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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미하일 엔데의 '냄비와 국자 전쟁'에서 배우는 공존과 공생

[문학칼럼] 미하일 엔데의 '냄비와 국자 전쟁'에서 배우는 공존과 공생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4.01.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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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과 공생을 위해 서로 나누고 협력할 때 더 큰 복이 돌아온다는 진리 이해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미하엘 엔데, 미하엘 안드레아스 헬무트 엔데(1929 ~ 1995)는 독일의 동화, 판타지 작가로 유명하며 연극배우, 연극 평론가, 연극 기획자로도 활동했다. 1960년 첫 작품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를 출간하고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대표작으로 동화의 형식을 빌려 시간과 돈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을 비판한 '모모'가 대표작이며 이외에 '끝없는 이야기', '마법의 설탕 두 조각',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마법의 수프', '렝켄의 비밀', 보름달의 전설'등이 있다.

옛날에 가운데 높은 산을 두고 왼쪽 나라와 오른쪽 나라가 있었다. 가운데 산은 너무 높고 험준해 두 나라는 서로를 전혀 알지 못했는데 어느 날 두 나라의 왕비가 동시에 아이를 낳았다. 왼쪽 나라는 왕자를 낳아 '자피안'이라 이름 짓고, 오른쪽 나라는 공주를 낳아 '프랄리네'라고 이름 지었다. 왕실은 친척들에게 아기들의 세례식 초대장을 보냈는데, 실수로 두 쪽 모두 '제르펜티네 이르비쉬'라는 고모에게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는데 이 고모가 유일하게 두 나라의 걸친 친척이었고 마녀였다. 양쪽에서 초대장을 받지 못한 고모는 화가 나서 불꽃 의자를 타고 날아가 고모는 왼쪽 나라에는 국자 하나를 선물로 주고 오른쪽 나라에는 냄비 하나 선물로 준다. 그런데 이 냄비와 국자는 짝을 이루어야 냄비에 맛있는 수프가 저절로 생기는 보물이었고 각각은 그 효력을 발생할 수 없었다. 두 나라의 왕들은 냄비와 국자의 짝을 찾기 위해 나라 안을 샅샅이 뒤지고,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세월이 흘러 어린이가 된 자피안 왕자와 프랄리네 공주는 어느 날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산에 올라갔다가 산꼭대기에 서로를 만나고 국자와 냄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 각자의 나라에 냄비와 국자가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말한다. 두 나라는 결국 모두를 차지하지 못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하고 그때 왕자와 공주는 냄비와 국자를 들고 산꼭대기에서 만나 냄비에 국자를 넣고 냄비에 맛있는 수프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내 두 나라는 전쟁으로 식량이 바닥나고,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결국 두 나라는 산꼭대기에서 회의를 하기로 결정했고 그 때 왕자와 공주가 맛있는 수프가 가득한 냄비와 국자를 가져와 허기진 사람들은 맛있는 수프를 배부르게 먹고 화해무드가 조성되어 왕자와 공주가 결혼하면서 냄비와 국자는 두 나라의 공동 소유가 되었다.

작품은 끝없는 욕심과 이기심을 비판하고 있다. 오로지 자신과 자신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그래서 남의 불행 따위는 아랑곳없이 어떻게든 자신의 배만 불리려 애쓰는 이기심, 물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모든 것은 합법적 이어야 한다. 두 나라의 왕은 보물을 손에 넣고자 전쟁을 일으키고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다. 그렇다면 두 나라 왕자와 공주는 어떤가. 냄비와 국자를 합쳐 맛난 수프를 끝없이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작품은 혼자 다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공존과 공생을 위해 서로 나누고 협력할 때 더 큰 복이 돌아온다는 당연한 진리를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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