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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아르투르 슈니츨러 단편 '눈먼 제로니모와 형'에서 신뢰를 말하다

[문학칼럼] 아르투르 슈니츨러 단편 '눈먼 제로니모와 형'에서 신뢰를 말하다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3.21 22:41
  • 수정 2023.03.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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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의심하고 믿지 못한다면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없다
도덕적 가치관 확립이 아름다운 관계와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아르투르 슈니츨러(1862-1931)는 오스트리아의 의사이자 소설가 겸 극작가이다. 정신의학 및 피부과 의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1890년부터 문학동아리 ‘젊은 빈’의 일원으로 활동했고, 이때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도 알게 되었다. 그의 문학은 주로 죽음과 성(性)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같은 시대를 산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정신분석 기법을 통해 인간의 심리 상태를 예리하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1893년 단막극 ‘아나톨’을 발표하여 문단에서 인정을 받게 되었고 대표작 ‘리벨라이’, ‘초록색 앵무새’ ‘면사포’ 등 희곡 30여 편, 소설 40여 편을 썼다.

카를로는 어렸을 때 장난감 활을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동생 제로니모의 눈을 쏘아 제로니모는 평생 시력을 잃고 살아가야 했다. 자기 때문에 평생 앞을 못보게 된 동생에게 카를로는 죄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는데 아버지의 파산으로 결국 둘은 유랑길에 올라 거리의 악사로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제로니모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면 카를로가 구걸을 하는 역할이었다. 어느날 여느 때처럼 구걸을 하던 중, 카를로가 맥주를 사러 가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어떤 신사가 갑자기 제로니모에게 다가와 20프랑짜리 금화를 형에게 주었으니 혹시 형이 다 차지하지 않게 조심하라 하고는 사라진다.

제로니모는 형을 의심한다. 가뜩이나 자신 몰래 형이 돈을 마음대로 쓰고 있다고 미심쩍어 하던 터였다. 그러나 형 카를로는 그런 큰돈을 적선 받은 적도 없었고 동생을 성심껏 돌봐왔을 뿐 속인 적이 없었다. 제로니모는 계속 형을 계속 의심하고 결국 카를로는 제로니모에게 자신이 돈을 착복했다고 하고 사태를 수습하고자 자고 있던 여관 손님의 지갑에서 진짜 금화 한 닢을 훔쳐 제로니모를 데리고 도망가는데, 그 들앞에 경찰이 나타난다. 그제야 동생은, 형이 큰돈을 적선 받은 적이 없었으며 어떻게 해서 금화를 손에 지녔는지 진상을 파악하게 되었고 마음에 평안이 깃들고, 형은 다시 안식을 찾은 그런 동생을 보고 더 바랄 게 없다며 마음을 놓는다.

‘그 때 경찰관은 눈먼 제로니모가 기타를 땅에 떨어뜨리고는 두 팔을 들어 양손으로 형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제로니모는 입술을 카를로의 입에 가져다 대고 카를로에게 입맞춤을 했다.’

이 때 카를로는 자신이 곧 벌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이제 나쁜 일이 없을 것이라는 표정으로 희망을 갖게 된다.

단지 작품에 나오는 형제들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어떤 인간관계든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로 의심하고 믿지 못한다면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개인의 도덕적 가치관 확립이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엔 자신을 올바르지 않으면서 남들을 비판하고 자신은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바르게 살았다고 뻔뻔하게 거짓말하며 자신은 죄가 없다거나 타인이 한 것이라고 몰아가는 수준 이하의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속담은 작금의 현실에 적용되고 있으니 슈니츨러는 우리에게 양심과 신뢰의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인간 본연의 순수함으로 돌아가라고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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