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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김종광의 짧은 소설 ‘쌀 배달’이 우리에게 전하는 봉사의 마음

[문학칼럼] 김종광의 짧은 소설 ‘쌀 배달’이 우리에게 전하는 봉사의 마음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4.01.2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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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실행한다면 그것은 어떤 것보다 가치가 있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이 작품은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29명이 2011년 타계한 박완서 작가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짧은 소설들을 모아 낸 콩트 오마주인 ‘멜랑콜리 헤피 엔딩’에 수록된 짧은 소설 중 하나다.

소설가 김종광(1971 - )작가는 충남 보령에서 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8년 '문학 동네' 여름호에 단편 '경찰서여, 안녕'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소설집으로 ‘산 사람은 살지’, ‘성공한 사람’, ‘놀러 가자고요’, ‘코피 흘린 대가’ 등이 있다.

신들도 살기가 빡빡한데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남편이 자신은 운전도 못하면서 쌀 배달을 맡게 되자 아내가 대신 쌀 배달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어느 날 남편이 사고를 쳤다며 자원봉사 지원했다고 말하자 아내가 봉사할 형편이 되냐고 하고, 남편은 임선배라는 사람이 적십자 봉사를 하는데 월 회비가 6만원이고 공짜로 가입시켜 주었다고 한다. 결국 아내는 남편이 즉흥적으로 가입한 봉사활동을 따라가게 되는데 어렵게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쌀 배달을 하는 도중 남편은 중간에 쓸쩍 도망가고 좋아하지도 않던 봉사활동을 아내 혼자 하게 된다. 그런데 맡은 일을 열심히 할 뿐 아니라 맡기지도 않은 일까지 열심히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상황이 보인다. 가난한 동네는 원래 집 찾기도 어렵고 계단도 많아야 함에도 그런데 왠걸 몇 집 빼고는 부부보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나이만 들었지 자신들보다 건강해 보이는 노인들, 무료 봉사활동 기간이 끝나고 돈을 내면서 봉사활동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르자 그만 둔다.

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 봉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물론 아프리카 난민이나 동남아 등 제3세계에 까지 도움을 주는 봉사단체들이 여러 곳이 있다. 그러나 평범한 소시민에게는 월 2~3만 원의 월 정기후원도 쉽지는 않다. 하루에 커피 한 잔 덜 마시면 된다고 하는 가벼운 마음이라고는 하지만 말과는 다르다. 조금의 금액이라도 갑자기 내게 긴급히 필요하다면 괜히 후원했다는 후회의 마음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떤 이에겐 적은 금액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없어 몸이 아픈 사람들, 가진 것이 없어 마음이 힘든 사람들을 돕고 후원하고 봉사한다는 마음 자체가 큰 결심이다. 쉽게 생각하지 말자. 현실은 선의만 가지고는 뛰어넘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선의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실행한다면 그것은 어떤 것보다 가치가 있는 것일 것이다. 가진 것이 많을 때 조금 내어주는 것은 쉽지만 극히 미세한 부분일지라도 충분하지 않은 조건에서 내 것을 내어주는 따뜻함이 진정 봉사하는 마음이다. 금액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십 원, 백 원으로 돕겠다는 그 마음이 중요한 거다. 작은 마음들이 모여 사랑의 연계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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