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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하근찬의 '전차구경'에서 배우는 우리도 언젠가는 옛 것이 된다

[문학칼럼] 하근찬의 '전차구경'에서 배우는 우리도 언젠가는 옛 것이 된다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1.1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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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세대 없이 우리 세대가 편한 과학문명 속에서 잘 살 수 없다.
먼저 세대는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준 존경받을 세대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하근찬(1931-2007)은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수난이대'로 당선 되었고 창작집으로 '수난이대', '흰종이 수염', '일본도', '서울개구리', '내 마음의 풍금'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 '야호', '월례소전', '제복의 상처', '여제자' 등이 있다. 제7회 한국문학상, 제2회 조연현 문학상, 제1회 요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하근찬의 전차구경은 2019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소설로 1970년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문명으로의 빠른 변화를 겪고 혼란스러운 할아버지와 새로운 문명의 도래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손자와의 대비를 통해 격변하는 시대, 신구의 세대차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전차는 일반도로 위에 노선을 깔고 달리는 전동차량으로 출발할 때 줄을 잡아 당겨 '땡땡땡' 기적소리를 내며 달렸다, 한때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지만 버스가 보급되면서 1968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한때 인기 있는 전차 운전수였던 할아버지는 지하철이 생기면서 복덕방으로 밀려난다. 지하철이 개통되는 날, 손자와 함께 지하철을 구경하러 가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손자 ‘기윤’은 신기함으로 감탄하지만 할아버지는 쓸쓸함을 감출 수 없다. 남대문에 관심을 두는 할아버지와 높은 고층 빌딩에 관심 있는 ‘기윤’이, 박하사탕을 먹자고 하는 할아버지와 초콜릿을 사달라고 하는 ‘기윤’이, 지하철을 타다가 ‘커덩 커덩’ 소리를 내며 달리던 옛 전차 생각이 난 할아버지는 30여 년 동안 인생의 고락을 함께한 전차를 구경하기 위해 손자와 남산으로 향하는데 놀이터 한쪽에 놓여 구경거리가 된 퇴락한 전차를 보며 쓸쓸한 할아버지는 옛날에 전차가 얼마나 멋졌는지 손자에게 열심히 설명하지만 손자에게 옛 것은 곰팡이 냄새나는 것일 뿐 관심조차 없다. 반가운 할아버지와는 달리 ‘기윤’에게는 강냉이 장수에게 갖다 주면 강냉이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고물일 뿐이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극명한 대조는 급격한 사회적 변화로 나타난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 준다

허전한 마음에 소주를 마시던 할아버지는 요즘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손님과 운전사 들 사이에 인정이 있었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갑자기 전차 쪽으로 다가가 운전하는 시늉을 하며 외치기 시작한다.

"자, 여러분! 옛날 전차가 떠납니다. 진짜 전차가....."

그러나 이 작품은 할아버지 세대로 상징되는 전차가 곰팡이 냄새나는 것이 아닌 현재를 있게한 소중한 디딤돌이라는 것이고 그 말은 곧 우리 부모님 세대 없이 우리 세대가 이렇게 편한 과학 문명 속에서 잘 살 수 없었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 부모 없는 자식 없듯이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 지금을 살고 있는 젊음도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전차 같은 지나간 과거가 될 것이니 우리의 먼저 세대가 꼰대나 지나간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준 훌륭하고 존경받을 세대이니 늘 감사한 마음을 갖으라는 교훈을 배운다. 90년대 생이 온다는 책이 있는데 거기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본인에게 주어진 휴가를 다 쓰지 않고 휴가를 다녀오지 않은 것이 마치 더 일을 열심히 한 듯이 으스대는 선배들을 볼 때면 얼간이같이 느껴져요. 내 휴가를 내가 사용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요. 얼마 전에 팀장님이 지나가는 말로 '휴가가 너무 잦은 거 아닌가?'라고 하는데 기분이 안 좋았죠. 지적하려면 업무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결론은 90년대 생이 오는 와중에 2000년대 생이 왔고 앞으로도 2050년대 생, 2100년대 생이 올 것이고 계속하여 과거와 현재는 겹치며 흐를 것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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