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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빅토르 위고의 단편 '가난한 사람들'에서 보는 휴머니즘의 실천

[문학칼럼] 빅토르 위고의 단편 '가난한 사람들'에서 보는 휴머니즘의 실천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4.01.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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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스하고 풍요로워지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램!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빅토르 위고(1802~1885)는 19세기 프랑스의 낭만파의 기수로 시인, 소설가 겸 극작가로 활동했고 사회적 진보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상 사회를 추구하는 작품 활동을 전개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레미제라블' '세기의 전설' 등이 있다.

위고의 사상과 감정은 작품에서 '삶을 향한 사랑'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가족에 대한, 그리고 어린이들에 대한 끝없는 애정이 그것이다. 이 사랑은 확산되어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압박 받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박애 사상으로 번져 그의 중심 사상이 되었다. 그는 하류사회의 순박하고 선량한 서민들의 서러움과 쓰라림을 인간애적인 필치로 그려,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단편소설' 가난한 사람들'도 그 중 한 편이다.

폭풍우가 사납게 휘몰아치던 날, 가난한 어부는 그날 밤도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갔다. 어부의 아내 자니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와 주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드리며 낡은 어망을 기웠다. 가난한 사람이지만 깨끗이 손질된 조그마한 방안에는 아이들이 깊이 잠들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갈수록 비바람이 더욱 사납게 휘몰아쳤다. 남편의 일이 걱정되어 자니는 더 이상 집안에서 앉아 있을 수 없어 등불을 밝혀 들고 문밖으로 나섰다. 마침 바다로 나가는 동구 밖에는 자니의 집 보다 더 가난한 과부가 살고 있었다. 그날따라 과부는 두 명의 갓난아기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과부네 집 앞을 지나다가 문을 열어보고 이런 사실 알게 된 자니는 한참 동안 망설였다. 두 아기를 가슴 속에 꼭 품은 가난한 과부는 차마 눈 감지 못하고 몸부림치다가 기어이 숨을 거두었다. 빗물이 마구 새는 차디찬 방바닥에 누운 과부는 누더기를 벗어 애들을 감싸 안은 채 죽었다. 그래서 두 아기는 엄마의 죽음도 모르고 깊이 잠들고 있었다. 우두커니 방안에 버티고 서 있던 자니는 한참 뒤 무엇을 앞가슴에 감추어 넣고 사람의 눈을 피해 자기 집으로 도망쳐 왔다. 한달음에 집으로 뛰어온 자니는 누가 보지나 않았을까 하는 죄진 마음에서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이윽고 남편이 돌아왔다. 심한 폭풍으로 고기는커녕 어망을 갈기갈기 찢긴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마음 착한 이 부부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요행을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었다.

얼마 뒤 자니가 과부의 죽음을 남편에게 말했다. 그 말에 남편은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아내를 바라다보았다. 그러면서 어서 가서 불쌍한 아기들을 데려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자니는 꼼짝 않고 앉아서 살피듯이 남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남편이 말했다.

“여보, 그 애들을 데려오기가 싫단 말이요? 불쌍한 애들인데 우리들이 돌봐줘야 하잖소.”

이렇게 다시 남편이 재촉했을 때 자니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남편을 침대 옆으로 데리고 갔다. 침대 앞에 선 자니는 침대를 덮은 하얀 이불을 벗겼다. 그 속에는 과부의 갓난아기 둘이 서로 부둥켜안고 평화로운 얼굴로 깊이 잠들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자니부부는 비록 그들의 삶이 비참하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들의 마음은 너무나도 풍요로웠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 장애우들 사회적으로 약자에 놓인 사람들에게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조용히 그들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비참함, 슬픔, 아픔을 외면한 채 말이다. 자니부부처럼 마음이 따스하고 풍요로워지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것은 나만의 바램일까. 빅토르 위고는 이 작품을 통해 날로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자니 부부처럼은 행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연대하고 어떻게 사랑해야할지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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