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쓸쓸한 내 창문 밖 담장 위에서 유월 내내 한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었다가 시들어 지면서도, 끝끝내 기품을 잃지 않고 있는 붉은 장미꽃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아프다 지는 꽃보다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이 더 아프다.
더욱 기묘한 것은 시들어 지고 있는 꽃도 꽃이지만, 앙상한 가지와 잎에 맺힌 물방울들을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이다.
간밤에 내린 이슬비가 꽃가지와 잎에 맺힌걸 알면서도, 내 눈에는 마치 기다리다 지쳐 시들어 지고 있는, 꽃이 울어서 흘린 눈물처럼 보이면서, 더 많이 아프고 있는 내 마음이다.
만약 꽃이 말을 한다면, 내가 꽃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날마다 아름다운 장미꽃으로 사랑하며, 붉은 꽃잎으로 그리워하다, 끝내 아름다운 꽃으로 시들어 지고 있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냐고 물어보고 싶다.
나도 너만큼이나 그립고 아프다고 전해주며 위로하여 주고 싶은데, 나는 내 말을 전하지 못하고, 시들어 지고 있는 꽃은 듣지를 못하니, 참 슬픈 일이다. 안타까운 유월의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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