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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막심 고리끼의 '2인조 도둑'에서 보는 한계상황에서의 도덕성

[문학칼럼] 막심 고리끼의 '2인조 도둑'에서 보는 한계상황에서의 도덕성

  • 기자명 민병식 논설위원
  • 입력 2023.12.27 19:38
  • 수정 2023.12.2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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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의 상황에서도 도덕적인 것은 인간에게는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막심 고리키(A.M. 페시코프의 필명, 1868~1936)는 톨스토이와 더불어 사실주의 작가로 러시아인들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그는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문학 작가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제창하고 제정 러시아 하층민의 생활을 묘사하는 등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선구적인 문학가였다.

그의 단편 2인조 도둑은 그 당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암담한 현실과 양심사이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우포 바유시치’와 ‘플라시 노바’는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 곳에 산다. 헝겊 나부랭이와 낙타털 외투 등을 도둑질하는 도둑들이다. 겨울이 되면 그나마 훔칠 물건도 없고 눈 위에 발자국이 남아서 도둑질을 할 수 없으므로 굶주림에 시달리며 겨울을 나야 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도둑질이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두 남자는 나물을 뜯어다 팔아 겨우 목숨을 부지하던 중 외딴 숲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망아지 한 마리를 발견한다. 날이 어두워진 후 망아지를 다른 마을에 가서 팔기로 하고 숲에 숨어 있던 중 마음이 바뀐 우포 바유시치가 망아지를 풀어주자고 하나 플라시 노바가 반대한다.매우 현실적인 플라시 노바는 망아지 훔치는 일에 적극적이었지만 우포 바유시치는 망아지를 잃고 슬퍼할 농부 생각에 돌려줄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윽고 밤이 되어 망아지를 팔러 길을 떠나지만 망아지가 개울에 빠지는 바람에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설상가상 오래전부터 기침을 하던 우포 바유시치가 점점 걷기 힘들어하더니 결국 쓰러져 피를 토하고 플라시 노바에게 망아지를 놓아주자고 했던 것에 용서해달라고 한다. 플라시 노바도 자신이 심하게 굴었던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결국 우포 바유시치는 플라시 노바의 품에서 죽는다. 망아지 때문에 갈등했던 둘은 망아지가 없어지면서 다시 화해를 하게된다. 아무런 먹을 것도 없고 아파 죽어가면서 두 사람의 우정이 돈독해진 것이다.

작품에서는 도둑이 양심을 찾는다는 게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하여 불우한 삶을 살게 된 사람들에게도 휴머니즘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추위와 배고픔 속에 힘겹게 겨울을 나고, 봄이 오게 되자 훔치게 되는 망아지를 가지고 옥신각신하는 둘의 안타까운 모습은 그 시대의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비참한 생활상을 말해주지만 한편,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의 생존 경쟁 모습일 수도 있고 도덕과 비도덕의 양심의 싸움일 수도 있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작품은 말한다. 우리는 한계의 상황에서도 도덕적이어야 하여 그 이유는 우린 계급의 인간이 아니라 이성의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세상이 점점 어렵다. 이 추운 겨울 고물가로 인해 난방조차 하기 힘든 취약 계층들이 있다. 어떻게 도덕적이고 어떻게 인간적이어야 할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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