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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정직한 도둑'이 주는 질문 '나는 정직한 가'

[문학칼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정직한 도둑'이 주는 질문 '나는 정직한 가'

  • 기자명 민병식 논설위원
  • 입력 2023.04.05 05:57
  • 수정 2023.04.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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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제목인 ‘정직한 도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양심에 걸려 죽기 전에 고백한 회개의 마음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문학을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6세경 입학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병 사관학교 졸업 후이며 1845년 ‘가난한 사람들’로 잉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그 후 모두가 풍요롭고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 모임인 ‘페트라세프스키’에 가입했는데 이때는 짜르 니콜라이 1세 재위 기간으로 1849년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 받고 집행되려는 찰나, 황제의 특사로 감형되어 시베리아 옴스크에서 4년간 중노동 형에 처해지는 등 파란만장의 역사를 산다.

이 작품은 도스토옙스키가 27세에 시베리아로 유배가기 직전에 쓴 단편으로 마르크스, 엥겔스가 추구했던 공상적 과학적 사회주의와는 결이 다른 공상적 사회주의 사상이 녹아 들어간 소설이다. 공상적 사회주의란 계급투쟁을 반대하고 사랑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것으로 주로 자유, 평등, 박애의 개념을 사회와 경제생활 속에 현실화하고자 했고 지금도 협동조합이나 공동체 운동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화자인 ‘나’는 ‘아그레페나도’라는 가정부와 살고 있는데 사무실과 아파트를 오가며 일상을 보내던 중 어느 날 가정부의 권유로 작은 방에 퇴역군인인 ‘아스타피’라는 퇴역군인에게 세를 주게 된다. 무료하던 생활에 ‘아스타피’의 등장은 즐거운 일이었다. 어느 날 ‘나’의 집에 도둑이 들어 ‘나’의 외투를 훔쳐 도망가고 아스타피가 쫓아가지만 그만 놓치고 만다.

이를 계기로 ‘아스타피’가 직장을 잃고 친예척 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갈 처지였을 때 만난 정직한 도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스타피가 우연히 술집에서 술값이 없는 노인에게 술을 한 잔 사주었다가 그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그는 ‘예멜리안’이라는 사람이었다. 아스타피는 자신도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가난하지만 예멜리안이 생활능력을 다시 찾기를 바라며 순수한 마음으로 돕는다. 그러나 변화되지 않고 매일 술에 쩔어 보내는 예멜리안을 몇 번이나 쫓아 버리려고 하지만 그의 불쌍한 모습과 처지에 안타까워 차마 그를 내보내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날 둘의 사이가 벌어지는 결정적 사건이 발생하는데, 아스타피는 가지고 있던 것 중 유일하게 값이 나가는 승마바지가 없어진 것이다. 아스타피는 예멜리안을 의심했지만 예멜리안은 한사코 자신이 가져가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그 이후 아스타피는 외출할 때 마다 옷장 문을 잠그고 나갔다. 이에 대해 예멜리안은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상심하여 집을 나갔고, 그가 떠난 후 아스타피는 걱정이 되어 그를 찾아 보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닷새가 지나서 예멜리안은 할 말이 있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아스타피는 그를 위해 스프와 먹을 것, 보드카를 차려 주었지만 그는 너무 허약해져서 그것을 먹지도 못한 채 자신이 바지를 가져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의 외투를 팔면 돈이 좀 될 것이라고 하며 숨을 거둔다.

작품의 제목인 ‘정직한 도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예멜리안이 돌아 왔을 때 아스타피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술과 저녁을 대접하려고 하고 예멜리안은 자신의 잘못을 아스타피에게 고백을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바로 이는 바로 휴머니즘과 박애 정신을 말한다. 자신의 승마 바지를 훔쳐간 자를 용서하고 오히려 먹을 것을 주며 걱정해주는 마음, 승마 바지를 훔쳐 간 것이 양심에 걸려 죽기 전에 고백한 회개의 마음, 이러한 마음들이 세상을 정화시키고 사람을 살린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을 속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시대, 비양심의 이 시대에 입으로는 인문학을 떠들고, 독서를 외치면서 실제의 삶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봄이 없이 권모술수를 쓰며 세상을 기만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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