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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톨스토이 단편 '세 죽음'에서 보는 가치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문학칼럼] 톨스토이 단편 '세 죽음'에서 보는 가치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3.2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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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개인 혼자에게만 주어지는 고독한 여행길이다
후회 없는 죽음이 되도록 삶에 최선을 다해야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톨스토이(1828~1910)는 두 살 때 어머니를, 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27세에 셋째 형이, 31세 때는 맏형이 세상을 떠났다. 자신도 한때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나이 30세 무렵인 1859년, 심각한 영적 고뇌를 겪기 전에 쓴 단편으로, 작가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고 독자들도 어떤 죽음을 맞이한 것인가를 생각해봄으로써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해보게 되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황량한 어느 가을날 귀부인이 하녀와 함께 마차를 타고 간다. 부인은 폐병을 심하게 앓고 있었는데 이탈리아로 가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의사와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는 중이다. 그녀의 마차 뒤로 남편과 의사가 반포장마차를 타고 뒤따르고 있다. ​두 대의 마차가 작은 역참에 들른다. 젊은 마부 세료가는 역참에 있는 마부 숙소에 들어가고 그곳에는 늙고 병든 마부 표도르가 페치카 위에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세료가는 임종을 앞둔 것처럼 보이는 표도르에게 새 장화를 달라고 하고 표도르는 세료가에게 장화를 줄테니 자신이 죽은 뒤에 돌비석을 세워달라고 제안을 한다. 세료가는 그리하겠노라고 약속을 하고 새 장화를 신고 마차를 몰고 떠난다. 다음 날 아침 표도르는 죽은 채 발견된다.

봄이 왔다. 귀부인은 여행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임종을 앞두고 있다. 집에는 가족 외에 의사, 신부, 부인의 어머니와 사촌 언니가 와있다. 죽어가는 부인은 여전히 여행을 만류한 남편을 증오한다. 그녀는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가 숨을 거둔다. 한 달 뒤 귀부인의 무덤 위에는 작은 교회 모양의 석조 비석이 세워진다. 장화를 가져간 세료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바람에 표도르의 무덤에는 아직 아무런 비석이 없다. 마부 숙소 식모의 성화에 못 이겨 세료가가 돌비석은 나중에 세우기로 하고 일단 나무 십자가라도 세우려고 도끼를 들고 숲으로 간다. 도끼질 소리가 한참 들리더니 마침내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진다. 그렇게 나무가 죽는다.

작품은 세 가지의 죽음을 대비시키고 있다. 귀부인의 생에 대한 집착과 원망의 죽음, 가난한 마부의 자연사, 숲속 나무의 희생적인 죽음이다. 귀부인은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일찍 이탈리아로 데려가지 않았던 남편을 원망하며 민간요법을 시행하였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않고 죽는다. 늙은 마부 표도르 역시 죽었고 조건이 있었지만 장화를 필요로 하는 젊은 마부에게 자신의 장화를 주고 죽는다. 마지막으로 나무는 세료가의 손에 의해 베어 지면서 어떤 불만도 없이 자신을 그냥 내어준다.

톨스토이는 죽음을 앞두고 삶에 대한 미련으로 주변 사람을 원망하며 죽은 귀부인의 삶이 젊은 마부에게 장화를 내어주며 자신의 비석을 세워달라고 한 늙은 마부의 죽음보다 못하고, 조건을 내건 늙은 마부의 죽음이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나무보다 못하다고 말한다. 죽음은 개인 혼자에게만 주어지는 고독한 여행길이다. 물론 가족, 친지, 주변 사람 들은 슬퍼하고 애도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죽는다고 해도 세상은 그대로 존재할 것이며 자연의 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어떠한 삶을 살 것이며 무엇을 남길 것인가. 후회 없는 죽음이 되도록 삶에 최선을 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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