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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덤불 속' 에서 인간의 추함을 폭로하다

[문학칼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덤불 속' 에서 인간의 추함을 폭로하다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2.1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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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해놓고도 절대 아니라는 범죄자의 습성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 도쿄 출생으로 일본 다이쇼 시대(20세기 초, 1912-1926)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예술지상주의 작품이나 이지적으로 현실을 파악한 작품을 많이 써 신이지파로 불린다. 주로 일본이나 중국 설화집에서 제재를 취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라쇼몬', '코', '게사쿠 삼매경', '지옥변', '톱니바퀴' 등이 있다. 1926년과 1927년에 두 번의 자살을 시도했고, 1927년 다시 자살 시도로 생을 마감한다.

이 작품은 덤불 속에서 벌어진 어떤 남자의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세 사람이 진술을 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런데 용의자로 지목되는 사람들인 남편과 아내, 도적 세 사람 모두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도적인 ‘다조마루’의 진술이다. ‘다조마루’는 덤불 속에 보검 등 숨겨진 보물이 있다고 부부를 꾀어 덤불 속으로 유인한 후 남자를 불시에 공격해 나무에 묶어 두고 성적 욕망이 일어 그의 아내를 겁탈하려고 한다. 남자의 아내가 처음에는 단검을 빼어 들고 저항했지만 돌연 당신이 죽든가, 남편이 죽든가 살아남은 자를 따라가겠다고 말하여 그녀의 불타는 눈빛을 보고 아내로 삼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후 묶여있던 남자의 밧줄을 풀어 주고 결투 끝에 남자를 죽였다고 한다. 그 사이 여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조마루'는 자신이 그 사내를 죽인 것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당당히 싸웠음을 주장한다.

다음은 아내의 진술이다. 아내는 남편의 여인으로서 그의 앞에서 겁탈당한 모습을 보였고 남편의 눈빛이 경멸의 눈빛이었다고 했다. 정조를 잃었기 때문에 남편을 죽였다고 했다. 모든 것을 지켜본 남편과 함께 살아갈 자신이 없어 남편을 자신이 죽였다고 고백하고 자신도 죽으려 했지만 이렇게 살아 있다고 흐느낀다.

"여보, 이제 이렇게 된 이상 당신과 함께 살 수는 없어요. 저는 단숨에 죽을 각오예요. 그러나 당신도 죽어 주세요. 당신은 저의 치욕을 보셨습니다. 목숨을 저에게 주세요"

죽은 남편은 무녀의 혼령을 빌려 진술한다. 도적은 아내를 겁탈하고 아내를 유혹했는데 아내도 도적의 말에 넘어가는 듯 보였고 아내는 도적에게 "저 사람을 죽여줘요. 나는 저 사람이 살아 있는 한 당신과 같이 살 수 없어요"라고 외치면서 도둑의 팔에 매달렸다고 한다. 도적은 아내가 달아난 뒤 나에게 오더니 밧줄을 풀어주고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지친 몸을 일으켜 단검을 들고 스스로 자결을 하였고, 얼마 후 의식이 흐려진 상태에서 누군가 다시 자신에게 다가와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살며시 내 가슴에서 단도를 뽑았다고 말한다.

다음은 시체를 발견한 나무꾼의 진술이다.

등장인물 가운데 시체를 처음 발견한 '나무꾼', 그는 "칼이나 다른 무엇을 못 보았느냐는 '검비위사'의 질문에 아무것도 없었고 나무 밑둥에 밧줄 한 가닥만 떨어져 있었다고 말한다. 나무꾼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을 목격했을지도 모르고 단도를 훔쳤기에 아무것도 못봤다고 말했을 수도 있다.

​등장인물 들의 진술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명되지 않는다. 서로가 자신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서로 다른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류노스케’는 이기심으로 뭉쳐진 인간의 추악한 심리가 마치 작품의 제목인 덤불 속과 같다며 진실하지 못한 비양심을 폭로하고 있다.

잘못해놓고도 절대 아니라는 범죄자의 습성이 이와 같을 것이다. 범죄자만 그런가.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서도 이와 같은 비양심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입시비리, 학력 위조, 정치자금 위반, 뇌물, 횡령 등 자신들은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수사를 받으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눈에는 국민이 우스워 보이는 듯하다. 권불십년이고 화무십일홍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참고 : 검비위사 : 일본 헤이안시대에 경찰과 재판관을 겸한 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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