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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주요섭의 '개밥' 에서 보는 우리 사회의 취약 층에 관심 갖기

[문학칼럼] 주요섭의 '개밥' 에서 보는 우리 사회의 취약 층에 관심 갖기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4.2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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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그 선함의 결심을 실천하는 것
어려울수록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으로 짠 촘촘한 사회적 그물망 필요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주요섭(1902-1972)은 평양 출신으로 소설가이며 언론인이고 독립운동가 이기도 하다. 1919년 3·1운동 후 등사판 독립신문을 발행하다가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1921년 매일신보에 ‘깨어진 항아리’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으며, 이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아네모네의 마담’ 등의 서정적인 작품을 많이 썼다.

작품은 1927년에 발표한 단편으로 시대적 배경은 일제 강점기이다. 작품은 하층민의 삶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며 사실주의적 관점에서 하층민의 아픈 현실을 밀도 있게 그려낸 수작이다.어느 부잣집 주인이 바둑이라는 서양 사냥개 새끼를 얻어온다. 일본 사람 사냥꾼의 집에서 얻어 온 것인데, 처음에는 우유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 하여 첫 한 주일 동안은 우유를 사다 먹였으나, 개에게 우유만 먹이기는 아무리 부자라도 벅찼으므로 흰밥에다 고깃국을 주기로 한다. 이 집에서 일하는 단성 어멈은 주인 내외의 하는 것이 모두 미친 짓같이 보였고 개에게 우유를 먹일 때보다 흰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일은 더 못 할 짓으로 생각된다.

처음 이틀은 개가 먹지 않았으나 배가 고픈지 사흘되는 날부터는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 처음 얼마 동안 개가 흰밥 고깃국을 잘 먹지 않았을 때 주인아씨가 내다 버리라고 하였고, 행랑방에 혼자 놀고 있는 세 살짜리 이쁜 딸 단성에게 그 개밥을 주었고, 단성이는 세상에 난 이후로 흰밥 고깃국이 처음이었다. 단성 어멈은 과한 노동으로 말미암아 젖이 나오지 않았고 흰밥과 고깃국은 단성에게 영양을 보충시킬 수 있는 음식이었고 단성이도 맛나게 먹었다. 단성 어멈은 매일 흰밥에 고깃국을 얻어 단성이도 먹이고 자신도 쌀밥 한두 술을 얻어먹을 수가 있었는데 두 주일이 못 되어 개가 배가 고팠던지 그 흰밥과 고깃국을 다 먹어치운다. 이제는 단성 어멈이 아무리 밥을 많이 주어도 남기지를 않는 것이다.

​결국, 단성 어멈은 단성이에게 했던 약속했던 쌀밥과 고깃국을 못 가져다 주게 되고 그 죄책감으로 인한 분노가 단성에 대한 화풀이로 변한다. 문턱에 앉아 오줌을 싸고 있는 단성이를 머리채를 휘어잡고 끌고 들어가서 엉덩이를 때리는 것이다. 단성이는 그 후로 쌀밥과 고깃국을 달라고 하는 말이 아예 없어졌다. 개를 데려온 지 한 달이 좀 넘었을 때, 단성이 아범은 영업을 축소한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 그 후 일본으로 노동자를 모집해 가는데 삼 년을 약속을 하고 여러 노동자와 함께 일본으로 갔다. 바둑이는 그동안 큰 개가 되어서 모른 사람이 오면 컹컹 짖기도 하고, 포동포동 찌고 기름이 오르는 반면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단성이는 차차 몸이 더 쇠약해 갔다. 단성이가 죽도 한 술 먹지 못하고 연해 기침을 하여 열이 났다. 어멈은 그제야 심상치 않은 줄 알고 놀라서 주인아씨께 말하여 감기약 한 봉지를 얻어 먹이고 땀을 내도록 나무를 좀 얻어다가 불을 때고 온몸을 이불로 푹 덮어 주었으나 다음 날 효과가 없다. 의사가 왔다. 못 먹어서 생긴 병이라고 한다. 먹지 못해서 생긴 병이니 쌀밥을 먹이고 고깃국과 우유를 먹이고 달걀도 먹이고 닭고기도 먹이라고 한다. ​

약도 얼마 먹였으나 효험이 없었다. 의사를 한 번 더 부르기 위해 주인아씨에게 월급을 한 달 치 먼저 꾸어 주는 셈치고 빌려 달라고 하였으나 거절당한다. 쌀밥과 고깃국을 입 밖에도 내지 않던 단성이가 쌀밥과 고깃국 좀 달라고 한다. 주인아씨에게 사정을 이야기 했으나 체한다고 하며 죽을 쑤어주라고 쌀을 한 줌 준다. 그러나 단성이는 한 숟갈 먹어보고는 손도 안 댄다.

​단성 어멈은 죽 그릇을 들고 개밥을 가지러 간다. 개밥 통을 들고 국물을 좀 국그릇에 쏟으려 하니, 개가 제 밥을 안 빼앗기겠다고 어멈을 향하여 달려들고 단성 어멈도 개밥 통으로 개를 때린다. 개가 단성어멈의 팔을 물고 단성 어멈도 개의 허리를 물어뜯는다. 서로 물고 뜯고 하던 중 개는 죽고 죽은 개를 의식하지 못한 채 피투성이가 되어 계속 개를 물어뜯던 단성어멈은 마당에 허옇게 얼어붙은 흰 밥에 고깃국을 보고 피투성이 손으로 얼어붙은 것을 긁어모아 쥐고 행랑방으로 달려가나 이미 단성이는 죽어있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한국 전쟁을 거치고 우리는 고난의 세월 끝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낸 대한민국, 지금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 전반적인 삶의 수준이 그때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고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은 경제 대국이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와 식민지 였던 그 시대와는 다른가? 우리 주변에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다가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없는가? 주인에게 귀여움을 받는 반려견보다 못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는가? 나는 작품의 주인마님처럼 내 일이 아니라고 세상의 어두운 곳을 외면하며 인색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 너도 나도 어려운 시기일수록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으로 짠 촘촘한 사회적 그물망이 필요하다. 좋은 말, 착한 말, 똑똑한 말은 입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선함의 결심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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