‘돈’, ‘수탉’, ‘산’, ‘분녀’, ‘들’, ‘메밀꽃 필 무렵’, ‘낙엽을 태우면서’ 등이 있다. 작품은 이효석(1907∼1942)의 사실주의 단편소설로 1938년 '삼천리 문학'에 발표되었다.

7년 전 서울에서 현보는 남죽의 언니가 경영하는 서점에서 남죽을 처음 보는데 당시 남죽은 여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서점의 진보적인 책을 읽으면서 학생 운동을 주도하다 학교에서 쫓겨난다. 이후 그녀는 언니의 서점 '대중원' 일을 도와주면서 여배우나 음악가를 꿈꾸는 꽃 같은 존재였었다. 그런 그녀를 극단에서 만난 것이다. 갓 설립된 극단 '문화좌'에서 현보는 각본을 맡았고 남죽은 여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엄격한 검열로 공연은 좌절되고 극단은 해체되고 만다.

남죽은 서울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가려고 하지만 여비(50원)가 없었다. 현보가 친한 친구에게 부탁을 하지만 겨우 10원만을 구했을 뿐이다. 그 돈도 남죽이 춤을 추고 싶다고 하여 바에 가서 술값으로 다 써버린다. 그날 남죽은 백만장자의 아들이라는 남자와 춤을 춘다.

다음날 현보는 남죽을 찾아가 함께 강으로 나간다. 남죽이 강에 빠져 현보가 도와주다 두 사람은 옷이 젖고 옷을 말리다 밤늦게야 돌아온 이들은 남죽의 여관에서 함께 사랑을 나눈다. 현보는 남죽에게 사랑의 감정을 조금씩 느끼고 남죽의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의 돈을 몰래 빼내 남죽이 있는 여관을 찾았을 때 남죽은 없었다.

집에 돌아오니 여비가 마련돼 고향에 돌아간다는 남죽의 엽서가 와 있었다. 다시 여관을 찾아 내막을 알아보니 남죽은 백만장자의 아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돈을 얻어 고향으로 내려가 버렸다. 문제는 그 후에 또 발생했다. 현보, 백만장자의 아들 모두 매독에 걸렸다. 남죽과 밤을 보낸 두남자 모두 성병에 걸린 것이다. 현보는 마음과 육체 모두를 속인 남죽에게 배신감과 안스러움을 느낀다.

작품에서의 장미는 청춘의 꿈과 남죽 이 둘을 상징한다. 한때는 그녀는 음악가와 영화배우를 꿈꾸고 진보적인 책을 읽고 학생 운동을 주도한 깨어있는 여학생이기도 했지만, 서울에서 지내면서 그 꿈을 잃어버린다. 꿈을 이루기에는 세상은 남죽의 편이 아니었다. 결국 남죽은 자신의 마지막 꿈과도 같았던 극단의 여주인공 역할까지도 좌절되자 고향으로 내려가고자 한다. 현보와 처음 만남과는 다르게 7년 후의 남죽은 현보 뿐 아니라 낯선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고 차비를 얻어낸다거나, 잠자리를 같이한 남자들에게 성병을 옮겨줄 정도로 타락한 여인일 뿐이다.

현보가 성병에 걸린 것은 남죽 탓이다. 그렇다면 남죽은 누구에게 성병을 옮았을까. 아마 그녀의 몸을 탐한 다른 남자들 중 누구였을 것이다. 자신의 이상을 펼쳐보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시대의 진보적 여성이었던 남죽의 타락은 식민지 시대의 암울한 시대 상황에 더해 자신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도구였으며 성(性)을 사서라도 육체적 쾌락을 얻고자 하는 남성들 욕구의 대상일 뿐이었다. 누가 남죽을 탓할 수 있으랴. 결국 현보에게 성병을 옮긴 건 남죽이 아니라 여성을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만 본 남성의 잘못된 성적 욕망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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