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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미국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의 '로저 맬빈의 매장'이 말하는 도덕성

[문학칼럼] 미국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의 '로저 맬빈의 매장'이 말하는 도덕성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2.12.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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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회개하면서 살아야할 우리의 삶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이 작품은 1830년에서 1850년 사이에 쓰인 미국의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1804~1864)의 12개단편중 하나로 이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간의 본능, 죄의식, 청교도적 회개라고 생각된다. 1692년 무고한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 죽인 미국 메사추세츠 세일럼 마녀 재판의 판사로 일곱 명의 특별재판관 중의 하나였던 존 호손의 후손이었던 작가는 청교도의 비도덕적 행태에 죄의식을 느끼고 그의 소설 ‘주홍글자’를 통해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인디언 전쟁을 벌인 러브웰의 싸움이 끝난 후 변경 방어를 위해 원정 전쟁에 참여해 총에 맞고 부상당한 예비 장인 ‘로저 멜빈’과 그의 사위 ‘로이 벤’, 로이 벤은 어떻게든 장인을 데리고 가려 했지만 자신도 부상을 당했고 이미 중년의 나이를 넘어선 자신의 딸 ‘도르카스’를 지켜야한다며 혼자 살아 돌아가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대신 상처가 나으면 자신의 무덤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 떠난 로이벤은 자신 또한 상처가 깊어 생사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다수히도 생존자를 찾는 수색대에 발견되어 구조되었고 아내 도르카스의 간호 덕분에 깨어난다. 도르카스는 부의 죽음에 슬퍼했지만 로이벤이 잘 묻어주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몸을 회복한 로이벤은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아버지 머리 바로 위쪽에 아주 위엄있 는 묘비 모양의 바위가 서 있어. 나도 아버지처럼 거기서 잠들어 버렸으면 좋았을 걸”

로이벤은 도르카스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과 사람들의 경멸어린 시선에 대한 공포, 자신의 도덕적 비겁함을 감추고자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언제든 밝힐 시간이 있었으나 가지고 있는 것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로이 벤은 끝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긴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아내 아들과 함께 떠난 여행 중 로이벤은 아들과 토끼 사냥을 가게 되는데 우연히 과거에 로저 멜빈이 죽었던 곳에서 과거의 기억에 망상을 더해 회상한다. 그 순간 어디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고 로이 벤은 그곳을 향해 총을 쏘는 데 총에 맞은 것은 토끼가 아니라 자신의 아들이었다. 로이벤은 이렇게 최악의 형벌을 받게 된다.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양심을 감추었던 로이 벤, 그의 삶은 행복했을까. 그의 욕심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으나 평생의 죄책감에 살아야 했고 결국엔 아들을 잃었다. 인간이란 자기 자신의 행복을 얻기 위해 남을 속이거나 남의 불행을 희생양 삼아 목적을 이루기도 하고 평생 죄를 지으면서도 그 위에 죄를 또 덮는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 죄의 탑을 쌓고 자신의 부와 명예, 편안한 삶을 구축하려 한다. 호손은 이런 비양심적인 인간의 악한 마음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진실하게 도덕적으로 살 수는 없다. 때로는 거짓말도 하게 되고 잘못도 저지르는 것이 인간 아닌가. 그러나 반드시 그 뒤에는 반성과 회개가 필요하고 개선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호손은 작품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면서 쌓이는 욕심, 이중적 모습 그리고 비 양심과 위선에 대해 심도 깊게 자성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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