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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간밤에 떠나버린 창문 밖 장미꽃을 위하여

[섬진강칼럼] 간밤에 떠나버린 창문 밖 장미꽃을 위하여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7.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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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 창문 밖 장미꽃이 지고 없다. 장마는 아직 오지 않았고 강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잠을 깬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그동안 내 쓸쓸한 창가 담장 위에서 내 간장을 태우던 한 송이 장미꽃이 지고 없다.

마치 어제 내가 쓴 차마 전하지 못하는 이별의 글을 읽었다는 듯, 간밤 내가 잠든 사이 영원으로 떠나버린 장미꽃과 인사도 없는 작별을 하려니,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

어디로 떠났을까?
간곳은 어디일까?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시 내 쓸쓸한 창가에 피는 아름다운 장미꽃으로 환생하여 오는 날은 언제쯤일까?

나는 다시 환생하여 오는 장미꽃을 여기 이 창가에서 만나 지난날들처럼 그렇게 뜨겁고 간절한 사랑을 할 수가 있을까?

이제는 창문을 열고 보아도 볼 수가 없는 한 송이 아름다운 꽃, 이미 가고 없는 담장 위 장미꽃을 위하여, 여전히 다하지 못한 내 마음의 이야기를 슬픈 조사(弔詞)로 쓰려다가 차마 쓰지를 못하였다.

그렇게 창가에 앉아 한참을 망설이다, 어느 때고 다시 아름다운 장미꽃으로 환생하기를 바라며, 이렇게 하늘이 푸르고 맑은 날 아침 떠나서 참 다행이라는, 겨우 가슴을 쥐어짜낸 한마디를, 간밤 작별의 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장미꽃이 이별의 흔적으로 남긴 빈 가지에 바람으로 매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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