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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가 비판하는 물질 만능주의

[문학칼럼]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가 비판하는 물질 만능주의

  • 기자명 김한규 기자
  • 입력 2024.02.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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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세상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알퐁스 도데(1840 ~ 1897)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작품 '별', '마지막 수업' 그리고 이 작품,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다. 짧은 소설 안에 담긴 메시지는 우리 마음 안에 강렬하면서도 서서히 스며들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이 작품은 어느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글 안에 '황금 뇌를 가진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옛날에 황금 뇌를 가진 남자가 있었다. 머리가 온통 황금으로 된 사람이었다. 그가 세상에 태어나자 의사들은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너무나 무겁고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는 건강하게 살아남았다. 어느 날 높은 계단에서 굴러 대리석 계단에 이마를 부딪쳤는데, 머릿속에서 마치 금괴가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처음에 부모는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금발 머리카락 속에 금 두 세 방울이 핏자국처럼 굳어 있는 걸 보았다. 아이의 두개골은 금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부모는 그에게 사실을 말한다. 하늘이 내린 특별한 선물이라고. 그러고는 그를 키워준 대가로 금을 조금 나눠달라고 한다. 물론 그는 부모님을 사랑했기에 금을 나눠드리는 것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후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황금에 완전히 넋을 빼앗기고 그 능력에 도취되어 집을 떠난다. 자신이 가진 보물을 탕진하며 세상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서는 점점 황금이 말라가기 시작했다. 눈빛도 흐려지고, 뺨도 여위어갔다.

금을 마구 써 버린 어느 날 새벽, 자신의 금괴에 생긴 엄청난 손실을 알고 깜짝 놀란다. 지금까지의 흥청망청한 생활을 그만 두어야 할 때가 온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손수 노동을 하며 수전노처럼 의심과 걱정을 하며 살게 된다. 여러 유혹을 물리치고 이런 자신이 가진 부를 잊으려고 애쓰며 살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혼자 사는 곳까지 한 친구가 쫓아왔고, 친구는 그에게서 황금을 훔쳐 달아난다.

얼마 후 그 남자는 사랑에 빠졌다. 그가 사랑한 금발의 귀여운 여인은 그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의 손에 황금 조각들이 녹아 들어갔지만, 그는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심지어 그녀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재산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어느 덧 2년이 흘러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은 죽고, 황금도 바닥이 났지만 남아 있는 금으로 성대한 장례식을 치른다.

어느 날 저녁, 화려한 쇼윈도 앞에 멈춰 선 그는 그녀가 좋아했던 '백조 털로 수놓은 파란 새틴 반장화 한 켤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 귀여운 여인이 죽었다는 사실도 잊고, 그것을 사러 상점으로 들어갔다. 상점 구석에 있던 여주인은 커다란 비명을 듣고 계산대로 달려갔다. 그녀는 계산대에 기대선 남자를 보고 두려움에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한 손에는 백조 털로 수놓은 파란색 반장화를 들고, 온통 피에 젖은 채 손톱 끝에 금 부스러기가 붙어 있는 다른 손을 주인을 향해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는 각자가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 있다. 좋건 싫건 그 상황 아래서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황금만능주의의 세상은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지금의 세상은 부가 곧 지위고 부가 그 사람의 얼굴이다. 자기 분수와 명예를 목숨처럼 지키면서 꿋꿋하게 살았던 우리 선인들의 선비 정신을 생각하면, 돈의 노예로 타락해 버린 우리의 설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죽을 때 그 많은 돈을 가지고 세상을 떠나지 않는다. 아프고 어려운 사람, 힘들게 살아가는 주변의 취약계층을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의 일부라도 나누어 주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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