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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투르게네프의 '살아있는 송장'에서 보는 마음으로 보는 세상

[문학칼럼] 투르게네프의 '살아있는 송장'에서 보는 마음으로 보는 세상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2.10.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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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눈만이 행복을 볼 수 있다
행복은 작은 일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알 때 온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1818~1883)는 부유한 귀족이며 방탕과 도박으로 타락한 아버지와 수많은 농노를 거느린 전제 군주적 성격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내고, 그 후 모스크바 대학에서 문학을, 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철학을, 그리고 독일의 베를린 대학에서 공부하였다. 그는 러시아 고전 작가들 가운데 가장 서구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서구의 자유주의 사상과 휴머니즘이 조화롭게 반영되어 있다.

맑게 갠 어느 날 산책에 나선 나는 오솔길의 작은 헛간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합창을 지휘하고 춤을 가르치던 여인이었던 ‘루케리아’였다. 그녀는 꼼짝도 않고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그녀는 당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모든 남성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이른 새벽 계단에서 구른 후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몸이 마비되고 피부도 검게 변하게 된다. 처음에는 주변의 사람들이 온갖 치료를 다하고 노력했지만 불치의 병임을 알게 되자 벌집 오두막으로 보내지게 된다. 결국 결혼을 약속한 연인도 그녀의 곁을 떠난다.

루케리아는 몸은 움직일 수 없으나 그때부터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된다. 자기를 돌보아주는 고아 소녀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고, 호밀이나 보리수꽃의 향기가 은은하게 맡아지고, 참새나 나비가 즐겁게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도 듣는다. 작은 일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병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신의 섭리로 받아들인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살아있는 송장이라고 불렀는데 불구의 몸이지만 전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불평도 않고 기뻐하는 착한 여자였다. 얼마 후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그녀는 온종일 종소리를 들었으며 그것은 하늘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였다고 한다.

우리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살아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몸이 마비가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투르게네프의 ‘살아있는 송장’은 우리에게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일상 속에서 건강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낄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살아있는 송장은 과연 누구인가. 몸이 불편하여 누워있지만 새로운 세계를 대면하고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다간 루케리아가 송장인가. 몸은 멀쩡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욕심,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고 피해를 주는 사람이 살아있는 송장인가. 루케리아처럼 그 상황에서 마음으로 행복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누가 마비된 몸으로 감사와 행복을 함부로 떠들 수 있겠는가. 우리의 몸과 마음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두 축이다. 우리가 건강할 때 그렇지 못한 반쪽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눈일 것이다. 작품은 나 자신의 아픔을 걱정하고 신경 쓰는 것의 수백분의 일이라도 타인의 아픔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헤아리는가에 대해 돌아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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