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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낙엽 하나 구르는 소리가 산천을 울린다

[섬진강칼럼] 낙엽 하나 구르는 소리가 산천을 울린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11.0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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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찾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있고, 병상에 누워 신음하는 환자의 고통스러운 아픈 소리가 있고, 그리고 가수는 부르는 한 곡의 노래가 소리이고, 시인은 그가 쓴 한 편의 시가 소리이고,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사랑한다는 마음의 감정이 소리이고, 정치인들은 말과 정책으로 내보이는 정치적 행위가 소리이고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낮에 집 앞 정류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강을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뭐라고 콕 집어서 말과 글로 형언할 수는 없지만, 바람이 불어댈 때마다 산천을 울리는 요란한 소리에, 이게 어디서 나는 뭔 소린가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니, 메마른 감나무 잎 하나가 아스팔트 위를 굴러오는 소리였다.

이따금 불어대는 늦가을 바람 소리보다, 더 크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내 앞으로 굴러오는 정체가, 떨어진 감나무 잎 하나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아무도 없는 강변 정류장이라는 주변의 환경 탓도 있지만, 떨어진 낙엽 하나가 바람에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소리가 이렇게 큰 줄 처음 알았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내 발끝에 굴러온 감나무 잎 하나를 확인한 순간, 내 스스로 실소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잠시 나도 모르게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어, 바람이 불어간 강변길을 바라보았다.

떨어져 메마른 하찮은 낙엽 하나가 늦가을 바람에 구르는 소리가 이리도 큰데, 명색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내가 나도 모르게 일으키는 내게서 나는 소리들은 어떤 소리들이며,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소리로 들릴까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뜨끔하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다,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 뻔하였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 유형무형의 소리들을 일으키고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데, 나라는 존재가 날마다 내 스스로 알게 모르게 일으키고 있는 소리들 즉 내가 쓰는 글들이,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세상에 좋은 메시지로 들리기만을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내 희망 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태어나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유형무형의 소리들이 있다는 것이다. 엄마를 찾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있고, 병상에 누워 신음하는 환자의 고통스러운 아픈 소리가 있고, 그리고 가수는 부르는 한 곡의 노래가 소리이고, 시인은 그가 쓴 한 편의 시가 소리이고,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사랑한다는 마음의 감정이 소리이고, 정치인들은 말과 정책으로 내보이는 정치적 행위가 소리이고....... 

저마다 울리는 그 소리들은, 낮에 집 앞 정류장에서 나를 놀라게 했던 바람에 구르는 낙엽처럼, 주변을 흔드는 크고 작은 울림들이 있는데, 문제는 그 소리의 울림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는 자신이 일으키는 유형무형의 소리들이, 해 저무는 저녁 어느 깊은 산골짜기 숲을 울리는 산사의 종소리처럼,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고, 이 가을 핫한 뉴스가 되고 있는, 미국 부통령 당선인 카멀라 해리스가 울리는 소리처럼, 온 나라 온 세상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바라지만, 문제는 그게 말처럼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드는 생각은, 날마다 내가 쓰고 있는 글들 또한, 내가 일으키는 소리인지라, 내 글을 읽어주는 이들에게 어떻게 읽히고 들릴지, 글을 쓸 때마다 고민하는 문제지만, 새삼 조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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