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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가 말하는 사랑과 결혼의 조건

[문학칼럼]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가 말하는 사랑과 결혼의 조건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3.07.1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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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사랑에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사랑은 소상한 일들에서 시작된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안나 가발다(1970 ~ )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고 소르본대학에 진학해 현대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에는 학비를 벌기 위해 꽃가게, 옷가게 점원, 영화관 좌석 안내원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고, 졸업 후에는 중학교 교사로 프랑스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1999년 소설집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전업 작가가 되어 장편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평론가들과 독자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장편소설로 2002년 발표되었고 프랑스에서만 165만부가 팔렸고 전 세계 38개국에 280만부 가량 판매되었으며 2009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주인공 클로에의 남편 '아드리앵'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집을 떠났다. 시아버지 피에르는 그런 클로에를 위로하고 도와주겠다며 시골집으로 데려간다. 클로에는 두 딸과 그곳에서 마음을 추스르지만, 분노와 원망하는 마음만 생길 뿐이다. 시아버지는 그곳에서 클로에를 열심히 보살펴 주는데 시아버지의 위로는 그녀에게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대화 도중 시아버지가 아들을 걱정한다. 클로에는 울분과 상심에 젖어 시아버지를 원망하며 눈물을 흘린다. 시아버지는 자기의 과거를 전해주는데 며느리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인생 속으로 빠져든다.

시아버지 피에르 디펠은 마흔두 살에 서른 살 처녀 마틸드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다. 어린 연인과 숨어서 어두운 밤거리와 호텔 방을 전전하면서 행복했으나 마틸드는 함께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일상의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녀는 늘 함께 할 것을 요구했고 임신한 상태였다. 그러나 피에르 디펠은 가정을 버릴 용기가 없어서 그녀는 결국 마틸드에게서 떠났다. 아내(클로에의 시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으나 가정과 익숙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그와 이혼하지 않았다.

작품은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말하지 않는다. 단지 가정을 지켜냈으나 개인의 삶이 불행한 시아버지 피에르 디펠, 유부남을 사랑하다가 결국 사랑을 저버린 마틸드, 가정을 버리고 사랑을 찾아 떠난 아드리앵, 남편에게 버림받아 아픈 클로에, 이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작품에서 사랑으로 행복한 이는 아무도 없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달콤하고 감미로움 그 자체인데 등장인물 모두가 불행한 것이다. 시아버지 피에르 디펠은 아내와 자식 들이 불행해 지는 것을 견딜 수 없어 사랑하는 여인을 버리고 가정을 지켰으나 이혼한 가정과 사랑이 없는 가정 중 어느 것이 나을지는 각자가 다르다고 하며 헤어지는게 괴롭다고 평생 함께 살다가 일생을 망쳐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고 말한다. 이는 며느리에게 새 삶을 살라는 말과도 같다. 아들이 떠나면 떠나게 놔두고 자신의 삶을 살라고 말이다.

자신의 사랑에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그 책임을 다하려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이 바탕이된 결혼을 해야하고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사랑이라면 아예 시작하지 않은 것이 낫다.

시아버지 피에르의 애인이었던 마틸드가 피에르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써놓은 것들을 보면 이렇다. 소풍가기, 낮잠자기, 당신이 골라주는 구두와 속옷과 향수사기, 둘이 앉은 자리를 당신이 다 차지하고 있다고 덜대며 옆으로 떠밀기, 시장보러 가기, 당신과 동시에 양치질하기, 당신 어깨너머로 신문읽기, 동물원과 벼룩시장 가기, 공연히 당신 이름 불러보기, 당신에게 손 내밀기, 당신이 여전히 날 사랑하는지 물어보기, 당신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고서 때로는 거짓말이 약이 된다는 걸 새삼 깨닫기, 심심하다고 투정부리기, 변덕부리기, 당신 머리 깎아주기, 천정에 페인트 칠하기, 점잖지 못한 물건들로 쇼핑카트 채우기. 잡초 뽑기, 세차하기등 이런걸 하고 싶은 사람과 사랑하고 결혼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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