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학칼럼]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에게 배우는 나눔의 정신

[문학칼럼]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에게 배우는 나눔의 정신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2.12.20 09:0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쉽지 않은 실천의 덕목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오스카 와일드(1854~1900)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생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시인으로 19세기 말 유미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 생활을 시작하였고, 1881년 ‘시집(詩集)’을 비롯하여 1888년에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 출간되었다. 특히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는 1884년에 결혼한 그가 자녀들을 위하여 썼다고 하는데, 그 무렵의 사회적 풍자가 넘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오스카의 문학적 명성이 일약 올라간 것은 고딕풍의 멜로드라마이자 유일한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1)’에 의해서였고, 특히 프랑스어로 쓰인, 괴기한 미와 환상의 시극 ‘살로메’는 영국에서 상연이 금지되었으며, 1894년에 사라 베르나르에 의해 파리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사회의 이단아였던 그가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겼던 것은 두 아들과 어린이였다. 1887년에 5편의 동화를, 1888년에는 4편의 동화를 발표했고, 그 후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희곡‘살로메’, ‘하찮은 여인’, ‘이상적인 남편’ 등을 발표하면서 명성이 절정에 이르렀으나 10대 소년이었던 알프레드 더글러스와의 동성애 사건으로 ‘막중한 풍기문란’이란 죄명으로 2년의 실형을 받고 극적인 몰락을 겪게 된다. 형기 중에 익명의 시 ‘리딩 감옥의 발라드(1898)’와 참회록 ‘옥중기(1897)’ 등을 쓰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영국에서 영원히 추방되어 평생 돌아가지 못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 비참한 생을 마쳤다.

높이 솟은 기둥 위에 보석들로 치장한 행복한 왕자 동상이 있고, 사람들은 그 동상을 찬미한다. 어느 겨울 날, 따뜻한 나라로 가지 못한 제비가 동상 위에서 쉬다가 행복한 왕자의 눈물을 본다. 행복한 왕자 동상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비참한 도시의 모습이 마음 아프다며, 제비에게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제비는 왕자가 들고 있던 칼자루의 루비를 아픈 아이에게 물어다주고, 가난한 작가와 성냥팔이 소녀에게 눈에 박혀있던 사파이어를 가져다준다. 또한 몸을 덮고 있던 금 조각들을 모두 떼 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행복한 왕자의 모습은 점점 초라해져 가고, 심부름을 하던 제비는 추운 날씨 탓에 눈을 감고 마는데, 이제는 볼품 없어진 행복한 왕자 동상을 시의원들은 아예 녹여 버리기로 한다. 이때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이 천사에게 도시에서 가장 귀한 두 가지를 가져오라고 명령하고, 천사는 주저 없이 행복한 왕자의 쪼개진 심장과 죽은 제비를 가져다 바친다. 그리하여 그들은 천국에서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가 작품 활동을 한 19세기 영국은 동화를 비롯한 신화나 전설에 관한 관심이 새로이 일어났으며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1838)’, 조지 맥도널드의 ‘공주와 고블린(1872)’ 등의 책이 출간되는 등 어린이 책 출간 대성황이 일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타고 오스카 와일드도 1887년과 1888년에 걸쳐 단편 동화집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는 그의 반사회적인 말과 행동과는 어울리지 않게 도덕적인 내용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것은 1880년대 후반 빈민가의 참상에 대해 오스카 와일드 자신이 깊게 반성하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와일드의 동화에서는 동식물들과 움직이지 않는 물건들이 말하고 걸을 수 있으며 아이들이 자주 주인공으로 나온다. 실제로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는 세계가 펼쳐지며 무엇보다 그 주인공들은 어떠한 계기로든 내적, 외적인 발달을 이룬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는 보통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권선징악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달리 늘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나곤 했는데 이 세상은 보통 동화처럼 늘 착한 결말로 끝나지는 않는다라는 착한 결말을 비꼼으로써 아이들을 조종하는 사회의 규율과 교회의 완고함, 권위적인 교육 방식에 대항하고자 했다.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처럼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극단의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로 가득한 세상에서 10원 한 장에 벌벌 떠는 사람도 많고 또 돈 많은 사람이 더 하다는 소리가 있듯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쉽지 않은 실천의 덕목이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고, 수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무료급식, 연탄 등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후원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 사랑인가. 어려운 경제의 시대일수록 행복한 왕자에 나오는 왕자와 제비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 해가 다 가는 연말을 맞아 천사가 하나님 앞에 가져간 왕자의 심장과 제비의 시체에 대해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적용이 시키는 시기가 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