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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프랑스 소설가 로맹가리가 말하는 인간의 본연의 순수함으로의 복귀

[문학칼럼] 프랑스 소설가 로맹가리가 말하는 인간의 본연의 순수함으로의 복귀

  • 기자명 민병식 논설위원
  • 입력 2022.10.06 12:26
  • 수정 2022.10.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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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인간의 허위의식에 느낀 염증으로부터 탈피
마음의 순수를 지키려는 스스로의 노력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라는 단편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포함해 열여섯 편의 기막힌 단편으로 엮어진 소설집에 들어있는 단편 중 하나로 로맹가리(1914-1980)의 문학적 재능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편 한 편이 인간과 삶에 깃든 인간다움의 감동을 전한다.

물질문명과 인간의 허위의식에 염증을 느낀 어느 사내가 은둔을 꿈꾸며 태평양의 어느 이름없는 작은 섬으로 들어간다. 그곳 주민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먹을 것을 주었고 살 곳을 나누어 주었다. 그들에게서 사내는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한 선의와 우애를 보았고, 그들에게서 그가 그토록 찾아 해매던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영혼을 본다. 사내는 무엇보다도 섬을 통치했던 추장의 딸인 ‘타라통가’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녀의 도움에 힘입어 섬에 정착하게 된다.

사내는 섬이 타락할 것을 두려워하며 자신이 가져온 돈을 모두 파묻는다. 그리고 석달 후에 사건이 일어난다. 타라통가가 호두과자를 선물했는데 호두과자를 싼 포장지가 폴 고갱의 작품인 것이다. 놀라운 것은 타라통가가 그런 그림들을 뭉치로 가지고 있다는 거였다. 그 그림을 파리로 가져가면 3,000만 프랑은 될 가치였다. 그런데 타라통가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어떤 프랑스 화가에게 받은 것이라며 무심한 말투로 그림을 갖고 싶으면 가져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사내는 그림에 상업적인 가치를 도입함으로써 순수한 부족을 오염시키고 싶지는 않았으나 고갱의 작품 들을 무상으로 가져간다는 것도 양심에 걸려 돈은 필요하지 않다는 타라통가에게 사정사정하여 70만 프랑과 금시계 등 자신의 모든 재산을 남기고 그 섬을 떠난다.

그러나 그림은 모작이었다. 타라통가는 이십 년 전에 파리에서 삼년간 응용미술을 공부했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물감을 들고 섬으로 들어와 고갱의 그림을 모작하고 있었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정규계약을 맺고 점당 2만 프랑씩 받고 있었던 거였다. 타라통가가 고갱의 그림을 모사하여 사기를 친다는 사실은 안 사내는 순수는 어디에 있을까하고 탄식한다.

사내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타락을 피해 순수의 섬을 찾아 떠났지만 고갱의 작품을 보고 세속적 욕망에 휩싸인다, 결국 타라통가에게 사기를 당한 것은 타라통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품의 제목처럼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순수는 우리의 마음 안에 있고 마음의 순수를 지키려는 스스로의 노력에 있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 로맹가리는 권모술수와 타인에 대한 속임이 난무하는 세상을 비난하고 희화화 한다. 그러나 모순되고 부조리 투성이인 세상에서 나도 살고 있으며, 나 또한 그런 인간 중 하나라는 것을 스스로 자각을 통해 발견하게 한다. 결국 스스로 잘못된 세상을 비판하고 피할 것이 아니라, 세상이 더럽고 추할 지라도 그 안에서 순수하게 살아갈 대안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을 말하고 있으며, 인간본연의 순수함으로 복귀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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