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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에서 보는 삶의 정체성

[문학칼럼]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에서 보는 삶의 정체성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2.11.30 05:48
  • 수정 2022.11.30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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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과 시간을 초월한 삶을 통해 끊임없이 인생의 의미를 찾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 자기 삶에 대한 최선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이 작품은 원제는 '올랜도 전기'이며 주인공 올랜도의 삶과 사랑, 성 전환을 아우르는 400년에 걸친 삶을 다룬다. 주인공 올랜도는 버지니아 울프(1841-1882)의 애인이었던 비타 색빌-웨스트(영국의 여류 시인이자 소설가)를 모델로 하였고 그녀에게 바친 헌정소설이다. 작품은 판타지적 요소를 강하게 갖고 있으며 플롯에 의한 구조, 인물의 형상화, 사건의 진전 등 전통적 서술 기법이 아니라 논리적 인과관계가 없는 담화들이 섞이면서 미분화 상태의 인식들이 의식에 떠오르는 대로 기술되는 의식의 흐름 기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 읽기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고 따분할 수도 있다.

올랜도는 귀족의 자제로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발탁되어 총애를 받고, 엘리자베스 1세는 그에게 “영원히 나이 들지도 말고 죽지도 말라”고 말하고, 그는 400년을 사는 인간이 된다. 여왕은 그를 위해 땅도 주고 집도 주며 출세의 길을 펼쳐준다. 나이가 찬 올랜도는 '유프로시네' 라는 아일랜드 출신의 귀족가문의 딸과 약혼상태로 결혼을 전제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 때 영국에는 대한파가 몰려온다. 서민들은 고통에 시달리지만 영국의 궁정은 축제에 아랑곳 없다. 대사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 대사 일행인 샤샤 공주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들의 관계는 곧 궁정의 스캔들이 되고 만다. 그러나 샤샤의 변심으로 사랑의 절망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결국 올랜도는 샤샤와의 스캔들로 인해 파혼을 당하고 아일랜드가의 미움을 사 궁정에서 추방을 당한다. 그 후 6일 동안 잠만 자고 먹지 않은 상태로 지내다가 7일째 깨어난다. 그는 그의 고뇌를 표출하기라도 하듯 여러 달 동안 필사적으로 글을 쓰고 난 뒤, 당시 유명한 작가인 니콜라스 그린과 교분을 쌓기 위해 집으로 초대하게 된다. 그러나 그린은 '시골에 있는 귀족을 찾아서'라는 시를 통해 올랜도를 비난하였고, 올랜도는 만천하에 조롱을 당한다. 지금까지의 작품을 다 찢어버린 올랜도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우정이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에 직면하여 사색하며 보낸다.

어느 날, 승마용 모자를 쓰고, 망토를 입은 키가 아주 큰 부인이 말을 타고 가로질러 다니는 것을 보고 눈이 마주쳐 방으로 초대한다. 그녀는 대공부인인 해리엇 그리젤다라고 하며 그와 사귀고 싶다고 말을 한다. 불쑥 다가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견딜 수 없어 콘스탄티노풀에 대

사로 파견되길 요청한다. 대사로서 화려한 생활을 영위하지만 공허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 그려진다. 2년 반 만에 공작 작위를 수여 받는데 행사 도중에 큰 소요가 일어나고, 또 다시 깊은 잠에 빠져 7일 째 되는 날 남자가 아닌 여자로 깨어난다. 성이 바뀐 것이다. 여자가 된 올랜도는 대사 생활을 버리고 집시의 무리에 합류한다.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가 집시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집시를 떠나 집으로 돌아온 뒤 올랜도가 영국을 떠나게 만든 장본인인 대공부인을 만나는데 그는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자기는 원래 남자였는데 올랜도에게 사랑이 빠져 여장을 하고 집 주변을 어슬렁거렸다고 말한다. 여자로 변한 올랜도에게 또 한 번 열정적 구애를 한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남녀의 성에 대한 차이와 동일성에 대해서 반문하고 탐구한다.

18세기가 끝나고 19세기가 시작되었다. 올랜도는 여전히 명상을 즐기고, 동물과 자연을 사랑했고 전원과 사계절을 사랑했다. 누군가에 의지하고픈 마음을 느꼈고 남녀는 각각 죽음인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평생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존재라 생각한다. 올랜도가 마음을 비웠을 때 쉘머딘을 만난다. 쉘머딘은 낭만적 모험가이며 현대적인 항해사다. 올랜도는 쉘머딘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다. 현대 여성이 되어 아이를 낳은 올랜도는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쓰고 자신의 저택을 찾아가 보며 운명의 굴레를 벗어난,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완전한 인간이 되었음을 확인한다. 그때가 1928년이었다.

소설에서 성별이 바뀌면서 남녀의 차별과 남자의 우위,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의 지위 등이 나오지만 페미니즘은 아니다. 올랜도는 남녀의 성별이 바뀌는 경험을 통해 한 인간으로써 진정한 삶과 자아를 찾는다. 성과 시간을 초월한 삶을 통해 끊임없이 인생의 의미를 묻는다. 양성의 의미는 사회적인 것일 뿐 유동적이라는 것과 진짜 중요한 것은 고정된 성역할을 떠나 자기 자신이 어떤 인간으로 사느냐는 것에 중점을 둔다. 울프의 소설에 빠짐없이 존재하는 시간, 존재, 찰나, 삶 등에 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늘 자신을 포장하고 페르소나의 모습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울프는 자신을 찾는 삶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자신의 삶을 살라고 하고 있으며 누구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 자기 삶에 대한 최선일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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