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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미국 소설가 오 헨리의 '경찰과 찬송가'에서 보는 현대사회의 그늘

[문학칼럼] 미국 소설가 오 헨리의 '경찰과 찬송가'에서 보는 현대사회의 그늘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2.11.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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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범죄자 무조건 벌주거나 구제하는 것보다 일자리 제공
가지지 못한 이들의 기초생활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안 마련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18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미국 소설가 오 헨리 (1862-1910)는 자신의 실제 작품 활동 기간인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미국인의 삶, 그것도 도시에서의 삶을 주로 다뤘다. 그가 작가로서 집중적으로 활동한 무대였던 뉴욕은 근대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소수가 누리는 풍요와 다수가 겪는 빈곤이라는 양면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고,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 속에 그가 담아낸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소시민 사회의 구성원인 가난하거나 힘없는 사람들이었다.

오 헨리식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갑작스러운 반전을 거쳐 예기치 못했던 대단원에 이르는 플롯 구성 방식이고,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 상태나 감정보다는 극적인 사건에 좀 더 집중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 구성을 대표하는 '경찰과 찬송가'라는 작품을 살펴보도록 한다.

노숙자 머피는 추운 겨울이 다가오자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따뜻한 교도소에서 겨울을 보낼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한다. 일류 레스토랑에 가서 마구 음식을 시켜먹고 돈이 없다고 하려 했으나 허름한 옷차림 탓에 입구에서 제지당하고 다른 식당을 찾아가 실컷 음식을 먹었지만 식당 주인은 경찰을 부르기는커녕 식당 밖으로 내팽개쳐 버린다. 길거리에서 유리창을 깨고 유유히 기다리다 나타난 경찰에게 자신의 짓이라 주장을 해도 경찰은 믿어주지 않는다. 경찰관 앞에서 지나가는 여인을 희롱했으나 여인은 오히려 좋다고 달라붙는다. 길거리에서 고성방가를 하며 행패를 부려도 경찰관은 승리감에 도취된 열성 축구팬 정도로 생각한다. 어떤 신사의 우산을 빼앗아 자신의 우산이라 우겨도 그 신사는 사실 자기가 주운 우산이다 미안하다 하고 도망가 버린다.

머피는 어느 교회 앞에서 들려오는 찬송가를 들으며 문득 잘못을 뉘우치고 떳떳한 삶을 살아보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나 바로 그때 경찰관이 나타나 수상한 놈이 밤중에 서성거린다고 하면서 머피를 잡아가 버리고 그는 판사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받는다. 주인공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찬송가가 흘러나온 바로 이 교회에서 그는 세상과 작별하게 된다.

'사흘을 굶으면 안 나는 생각이 없다'는 말처럼 굶주림은 가장 참기 힘든 고통이라 나쁜 생각도 절로 난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연이 안타까워도 범죄는 범죄다.

이 소설을 읽으면 생계형 범죄를 무조건 벌주거나 구제하는 것보다는 다시는 그런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는 계속되는데 가지지 못한 이들의 기초생활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빈곤층이나 노숙인 에게는 겨울철이 제일 힘들고 고통스럽다. 추위가 없는 계절에는 공원이든 거리 어디에서든 지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겨울에는 매 순간순간이 죽음과 싸워야하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다. 최근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경기침체 등으로 나눔의 손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는데 어려운 이들에게는 한겨울의 바람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피부에 닿을 것이다. 결국, 국가적인 대책은 물론이겠으나 모두를 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개인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시기, 나눔의 정신이 더욱 필요한 시기, 겨울이 다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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