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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셔우드 앤더슨의 단편 '숲속의 죽음'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문학칼럼] 셔우드 앤더슨의 단편 '숲속의 죽음'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 기자명 김한규 기자
  • 입력 2024.02.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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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대안을 연상하게 하자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셔우드 앤더슨(1876~1941)은 1920년대 주로 활동하였고 헤밍웨이 등의 세대에 큰 영향을 준 미국 소설가로 단편소설을 플롯 중심의 종래 방식에서 해방시켰고, 청교도풍의 금욕주의에 반대하여 인간을 육체 면에서 바라보았다는 데에 특징이 있다. 이 중에서 '숲속의 죽음'은 평생 불행한 삶을 살았던 한 노파의 죽음을 그린 단편 소설이다. 어린시절부터 노예처럼 부렸던 농장주인의 학대, 어렵사리 결혼해서는 남편의 폭음과 폭력, 아들까지도 모두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삶에 지친 노파의 삶, 겨울밤 숲 속에서의 기억은 인간의 죽음과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어느 날, 달걀을 팔아 산 약간의 고기와 정육점 주인에게서 공짜로 얻은 간(肝)과 뼈를 짊어지고 돌아오던 중 노파는 하얗게 쌓인 눈 속에서 잠시 앉아 쉬던 중 그만 잠이 들었고 그대로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그녀를 졸졸 따라왔던 비쩍 마른 몇 마리의 개들이 달빛 비치던 그 밤에 그녀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그녀의 죽음을 축복한다. 노파가 등에 지고 있던 부대를 뒤져 고기를 먹기 위해 개들은 그녀의 몸을 끌고 당기고 하는 바람에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는 옷이 모두 찢겨져 있었다. 달빛 속에서 조용히 누워있는 노파의 모습은 늙어 보이지 않았고 누군가 눈 속에서 그녀의 몸을 일으켰을 때 내 몸은 어떤 알 수 없는 신비스러움으로 떨렸다. 그렇게 희고 아름다운 대리석처럼 보인 것은 언 몸에 달라붙은 눈 탓이었는지 모른다. 대장간 주인이 옷을 벗어 노파의 몸에 씌우고 읍내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죽은 노파는 평생 동물을 먹여 살렸다. 달걀을 팔아야 음식과 필수품과 바꾸어 자신이 생존할 수 있으니까. 자신이 살기 위해서, 또 주정뱅이 남편과 망나니 아들의 동물적 생명까지도 말이다. 한 평생 운명에 순종하며 동물들을 먹여 살리고 죽어서 까지 동물(개)을 멱여 살린 노파의 삶과 죽음에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 살 것인가? 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 도 우리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는 지금의 삶이 전부이다.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과 물질적 풍요, 사회적 지위에 우선을 두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삶에서 좀 더 가치 있는 삶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참 어려운 문제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누구에게나 자기 나름대로의 철학과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만연한 코로나 19시대, 생활고에 찌든 사람들이 스스로 세상과 이별하고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까지 데리고서 말이다. 적어도 이런 죽음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이런 생각이라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방향은 나온 셈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남을 많이 돕는 것은 아니다. 나보다 어렵고 힘든 이에게 조금의 따뜻함이라도 전할 수 있는 마음들이 늘어난다면 누군가의 불행을 막을 수 있는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가치 있게 살아가는 삶의 방법 중 하나 일 것이다. 정치학 박사이며 소설 ‘논개’의 저자인 정항석 교수는 우리 사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적 사회로 나갈 의지를 수반한다면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런 면에서 오늘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대안을 연상하게 하자는 것이 우리 문인들이 할 의무라고 강하게 역설한바 있다.

결국, 이 작품은 대안적 사고를 바탕으로 좀 더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하며 따뜻한 휴머니티를 가미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4차 산업시대에 이르러 우리가 고민하는 인간 소외에 대해 심적 치유(healing)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 노파의 삶과 죽음을 통해 담고자 함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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