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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박완서의 '황혼'에서 배우는 인간이 인간이어야 하는 이유

[문학칼럼] 박완서의 '황혼'에서 배우는 인간이 인간이어야 하는 이유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4.01.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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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들에게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윤리적 마비 경고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박완서(1931 ~ 2011)작가는 1950년 서울대 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한국 전쟁의 발발로 학업을 중단한 바 있고, 1970년 여성동아 여류 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뒤늦게 등단, 그 이후 분단의 현실, 여성문제, 노인 문제, 자본주의 체제, 한국 사회의 갈등, 인생에 대한 이야기 등을 풀어낸 수많은 작품을 남긴 우리나라 근·현대 소설사에서 빠질 수 없는 커다란 족적을 그린 인물이다. 이 작품은 1979년에 발표된 작가의 단편소설로 강변 아파트에 사는 아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을 다루면서 현대사회 가정의 비도덕적 행태를 보여주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의 효 사상과 노인 존중 등 전통적 윤리의식의 붕괴를 지적한다.

늙은 여자는 자신의 아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젊은 여자는 늙은 여자의 며느리이다. 젊은 여자는 항상 늙은 여자에게 노인네라고 부르고 절대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식이 태어나고서는 할머니라고 부를 뿐이었다. 어느 날 늙은 여자는 자신의 배 속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늙은 여자는 자신의 시어머니가 자신과 같은 병을 앓았고, 자신이 배를 만져주면 좋아했던 시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늙은 여자가 배를 만져 달라고 하면 아들이고 며느리고 모두 도망간다. 늙은 여자는 병원에 가게 되었고, 몸속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다. 늙은 여자의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는 것은 사랑이 그리웠던 것을 상징한다. 늙은 여자는 우연히 젊은 여자가 친구와 통화하는 내용을 듣게 되는데, 젊은 여자는 늙은 여자가 성욕이 생겨서 자신의 배를 만져 달라하는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늙은 여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은 단지 외로울 뿐인데 혼자 살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무가치한 존재라고 느낀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의 호칭을 통해 노인의 소외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이름도 없이 그냥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로 지칭될 뿐이다. 늙은 여자라는 호칭은 외로움의 상징이 되어버리고 호칭을 통해 고조되는 소외감은 젊은 여자가 늙은 여자를 부르는 호칭과 뒷담화에서 절정을 이룬다. 젊은 여자는 부모도 없이 태어난 사람처럼 지극히 비인간적이다. 작가는 이러한 고부간의 갈등을 통해 아니 늙은 여자를 혐오하는 젊은 여자의 싹수없음을 통해 점점 노인에 대한 공경이 무너져가는 이 시대의 윤리의식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전통적으로 효를 중시하는 나라 아니었던가. 잘못된 사회다. 이제 평균수명이 늘어나 100세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노인들은 오래 사는 것이 무섭다. 진심으로 노인을 생각하고 모시는 아들, 며느리가 얼마나 될까.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가 효이고, 효를 행하지 못할 망정 기본은 해야 하는데 자신들은 노인이 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는 더러운 행태들을 박완서 작가는 이 책을 읽고 보면서 적어도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윤리적 마비를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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