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학칼럼] 윌리엄 서머싯 몸의 단편 ‘점심’에서 보는 인간의 염치없음은 어디까지인가?

[문학칼럼] 윌리엄 서머싯 몸의 단편 ‘점심’에서 보는 인간의 염치없음은 어디까지인가?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1.26 21:2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스로 감사하고 만족한 삶,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면 사람의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서머싯 몸(1874-1965)은 프랑스 파리 출생으로 파리 주재 영국 대사관의 고문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모가 일찍 타계하는 바람에 영국에서 목사로 있던 숙부 밑에서 자랐다. 1897년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작가로 전향했고, 인간의 굴레, 케이크와 맥주, 면도날, 달과 6펜스 등의 대표적인 작품이 있으며 장·단편소설, 희곡, 에세이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는 작가이다.

파리에 살고 있던 주인공의 직업은 작가다. 작가는 공동묘지가 내려다보이는 라탱 지구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조금 이름이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글을 쓰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수준의 가난한 작가의 책을 읽고 어느 여성이 감상평을 적어 보내온다. 작가는 이에 감사의 답장을 보냈는데 이후 그녀는 파리를 지날 일이 있으니 작가와 만나 문학에 대해 토론하며 점심 대접을 받고자 한다며 편지를 보내온다. 작가의 생활수준으로는 턱도 없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말이다. 작가는 펜 레터를 거절할 베짱이 없었기에 그녀를 식사에 초대를 하기로 한다.

주인공은 점심땐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읊어 대는 그녀의 탐욕스러운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더니 값비싼 요리들만 골라 주문하는 그녀는 아마도 악한 뜻을 가지고 그런 건 아닐 것이다. 한 가지 요리만 먹겠다고 처음엔 연어를 주문하더니 연어를 기다리는 동안 캐비어를 주문하고 거기에 곁들여 샴페인까지 주문한 그녀, 자신의 식비라도 줄이고자 가장 저렴한 양고기 편육을 주문하는 작가에게 그녀는 편육 같은 무거운 음식을 드시고 난 다음에 어떻게 창작을 하실 수 있느냐고 한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소설의 절정은 다른 장면에서 나타난다. 귀한 아스파라거스를 주문하는 데서 작가의 고난은 비로소 시작한다. 과거의 유럽에서 아스파라거스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즐겼고, 심지어 왕의 채소라고 불리기도 한 엄청나게 비싼 음식이었다. 작가는 가슴이 철렁하다. 아스파라거스는 구경만 해 봤을 뿐 작가도 한 번 먹어보지 음식이었지만 염치없는 그 여인이 아스파라거스를 우겨넣고 씹어 삼키는 것을 바라보아야함 했다.

염치의 뜻은 체면을 차리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한다. 작품의 여인처럼 자신의 돈이 아니라고 이 것 저것 시키며 마구 먹어대는 태도는 몰지각한 염치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상호작용을 하는데 겉으로 표현을 못하겠고 결국 뒤돌아서서 욕을 하게 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불리는 뒷담화하고는 다르다. 즉 염치없다는 것은 인간적이지 않다. 즉, 자신의 마음 안에 미안함, 순수함, 예의, 배려, 양심 등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한다. 심리적 질병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 결국 인성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국어, 영어, 수학 등 좋은 대학에 들어가거나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한 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스로 감사하고 만족한 삶,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 법과 질서를 지키려는 마음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지식이 높고 물질이 많아도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면 사람의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