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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에서 보는 찰나의 삶과 마비(Paralysis)

[문학칼럼]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에서 보는 찰나의 삶과 마비(Paralysis)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6.14 11:39
  • 수정 2023.07.0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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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삶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제임스 조이스(1882 ~ 1941)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작가로, 소설·시·희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20세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대표작으로 ‘율리시스’, ‘피네간의 경야’,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등이 있다. 이 작품은 15편의 단편으로 묶여 있는 ‘더블린 사람들’의 마지막 작품으로 194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쓴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1888 ~1965)은 이 작품을 최고의 단편이라 칭했다고 한다.

모컨 자매의 파티는 30년째 이어져 오는 연례행사인데 이 파티에 조카 부부인​ 게이브리얼과 그레타도 참석한다. 게이브리얼은 두 이모가 무척 아끼는 조카다. 좋은 학벌과 교사라는 직업과 파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 준다. 이모가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왈츠를 추고 만찬을 즐기며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게이브리얼은 사람들 앞에서 이 파티를 주관한 이모들의 건강과 행복, 재물과 장수를 기원하는 건배를 제의한다.

​시간이 흘러 파티를 파할 시간이 되자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는 우연히 그레타의 모습을 발견하고 성적인 욕망을 느끼게 된다. 파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게이브리얼은 그녀를 살피면서 기다린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고, 그녀는 울음을 터뜨린다. 당황한 그가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어린 시절 사랑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 소년은 심각한 병에 걸려 죽었는데, 아까 들었던 노래가 바로 그 소년이 즐겨 불렀던 노래라고 했다.

​울다 지쳐 잠든 그레타 옆에서, 게이브리얼은 생각에 잠긴다. 지금껏 죽은 첫사랑을 마음에 품고 있었던 그레타를 낯설게 느끼며, 그동안 자신이 알았던 평범한 삶 곳곳에 죽음이 존재함을 인식한다. 파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머지않아 노래를 부르던 이모의 부음을 듣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은 아일랜드 전역에 내리고 있었다. 눈은 기우뚱한 십자가와 묘석 위에도, 작은 출입문 위의 뾰족한 쇠창(槍) 위에도, 그리고 앙상한 가시나무 위에도 눈은 바람에 나부끼며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조이스는 ‘마비’ 상태에서 깨어나는 자기 발견의 순간을 ‘에피퍼니’라는 말로 설명했는데, 바로 이 눈이 내리는 장면이 죽음에 대해 직시하는 ‘에피퍼니’의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자신의 수명을 다하고 죽는 사람도 있으나 때론 사고로, 질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죽음의 시간들이 섞여 있을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주변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 또, 언제 내게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찰나의 시간에 살고 있으면서도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잊고 영원히 살 것처럼 마비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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